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CUBE IN SEOUL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LIFESTYLE
  • 2023-10-12

WHITE CUBE IN SEOUL

영국 갤러리 화이트 큐브가 서울에 상륙했다. 제이 조플링 CEO에게 화이트 큐브의 이모저모

제이 조플링 CEO.

영국 갤러리 화이트 큐브가 프리즈 서울이 개최되기 하루 전날인 9월 5일 호림아트센터 1층에 ‘화이트 큐브 서울’을 오픈했다. 홍콩에 이은 아시아 두 번째 지점으로, 300m²(약 91평) 면적의 공간을 전시장과 프라이빗 뷰잉 룸 등으로 구성했다. 오픈 행사에서 화이트 큐브 서울 측은 “한국 시장과 궤를 같이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예술계와 활발한 네트워킹을 계획하겠다”라고 출사표를 던져 참석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1993년 런던 듀크 스트리트(Duke Street)에서 첫발을 내디딘 화이트 큐브는 20세기 후반 등장한 영국 젊은 미술가 yBa(young British artists)의 작업을 중점적으로 전시하면서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게리 흄·데이미언 허스트·마크 퀸·앤터니 곰리·트레이시 에민 등 작가가 대표적. 이 외에도 길버트 앤 조지·모나 하툼·안드레아스 구르스키·안젤름 키퍼·제프 월 등이 화이트 큐브와 연을 맺고 있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박서보 화백이 2017년 런던 메이슨 야드(Mason’s Yard) 지점과 2021년 버몬지(Bermondsey) 지점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 화이트 큐브는 런던과 서울, 미국 웨스트팜비치, 프랑스 파리, 홍콩에서 아트 러버들을 맞이하는 중이다.
그 중심에 제이 조플링(Jay Jopling) CEO가 있다. 이튼 칼리지와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미술사를 공부한 그는 어릴 때부터 미술과 가까운 삶을 살았다. 테이트 미술관 지근거리에 거주한 덕분에 열 살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미술관을 자주 방문한 그는 당시 마크 로스코와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업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미술을 향한 사랑을 차곡차곡 쌓아온 제이 조플링의 첫 직업은 놀랍게도 소화기 방문 판매원. 비록 10대 후반에 한 아르바이트지만, 그는 판매를 위해 직접 소매에 불을 붙일 만큼 열정을 쏟아부었다. 더불어 뉴욕 맨해튼에서 장 미셸 바스키아·줄리언 슈나벨·키스 해링을 만나 자선 경매 ‘New Art: New World’에 작품을 출품해달라고 설득한 건 널리 알려진 일화. 뭔가에 한번 꽂히면 저돌적인 성격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영업 기술을 연마한 조플링은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팔지 못하면, 아티스트를 잃습니다(If you can’t sell, you lose your artists).”





라킵 쇼, Birds of a feather… can’t always fly, 2022-2023, 프리즈 서울 부스. © Raqib Shaw. Photo © White Cube (David Westwood)

그런 제이 조플링이 이끄는 화이트 큐브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술 애호가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적 작가의 작품을 서울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릴 테니. 그러나 한편으로는 의문도 있었다. 아트 바젤·UBS의 ‘2023년 미술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1%를 차지했다. 미국·영국·중국과 비교하면 영향력이 아주 미미한데, 그는 한국의 어떤 가능성을 엿본 것일까. “2022년 프리즈 서울의 성공을 보면서 한국이 국제적으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지역 문화와 예술에 대한 깊은 지식과 열의를 지니고 있더군요. 또 국제적 현대미술 흐름에 큰 관심을 보이는 커뮤니티도 목격했죠. 한국은 화이트 큐브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새로운 관람객과 소통하기에 완벽한 장소입니다.”
‘화이트 큐브’라는 이름은 1976년 미술비평가 브라이언 오도허티(Brian O’Doherty)가 미술 잡지 <아트포럼(Artforum)>에 기고한 ‘화이트 큐브 안에서(Inside the White Cube)’라는 글에서 기인한다. 당시 오도허티는 일상의 맥락과 단절시킨 흰색 공간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는데, 오히려 화이트 큐브 갤러리는 흰색 공간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마치 예술을 위한 예술처럼. 이는 결과로 증명되었다. 오롯이 작품에 몰두할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에서 전시를 연 작가들은 명성을 얻었고, 나아가 미술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연장선에서 조플링은 꾸준히 젊은 예술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yBa와 젊은 시절을 함께 보낸 그는 “기존의 것과 아방가르드적인 것을 충돌시키는 것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했는데, 실제 조플링이 점찍은 작업은 실험적·창의적이란 단어와 잘 어울린다. 흥미롭게도 그와 함께 성장한 작가들은 늘 상업적이란 비판을 받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들이 붐을 일으킨 미술 시장이 현대미술사를 이끌고 있음을 발견한다. yBa처럼 말이다.





