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보다 예매하기 힘든 미술관, 리움의 비결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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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4

콘서트보다 예매하기 힘든 미술관, 리움의 비결

2021년 10월 재개관과 동시에 국내 미술계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리움 미술관의 부관장, 김성원 교수를 만나다.

리움미술관 부관장 김성원.

삼성가의 문화 예술 사랑은 이제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래서일까. 리움미술관의 기획 전시와 소장품 전시는 예약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문을 닫았던 시간이 긴 만큼 미술관은 현시점에 ‘리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또 ‘미술관’으로서 기능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이런 흐름에 발맞추고 또 이끌어나갈 동반자로 김성원 부관장을 낙점하며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페이지를 통해 김성원 부관장의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 리움미술관이 국내외 미술계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지 가늠해본다.

지난가을 리움미술관의 재개관이 큰 이슈였어요. 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매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고요. 미술계에서는 특히 김성원 교수님이 부관장 자리에 앉으며 기대를 더한 것 같아요. 리움미술관과는 어떻게 연을 맺게 됐나요?
2021년 6월에 처음 부관장직 제의를 받았어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7월에 승낙했죠. 미술관에서 저를 초대하고 그 자리를 제안한 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 믿음을 보여주셨고, 제가 미술관에서 맡을 역할이 분명했고,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저도 결심했죠. 지금은 미술관의 향후 20~30년을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그러면서 재개관 이전과는 분명 다른 변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변화는 과거와 완전히 등지는 변화가 아니라 현재를 잘 파악하고 크고 작은 변화를 반영해나가며 미래에 결실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걸 뜻합니다. 그래서 시대와 발맞춰 함께 가는 미술관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기죠.
리움미술관은 국내외 관람객의 기대감이 특히 높은 전시 공간입니다. 부관장님은 어떠한 점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실 계획인가요?
분명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전시나 교육 같은 프로그램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본질은 미술 생태계라고 생각합니다. 미술관, 미술 시장, 대안 공간 같은 미술 현장 최전방에서 활동하는 각각의 주체가 있는데 이들이 자신의 역할을 잘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미술관은 대안 공간과 경쟁해선 안 되죠. 다른 공간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큰 전시를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니까 규모나 연구적 측면에서 분명 달라야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리움미술관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 미술 현장에서 리움미술관이 차지하는 위상이 반드시 있어요. 규모나 전시, 혹은 예술적인 지원 면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리움미술관 입구 전경.





청자소품실 전경.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양한 방면에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관람객과의 관계 측면에서 말씀드리면, 미술관에 오는 이들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얻지 못할 경험을 기대합니다. 다른 문화 활동과 비교할 때 전시 관람은 분명 사람들에게 색다른 느낌과 경험을 선사하죠. 예술이 본디 그러하니까요. 미술관은 ‘어디서도 해보지 못한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안해야 합니다. 물론 대중이 좋아하는 전시, 트렌드에 맞는 전시도 필요하겠지만, 꼭 이에 맞추려고 해선 안 되겠죠. 미술관에서 제시하는 어떠한 레벨의 전시를 관람객이 얼마나 잘 향유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서 퍼블릭 프로그램의 역할이 중요해요. 전시와 관람객이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니까요. 또 미술관은 작품 없이는 존재할 수 없어요. 소장품은 미술관의 핵심이죠. 이 자산을 알아보는 혜안이 필요하고, 잘 보존해야 하며 또 대중에게 이를 잘 보여줘야 합니다. 이런 기본적 임무를 절대 소홀히 해선 안 되죠.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서 리움미술관의 역할이 분명히 보이네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할 때 그 미술관은 나라의 중요한 기관이 됩니다. 미국의 뉴욕 현대미술관, 프랑스의 퐁피두 센터 같은 곳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왜 유명할까요? 훌륭한 소장품이 있고, 이를 기획전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잘 보여주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 관람객이 최적의 상황에서 전시와 작품을 체험하고 또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미술관의 임무는 절대 새롭지 않지만,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무척 어렵죠. 우리는 늘 미술관 본연의 역할을 돌아보고 또 돌아봐야 합니다. 리움미술관도 시대와 함께 가는 미술관을 지향합니다. 트렌드를 따라간다는 말이 아니에요. 작가가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또 비판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면, 이들의 작업이 과연 시대의 요구를 잘 반영했는지, 비판했는지, 또 앞으로 변화의 흐름을 가져올 작가인지 잘 보고 선정해 대중에게 소개하는 것이 미술관의 임무입니다.
앞으로 리움미술관에서 선보일 전시들이 무척 기대됩니다. 지금 이 시점에 미술관은 사회에 어떠한 제스처를 보여줄 수 있을까요?
전시를 만들 때 우리는 늘 작가를 초청하고, 또 작품을 초청한다고 생각해요. 이들에게 ‘주목한다’는 거죠. 작가는 우리의 현실, 삶을 이야기하는 이들입니다. 현실이라고 하면 우리는 정치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결국 어떠한 측면에서 이를 바라보고 또 제시하는지에 따라 예술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렇게 현실, 현재의 이야기를 잘 담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무래도 리움미술관에 향후 2~3년은 멈춘 시곗바늘을 다시 돌리며 기지개를 켜는 시기일 거예요. ‘우리 다시 열었어. 깨어났어’라며 국내외 미술계에 손짓을 해야 하죠. 문을 닫은 동안 미처 선보이지 못한 작가와 그들의 작업을 보여주며 국내외 미술 현장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리움미술관 재개관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전 ‘펼쳐진 몸’ 섹션에서 선보인 이브 클랭의 ‘대격전’.

