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스페이스K에서 만나게 될 허넌 베스 전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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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03

서울 스페이스K에서 만나게 될 허넌 베스 전

비확정성과 미스터리함으로 무장한 스토리 텔러 허넌 베스의 전시.

허넌 배스 1978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태어난 작가는 뉴월드 스쿨 오브 아트를 졸업했다. 미술계 큰손으로 불리는 루벨 부부에게 재능을 인정받은 것을 시작으로 순탄하게 커리어를 쌓아왔다. 미술관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마이애미의 도서관에서 오래된 흑백 서적으로 예술을 접한 작가는 이제 힘 있는 색감의 작품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허넌 배스의 작품은 각각 까마득한 바닥을 가진 이야기 샘 같다. 아니, 끊임없이 팽창하는 이야기의 우주 같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그의 작품은 보면 볼수록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정해지지 않은 비확정성, 미스터리함으로 무장한 그의 작품 세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저변을 끊임없이 확장해나간다. 그런 그가 코로나19 시대에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3년 만에 서울 스페이스K에서 개인전 <모험, 나의 선택>을 2월 24일부터 5월 26일까지 연다. 전시 감상에 앞서 그의 작품 세계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 하지만 글을 백 번 읽거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을 이길 수는 없는 법. 마지막 책장을 넘겼다면, 이제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The Young Man & the Sea, Acrylic on Linen, 213.4×182.9cm, 2020





The Popcorn Necklace, Acrylic on Linen, 213.4×182.9cm, 2020

스페이스K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계시죠. 먼저 2012년 개인전에 이어 2017년 PKM갤러리에서 2인전을 개최한 이후 다시 한국에서 대규모 전시를 열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정말 기대됩니다. 그동안 제 작품이 예술을 좋아하는 한국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그런 반응이 놀랍고 마치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지금까지 제 작업을 지지해준 분들과 더 많은 작품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중요한 작품이 있다면요? 전시를 준비하며 구심점으로 잡아 작업하신 작품이 있나요?
판단은 대중에게 맡기겠지만, 새로 선보이는 4점의 회화 작품이 전시 하이라이트인 벽화 프로젝트와 시각적으로 관련이 있어요. 저한테는 그 작품들이 이번 전시의 기둥과도 같습니다. 이처럼 작가로서 개인전은 늘 흥미롭습니다. 자신의 과거 작품과 불과 몇 주 전에 작업실에서 만든 신작 사이의 연결 고리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몇몇 이상한 모티브가 스스로 미처 인식하지 못한 방식으로 되풀이되는 것을 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결코 같은 아이디어를 반복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예컨대 특정 스타일의 모자나 컨버스 신발에 대한 제 애착 같은 걸 발견할 수 있죠.

문학이나 미술사를 레퍼런스로 작업하시잖아요. 그런 데에서 레퍼런스를 찾으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늘 위대한 이야기, 특히 미스터리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이야기를 좋아했습니다. 제 초기 작품은 조금 이해하기 어렵거나 기이한 것을 시각화해 ‘도서관’을 만들자는 계획의 일환이었어요. 다시 말해 제가 조사하면서 우연히 발견한 이상하고 기묘한 이야기를 끊김 없이 이어가고 싶었죠. 지난 10여 년간 저는 저만의 이야기를 개발하거나 역사적 혹은 문학적 참고 자료를 저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춰 작업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전시를 위해선 어떤 레퍼런스를 염두에 두고 작업하신 건가요?
여기서 다 말하면 재미없죠. 스페이스K 전시에서 선보일 신작 ‘The Young Man and the Sea’는 헤밍웨이의 유명한 소설 속 한 장면을 빌려왔어요. 작품을 보고 유추해보시면 어떨까요?





he Guru, Acrylic on Linen, 213.4×182.9cm (3 each), 213.4×548.6cm (overall), 2013~2014





The Sip in, Acrylic on Linen, 213.4×274.3cm, 2019

개인적으로는 작품을 볼 때마다 로맨틱하면서도 조금은 광적이거나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마 그래서 사람들이 ‘드라마틱’하다는 감상평을 쏟아내는 것 같아요. 애초에 그러한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로맨틱함과 무서움이라니, 제가 정말 좋아하는 조합이네요!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없죠. 작업할 때는 그렇게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지만 맞아요. 결국은 그렇게 완성되네요. 스토리텔링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어떤 소설의 발단부 장면에 집중한다면 그것이 얼마나 흥미로울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이야기의 전환점, 만약 연극을 보는 중이라면 휴식 시간 직전 같은 순간의 이미지를 그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작가님의 작품에 대해 “마술적이며 초자연적 우연한 순간을 담은 낭만적인 작품”이라는 평도 있었어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낭만적이다’는 까다로운 말이에요. 저는 ‘사랑’ 혹은 ‘이끌림’으로 정의되는 로맨스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잘 만들지 않습니다. 미술사적 정의로는 ‘낭만주의(romanticism)’가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작품 활동을 시작했을 때 그 시대에 특히 관심이 많았거든요. 신비롭고 초자연적인 요소가 제가 만든 작품 대부분에 늘 포함되어 있었죠. 제 작품이 ‘우연한 순간’을 담았다고 표현한 것은 퍽 마음에 드네요!

