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모던 시대의 총아, 대니얼 아샴의 세계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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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18

포스트 모던 시대의 총아, 대니얼 아샴의 세계

포스트 모던 시대의 총아, 대니얼 아샴을 만나다.

대니얼 아샴은 예술가로서 독자적 행보를 보여준다.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 Photo by Guillaume Ziccarelli

대니얼 아샴
1980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출생. 회화, 조각, 영화, 건축 등 다채로운 영역에서 활동한다. 뉴욕 쿠퍼 유니언을 졸업했고, 재학 중 2003년 겔먼 트러스트 펠로십(Gelman Trust Fellowship)을 받았다. 뉴욕 뉴 뮤지엄, 런던 사치 갤러리, 상파울루 OCA 미술관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상하이 하우 뮤지엄, 파리 국립 기메 동양 미술관, 페로탕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2007년에는 건축가 알렉스 무스토넨(Alex Mustonen)과 디자인 스튜디오 스나키텍처(Snarkitecture)를 설립해 활동 영역을 또 한 번 넓혔다. 퐁피두 센터, 디올 컬렉션, 빅토리아 주립미술관, 마이애미 현대미술관, 워커 아트센터 등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대니얼 아샴은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작업한다.


대니얼 아샴이라는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 치면 뉴스와 이미지, 블로그를 비롯해 쇼핑 카테고리에조차 그의 흔적이 넘쳐난다. 미술계를 넘어 디자인, 패션, 건축 등의 분야에서 수많은 러브콜을 받으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티스트 대니얼 아샴은 스스로를 ‘브랜드’로 만들었다. 9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인스타그램 계정은 대니얼 아샴의 강력한 영향력을 입증하는 단적 증거다. 이 영리한 작가는 매일같이 업로드하는 이미지와 영상을 통해 ‘팬’들과 직접 만난다. 그가 공유하는 내용은 단순한 정보 제공이나 홍보에 그치지 않는다. 필터를 거치지 않은 아이디어를 바로 공개하겠다는 듯이 내밀한 생각을 화두처럼 던지기도 한다. ‘예술가의 책무는 무엇인가?(What is the artist’s job?)’라는 메모를 보자. “현재를 재구성하기”, “차원을 넘나드는 내러티브”,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기”, “시대를 해석하기”, “기쁨과 슬픔을 만들기”, “시간 여행”, “낯설고 확실하지 않은 것을 친근하게 다시-보여주기”, “감정을 자극하는 정서를 쏟아내도록 자극하기”, “당신이 보고 싶은 것을 만들어 세상에 존재하게 하기”. 이는 대부분의 예술가가 한 번쯤은 던져볼 법한 중요한 질문에 대한 나름의 대답이자 그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일 것이다. 이렇듯 능숙한 이미지 메이킹만 피상적으로 주목하기엔 그가 곱씹는 고민이 얼마나 예술의 본질에 맞닿아 있는지 눈치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대니얼 아샴은 ‘고고학’이라는 단어를 자신의 시그너처로 만들었지만 픽션에 가까운 방식으로 시간을 정의하고 해석한다. 그의 예술 정신이 누비는 시간대에서는 포켓몬과 고대 그리스 로마 조각상이 동등한 층위에 놓이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현재를 살라’라는 구루(guru)들의 가르침과 달리 아샴은 ‘현재의 바깥’으로 우리를 밀어내고자한다. 농구공, 카메라, 컴퓨터 등 지극히 평범한 우리 시대의 오브제는 과거에는 없던 것이고, 또 언젠가의 미래엔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작가는 이런 사물이야말로 특정 시대로 통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의도적으로 시간의 경계를 붕괴시키는 지점에서 소위 ‘미래 유물(future relic)’은 현재에 존재하지만 동시에 미래로 던져진다. 시간의 추상성을 사물로써 이해하는 그는 유물론자일까? 분명한 것은 땅을 파는 고고학자보다는 쇠를 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사가 그에게 더 어울린다는 점이다. 놀라운 근면함으로 창작의 에너지를 분출하는 멀티플레이어 대니얼 아샴과의 즉문즉답을 준비했다.





Blue Calcite Eroded Moses, Blue Calcite, Quartz, Hydrostone, 258×117×121.5cm, 2019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 Photo by Guillaume Ziccarelli





Pyrite Cracked Face, Pyrite, Hydrostone, 35×30×25cm, 2015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 Photo by Claire Dorn





작업하는 대니얼 아샴.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 Photo by Guillaume Ziccarelli





Installation view of the exhibition at Musée Guimet Paris(France), 2020.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Photo by Claire Dorn

조각, 영상, 설치, 페인팅, 영화 등 다채로운 작업을 하는 작가님을 ‘경계를 허무는 아티스트’라고 하더군요. 이 표현이 마음에 드세요? 그런 표현이 도움이 되기도 하고, 작업 과정을 어느 정도 설명해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 자신이 특별히 ‘경계를 허문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넘나드는 건 사실이지만, 딱히 장르별로 다르다고 느껴지진 않거든요.