매체가 더욱 다양해지고, 메타버스나 NFT같이 새롭게 붐업되는 개념도 있어요. 자연스럽게 전시 관람 방법도 다양해졌죠. 이에 대한 부관장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저는 아직 메타버스나 NFT 같은 기술을 미술관이 직접적으로 반영하긴 이르다고 생각해요. 아직 그런 방식으로 작업하는 작가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 미술관 역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조심스러운 거죠. 그렇다면 과연 두 손 놓고 작가들이 어느 정도 이를 활용해 작업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작가들 사이에 어떤 움직임이 있다면 그걸 살펴보는 것도 미술관의 중요한 임무입니다. 마치 과거에 사진이나 영상을 감상하거나 소유하는 방법이 없었다가 생겨난 것처럼 말이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같은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매체로 작업하는 작가가 늘어나면서 분명 전시와 작품 소장의 개념 혹은 방법을 바꿔놓을 겁니다. 리움미술관도 이러한 작가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이들이 어떻게 전시 혹은 미술관 관람의 개념을 전복할 수 있을지 살펴보려 합니다.
그렇다면 관람객이 리움미술관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하기 위해선 어떠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요?
그 문제에 대해선 반대로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미술관에서만큼은 미술관 밖에서 하던 수동적 교육 방식을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일방적 지식 전달 같은 방식으로 예술을 이해하지 않았으면 해요. 내가 잘 이해하지 못했거나 잘 모르더라도 결국 본인만이 가져갈 수 있는 경험이 있어요. 예술엔 답이 없잖아요. 우리는 항상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는 걸까요? 그건 아니라는 거죠. 설명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설명은 단지 작품 감상을 도울 뿐, 거기에 끌려가는 감상을 해선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런 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은 미술관뿐이니까요. 작가들에게 질문하는 것은 중요해요. 단지 질문을 통해 정해진 답을 구하려 하지 말고, ‘나는 네 작품을 이렇게 보는데”로 시작해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질문이었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관람객에게 작가와 전시가 주는 숙제 아닐까요? 오랫동안 치열하게 고민한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에게 어찌 보면 그 정도 반응은 보여주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이 리움미술관의 사회적 역할과 삼성가의 사회 공헌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국공립 미술관보다 높은 기대치에 걸맞은 역할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고요.
미술관이 존재하고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사회 공헌이죠. 미술 생태계의 한 객체로서 리움미술관이 그 역할을 수행한다면, 또 다른 객체들 역시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같은 레벨로 올라올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그것이 바로 사회 공헌이죠. 다른 무엇이 있을 수 있나요?
결국은 생태계네요. 지속 가능한 미술계와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듯합니다.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랍니다. 우리 삶에서도 환경문제, 즉 생태계 파괴에 대한 경각심이 있잖아요. 미술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작은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해요. 어떤 것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그 피해는 미술계를 이루는 가장 작은 객체인 작가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죠. 작가가 없으면 미술계가 존재할 이유도 없는데, 이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 같은 사람을 비롯해 미술관까지 모두 힘써야 합니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김제원(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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