작품에 종종 등장하는 ‘소년’에 대해 여쭤보지 않을 수 없네요. 그들은 작가님의 작품에서 어떤 존재인가요? 혹시 그림 속 그들의 역할에 작업의 흐름에 따라 변화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일반적인 것에서 벗어난 걸 탐구하거나 ‘동성애’가 정상과 구별되는 데서 느껴지는 미스터리함에 집중하며 예술가로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연결 고리죠. 그 소년들이 어떤 면에서는 저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그들은 그저 제 작품의 주인공이지만, 그들의 허약함이나 화려함은 경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남자 모델을 주로 레퍼런스로 사용하는데, 이를 통해 극적인 느낌을 더한다고 믿습니다. 개인적으로 패션 칼럼에서 남자를 묘사하는 방식을 보면 여자를 묘사하는 그것과는 반대된다고 생각해요. 여자를 묘사할 때는 궁극적으로 미를 추구하지만, 남자의 경우에는 흔히 그들을 우울하거나 슬픈 혹은 상처 입은 모습으로 그리는 것 같거든요. 그것이 어딘가 관능적으로 느껴지죠. 제 작품 속 인물이 맞닥뜨린 것과 같은 낭떠러지를 그들에게서 먼저 찾는 거예요. 물론 그들은 어리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만 동시에 그 젊음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기에 제 작품 속 소년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그동안 회화는 전통적 예술 매체로 인식해왔어요. 그런데도 여전히 회화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는 가장 직관적으로 사람의 감수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님께 회화는 어떤 의미인가요? 또 회화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시는지도 궁금합니다.
회화의 신비로운 매력 중 하나는 늘 우리를 놀라게 한다는 것입니다. 매우 오래된 표현 방법이고 매체임에도 작가들이 아직도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아요. “이전에 다 해본 것이야”라는 말은 결코 사실이 아니죠. 저는 자주 질투를 느끼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떤 회화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 기존 회화에서 본 적 없는 무엇이나 그만의 언어를 만들어냈을 때 솔직히 조금 격앙돼요! 물론 영감을 받기도 하지만요.





A Blue Predicament, Acrylic on Linen, 127×101.6×4.4cm, 2018





Three’s a Crowd, Acrylic on Linen, 76.2×55.9×3.2cm, 2019

잠시 분위기를 환기해보겠습니다. 혹시 슬럼프에 빠지신 적은 없나요? 만약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탈출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언제나! 저는 꽤 부담스러운 일정(1년에 3~4개의 개인전 개최)을 소화해야 하고 조수 없이 혼자 작업합니다. 전시마다 너무 공을 들이는 나머지, 전시가 끝나고 작품이 하나둘 빠져나갈 때 순간적으로 슬럼프에 빠지는 걸 느껴요. 보통 회복할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냥 ‘그룹화’할 필요가 없는 ‘스탠드 얼론’(기존 작업과 연결되지 않는) 작품을 만들면서 다시 작업에 뛰어듭니다. 스페이스K에 걸린 새로운 작품들이 그렇게 이전에 열린 전시들 사이사이에 존재한 시간의 결과죠. 운 좋게도 그 작품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궁극적으로 오랫동안 작업해온 벽화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는 영감을 주었습니다.

작품 활동 말고 평소 관심을 쏟는 다른 분야가 있나요? 예를 들어 어떤 특정한 물건을 수집하는 취미 생활 같은 완전히 다른 일요!
저는 열렬한 수집가이기도 한데, 작업실에 계속 부피를 키워가는 저만의 ‘호기심 서랍(Cabinet of Curiosities)’도 있습니다. 예술 작품을 수집하기도 하지만 그 서랍은 오래된 물건과 초자연적이거나 기이한 물건으로 가득합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애도 물품, 초기 유령 사진, 빅풋 흔적을 본뜬 회반죽 거푸집, 박제술 그리고 리모컨으로 조종할 수 있는 ‘네스호 괴물’이 그 예죠. 또 저는 TV 애청자이기도 해요. 작업실에서 일할 때 온종일 TV를 틀어놓는데, 대부분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내용입니다. 보통 ‘Mysteries of the Unknown’이나 우스운 ‘고스트 헌팅’ 유의 TV 쇼 중 아무거나 선택하죠. 얼핏 보면 제 작업과 조금씩 연결 고리는 있죠?

그러네요! 그럼 앞으로 어떤 작가로 미술사에 남고 싶으신가요? 혹은 사람들이 어떻게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나요?
제 작품이 계속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또 제가 드러내려 하는 이상한 세계를 흥미롭게 들여다봐줬으면 좋겠고요. 누군가 제 작품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 다른 작가들이 저에게 영감을 준 것처럼 그것에 빠져들 수 있길 희망합니다. 저는 피카소가 되지 않아도 좋아요. 제가 우연히 발견한 최고의 작품 가운데 몇몇은 접하기 힘든 작가의 작품이기도 하니까요. 미래의 작가들이 ‘비밀스럽게’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 된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해요.

끝으로 <아트나우> 독자와 한국의 전시 관람객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많은 분이 제 작품을 직접 보고, 이후 약간의 시간을 들여 저에 대해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통해 출신과 상관없이 모두를 연결하는 하나가 있다면, 우리는 훌륭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고 즐길 수 있으며 이를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집이라 부르는 이 엄청나게 이상한 행성에서 개개인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고 믿습니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제공 리만머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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