열정적으로 다작을 하시잖아요. 작품을 즉흥적으로 완성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오랜 시간 심사숙고하는 쪽에 가까운가요? 많은 경우 제 작품에는 특정한 기원이 없습니다. 겹겹의 아이디어와 생각의 중첩 속에서 작품이 자라거든요. 때로는 어떤 작품의 시초를 찾기 위해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 그 기원을 찾는 일이 생각만큼 쉽진 않아요.

파리 국립 기메 동양 미술관(Musé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 Guimet)에서 열린 개인전 에 관해 이야기해볼까요. 전작들이 현재의 오브제를 미리 유물화해 미래로 보내는 듯한 방식이었다면, 이 전시에선 미술관의 실제 유물을 활용하셨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가 더 복잡하게 한자리에 뒤섞여 있는 듯했달까요. 이처럼 시대의 스펙트럼을 넓힌 계기가 있다면요? 저는 종종 현재에서 취한 오브제를 미래에 투사함으로써 미래에 관해 이야기해왔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오브제를 사용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00년이 지나도 지구상 어딘가에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계속 존재할 수 있을지 몰라요. 마찬가지로 아를(Arles)의 ‘비너스’ 조각이나 사모트라케(Samothrace)의 ‘승리의 여신상(니케상)’도 어딘가에 존재할 수 있겠죠. 이러한 작품은 시간을 초월하는 것이고, 시간상 동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두 오브제가 한 시간대에 놓이도록 조합함으로써 관람객을 더 혼란스럽고 당혹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고고학은 본질적으로 과거에 관한 학문이잖아요. 작가님이 말씀하는 ‘미래의 고고학’이란 어떤 개념인가요? 말씀하셨듯 고고학은 과거에 관한 학문입니다. 현시대의 물건을 미래에 투영할 때, 우리는 현재의 고고학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물건이 앞으로 1000년, 1만 년 후에 어떻게 될지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죠.





Installation view of Daniel Arsham’s exhibition at Baro Galeria São Paulo(Brazil), 2014.
Photo by Filipe Berndt | neoarte.net





Installation View of Daniel Arsham’s exhibition at Perrotin Seoul(South Korea), 2017.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Installation view of the exhibition at Musée Guimet Paris(France), 2020.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 Photo by Claire Dorn





Corner Knot, EPS, Plaster, Paint, Joint Compound. 46×162.5×51cm, 2008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고백하자면, 작가님의 작품을 볼 때마다 가까이 가서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그토록 섬세한 질감을 구현하기 위해 어떻게 작업하시나요? 작품의 질감과 표면은 확실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저는 상당히 의도적으로 회화 작품의 표면조차 윤기 없이 굉장히 매트한 질감을 살리려고 해요. 청동의 경우 오래된 녹슨 느낌을 살릴 수 있는 고유한 성질이 있지요.

대리석, 화산재, 크리스털 등 주로 쓰는 재료는 확실히 작품에 신비로운 체취를 더하는 것 같습니다. 재료의 사용법에 관해 이야기해볼까요? 작품에 쓰는 재료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작품 자체의 시각적인 면만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죠. 가령 세월에 풍화된 것처럼 보이는 물건이 있다고 생각해볼까요? 사실 그것이 사람들이 보통 특정한 지질학적 연대와 연관 짓는 재료로 만든 것이라면, 그 이유만으로도 어느 정도 오래된 물건처럼 보일 수 있다는 말이죠.

작가님은 미술계뿐 아니라 패션계, 자동차업계에서도 사랑을 받으시죠. 무려 농구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맡으셨습니다. 예술 작품이 아니라 특정 브랜드와 ‘협업’할 때 어떤 자세로 임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협업이 ‘예술가’로서 자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아침 8시에서 9시 사이에 스튜디오로 가서 저녁 6시까지 그곳에 머뭅니다. 그사이 아주 많은 일을 하죠. 모두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입니다. 시간을 보내기에 아주 멋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협업물이 예술가로서 제가 만든 작품과 차이가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저에게는 거의 같다고 느껴져요. 결과물의 목적은 다를지 몰라도 그것을 만들기 위한 제 몸짓(gesture)은 같으니까요.

궁극적으로 ‘시간’을 어떻게 정의하세요? 안무가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의 무대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작품을 만든 이래 저는 항상 그 시간의 문제에 관해 생각해왔어요. 시간 자체에 관해,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시간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1분 혹은 1시간이 흐르는 것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등에 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제 작품은 모두 관람객으로 하여금 시간을 달리 느끼게 해요. 시간을 압축하고 또 확장하죠.

플랫폼은 다양해졌고, 그곳을 채울 콘텐츠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어요. 이러한 시대에 예술가로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과거와는 다른 관람객층을 접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분명히 새로운 시대라 생각합니다. 예술은 과거에 그러한 것처럼 배타적인 것이 아니고, 그것이야말로 훌륭한 변화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이 최근 몰두하고 있는 상상의 주제는 무엇인지 귀띔해주신다면요? 요즘 분재, 자동차, 영화, 가구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특히 1950년대와 그 이후 가구 디자인에 굉장히 관심이 가요.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이가진(미술 저널리스트)
사진 제공 페로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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