위쪽 화이트 큐브 개관전 <영혼의 형상> 전경.
아래왼쪽 미노루 노무타, Ascending Descending-9, 2018, 프리즈 서울 부스. © the artist. Courtesy White Cube
아래오른쪽 루이스 지오바넬리, Soothsay, 2023, 화이트 큐브 전시. © DACS. Photo © White Cube (Theo Christelis)

“자본이 예술을 좇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 반대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화이트 큐브는 떠오르는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물론 1990년대 초기 yBa 세대가 가장 먼저 거론되겠지만, 최근 미술계에서 부상 중인 마이클 아미타지·이브라힘 마하마·줄리 커티스 등도 있어요. 저는 화이트 큐브가 동시대 예술 흐름에 이바지하는 몇 안 되는 상업 갤러리란 사실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난 9월 펼쳐진 ‘서울 아트 위크’를 경험한 결과, 화이트 큐브는 서울에 무사히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 큐브 서울의 개관전 <영혼의 형상(The Embodied Spirit)>이 첫날부터 문전성시를 이뤘기 때문. 그동안 스마트폰으로만 보던 작업을 실제로 본 관람객 사이에선 호평이 잇따랐다. 프리즈 서울 부스 역시 구매 문의를 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세일즈 리포트에 따르면, 미노루 노무타는 5만 파운드(약 8330만 원), 트레이시 에민의 네온 작품 2점은 6만5000파운드(약 1억830만 원), 툰지 아데니 존스는 7만5000파운드(약 1억2500만 원), 라킵 쇼는 9만 파운드(약 1억5000만 원), 박서보는 49만9000파운드(약 8억3000만 원)를 기록할 만큼 호조를 보였다.
서울 일정을 마친 제이 조플링은 이제 미국 뉴욕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10월 화이트 큐브는 뉴욕 지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한 달 사이에 갤러리 두 곳을 공개하는, 그야말로 공격적 행보다. 마지막으로 조플링에게 올해 갤러리를 확장하는 이유와 향후 전체적 화이트 큐브 운영 방침에 대해 물었다.
“뉴욕은 미술 시장, 예술가, 문화적 맥락 등 여러 이유로 중요한 지역이에요. 오랫동안 뉴욕에 적합한 공간을 찾고 있었어요. 2023년은 화이트 큐브 개관 30주년이 되는 해인데, 서로 다른 두 대륙에 갤러리를 오픈한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멀리 그리고 꾸준히 왔는지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1·2차 시장 갤러리인 화이트 큐브는 생존 작가뿐 아니라 예술가의 유산과도 협력하고 있어요. 예로, ‘살롱(Salon)’ 프로그램을 통해 알렉산더 콜더·앤디 워홀·장미셸 바스키아·카르멘 에레라 같은 주요 2차 시장 작품을 정기적으로 온라인상에서 공개하고 있죠. 미래에는 이 분야의 사업이 더욱 활발해질 거예요. 앞으로 화이트 큐브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예전에 주목받지 못했거나 소외된 예술가를 조명하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하려고 합니다.”





 About White Cube Seoul 
화이트 큐브 서울 개관전으로 철학, 형이상학, 인간 행동의 동기를 탐구하는 작품을 한데 모은 <영혼의 형상>전이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글로벌 아티스틱 디렉터 수전 메이(Susan May)가 이야기하는, 키워드로 본 화이트 큐브.

형이상학적이라는 어려움 관람객이 단어의 뉘앙스에 위축되지 않았으면 해요. <영혼의 형상>전은 AI에 대한 높아진 불안감에서 출발했습니다. 우리를 인간으로 존재하게 하는 건 창의성과 정서 지능, 직관이에요. 이를 표현하는 중요한 방법이 예술이죠. 독창성과 인간성을 상기시키기도 하고요. 신체를 표현한 작품을 통해 몸과 정신이 하나라는 생각을 했으면 합니다.
서로 다른 문화의 교차점 2024년 화이트 큐브 서울 프로그램을 곧 발표할 예정이에요. 우리 목표는 훌륭한 작품을 한국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것입니다. 내년에 뉴욕 지점에서 박서보 화백의 개인전이 열리는데, 이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가 교류하는 방법을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신진 예술가 지원 철저하고 엄격한 큐레이팅과 비평을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것이 우리 목표예요. 위대한 예술에는 상업적 성공이 따라온다고 믿습니다. 그중 하나가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예술가를 찾아내는 일이죠. 갤러리 전시 경험이 없는 작가를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인사이드 더 화이트 큐브(Inside the White Cube)’가 대표적 프로그램입니다.
Contemporary Historic & Historic Contemporary 화이트 큐브는 예술가가 이끄는 갤러리입니다. 우리는 흥미로운 작품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전시장과 작업실을 방문하죠. 이를 바탕으로 동시대 시련을 견디고, 미래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예술가를 찾고자 해요. 이처럼 화이트 큐브는 과거의 예술을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을 제공함으로써 ‘현대적인 역사’를 만들고, 미술 시장을 통해 ‘역사적인 현대’를 이뤄낸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에디터 박이현(hyonism@noblesse.com)
사진 화이트 큐브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