클라라 민은 계속 진실하게 나아간다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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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2

클라라 민은 계속 진실하게 나아간다

클라라 민은 열정적인 피아니스트다. 그녀는 슈만의 다면적 인생을 닮기 원한다.

위쪽 피아니스트 클라라 민
아래쪽 2018년 뉴욕 클래시컬 브리지 페스티벌 아카데미의 공연 모습.

“열정이 재능을 이길 수 있어요!” 한 치의 주저함 없이 자신의 음악관을 말할 수 있는 클래식 연주자를 얼마 만에 보는지. 행간에는 스스로 도전하는 사람만이 전달할 수 있는 확신이 있었다. 현재 뉴욕과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 클라라 민(Klara Min, 민유경)은 해외 무대에서 더 오랜 시간 인정받고 활동해온 음악가다. 국내 매체의 시선을 끄는 콩쿠르에 뛰어들기보다는, 이국의 콘서트홀부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다. 오늘날 많은 해외 유명 연주자들은 소규모 공연부터 인정받아 클래식 전문 매니지먼트사에 발굴되어 앨범을 내고 월드 투어를 하는 방식으로 성장한다. 클라라 민 역시 같은 방식을 택했다. 그녀는 카덴차사를 비롯해 중동아시아와 유럽 등 대륙별 소속사가 따로 있다. 그간 독일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뒤 2017년 10월 한국에선 처음으로 ‘클라라 민 피아노 리사이틀’이라는 이름으로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섰다. 그리고 올가을,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새로운 공연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물론 아쉬운 일이지만, 클라라 민은 걱정하지 않는다.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음악’ 자체를 즐기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음악가라면 누구나 연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정작 음악 세계에선 기회가 드물어요. 살면서 빠르게 성공하지 않은 것이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커가면서 많은 경험을 통해 내면도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그녀의 이력을 보면 프로 연주자가 되기까지 그 과정이 충분히 치열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클라라 민은 예원중과 서울예고, 미국 뉴욕 맨해튼 음대와 독일 뤼베크 음대를 졸업한 뒤 지금은 미국 그래미 어워드 심사위원과 스타인웨이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차이콥스키 심포니 오케스트라, 페어뱅크 심포니 등 많은 오케스트라와 협연 투어를 해왔고, 얼마 전에는 독일 핸슬러 클래식 레이블과 슈만 시리즈 앨범 제작을 계약해 올해 5월 앨범 [Schumann: Piano Works]를 발표했다. 앨범의 첫 곡은 아라베스크 다장조 Op.18(Arabeske In C Major, Op.18). 누구보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그녀 특유의 타건 덕분에 유연하고 풍만한 감성이 돋보이는 연주를 들려준다. 독일 포노 포럼에서 “오랜만에 들어보는 풍부하고 아름다운 슈만 음악 해석가”라고 호평받기도 했다.
특히 슈만은 클라라 민이 가장 아끼는 작곡가다. 아내 클라라와 동료이자 파트너로서 지순한 사랑을 나눈 로맨티스트, 문학 애호가, 음악평론가였던 슈만의 다면적 인생 모두를 사랑한다. 많은 이들이 그의 곡을 인간적이고 따뜻하다고 여기지만, 클라라 민에게는 가슴 아프게 파고드는 존재. 슈만은 원래 연주자였다가 손가락을 다친 뒤 더는 연주할 수 없어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클라라 민도 완벽한 연주를 위해 수없이 한 음 한 음 연구하고 한계에 부딪힌 경험이 있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클라라 민의 슈만 앨범은 최근 루프트한자 항공의 플레이리스트에도 추가됐다.

“진실, 제가 피아니스트로서 가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음악을 전하려면 연주자가 스스로에게 진실해야죠. 슈만 녹음을 앞두고 매일 10시간 이상 연습했어요. 어떤 소리를 내고 싶은데 되지 않으면 그게 될 때까지 100% 쏟아부었죠.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는 제 한계도 확실히 알아요. 연주할 때 관객과 저는 사랑에 빠진 연인 같거든요. 제 마음이 100% 완벽하게 표현되지 않을 때 그 간극이 너무 슬퍼요. 적어도 제가 스스로에게 진실하다면 언젠가 완벽히 교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뜨겁게 연주했던 슈만 앨범은 아직 한국에서 판매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튠즈에서 듣거나 아마존에서 CD를 구입할 수 있다.
클라라 민이 무대 밖에서 몰입하는 것은 젊은 연주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연주자는 의사나 변호사처럼 코스나 자격증이 명확하지 않아 학교를 졸업할 즈음이면 미래가 굉장히 막연하거든요. 특히 피아니스트는 주로 혼자 연주하기 때문에 연주자 간 교류도 적어요. 누구든 같이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2008년부터 나이카(NYCA, 뉴욕 콘서트 아티스트)를 시작했어요. 슈만도 생전에 청년 연주자를 후원하는 ‘다윗 동맹(Davidbund)’을 운영했거든요.”
나이카는 그녀가 미국에서 이끌고 있는 연주자를 위한 비영리 재단. 뉴욕 클래시컬 브리지 페스티벌 아카데미(www.classicalbridge.org)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많은 연주자를 후원하고 있다. 시작은 우연이었다. 뉴욕 유학 시절 진로를 고민하며 거리를 거닐다 문득 바라본 야마하 전시장. 그곳에서 콘서트홀을 발견했고, 마침 그녀에게 말을 건넨 디렉터에게 젊은 음악가와 함께하는 이벤트를 제안해 첫 무대를 열었다. 직접 오케스트라를 섭외하고 연주 당일 악보를 나눠준 뒤 피아노 앞에 앉은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웃음이 나오지만, 오로지 음악을 나누고 싶다는 순수한 열정에 따라온 성과는 10여 년간 눈덩이처럼 커졌다. 재단은 미국 내 주요 단체의 후원을 받으며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항상 무대에 오르기까지 제 마음속에는 떨고 있는 어린아이가 있었죠. 이제는 자신이 생겼고, 더 이상 떨지 않습니다. 세계적 지휘자들과 협연하며 음악을 나눌 수 있어 신께 감사드려요!” 연주자 클라라 민의 새로운 시즌은 내년부터 2022년까지 쇼팽 콘체르토 녹음과 스위스·헝가리 등 전 유럽 투어로 이어진다. 투어는 폴란드 신포니아 바르소비아(Sinfornia Varsovia)와 지휘자 가보르 터카치 나지(Gabor Takacs-Nagy)가 함께한다. 한 페스티벌에서 가보르 터카치 나지의 마스터클래스를 듣고 그의 철학에 반한 그녀가 함께 연주하고 싶다고 먼저 제안했고, 그렇게 새로운 무대가 그녀 앞에 펼쳐졌다. 클라라 민은 그런 사람이다.

 

에디터 김미한(purple@noblesse.com)
사진 안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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