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완성에 이르는 길 - 올리버 크루제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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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9

예술의 완성에 이르는 길 - 올리버 크루제

올리버 크루제는 예술가이며 교수이자 쾰른시 예술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문화 선구자다.

올리버 크루제. Photo by Wolfgang Wesener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과 재단은 문화 예술을 심도 있게 연구하고 실험하며 예술에 헌신하는 공간인데, 예술가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컬렉션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리 재단의 사명은 예술적 관점과 통찰력을 세상에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입니다. 작품 제작 과정, 인식이 상호 연관돼 있다는 걸 잘 알죠. 우리의 전제는 대중을 직접 만나야 비로소 완성에 이릅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해도 관람객과 직접 마주하고 소통해야 하죠. 인젤 홈브로이히는 미술관이면서 동시에 예술을 실천하는 창작 공간이기도 합니다. 꾸준히 예술가를 지원하면서 현대미술에 공간과 가시성을 부여하는 것이 곧 우리 미술관을 미래로 이끄는 힘이에요.
평생 예술에 둘러싸여 지내셨다고요.
사실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예술을 아우르는 모든 분야의 감수성을 접할 수 있었죠. 그건 상당한 특권입니다. 조부모님과 부모님, 선생님까지 모두 제 인생과 예술에 깊은 영감을 주셨죠. 살면서 다른 예술가에게 예술을 배우기도 했고요.
이사장으로서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을 운영하며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일관된 ‘관점’을 유지해야 합니다. 예술에 관한 우리의 생각과 신념을 계속 신뢰해야 하고 관료주의, 경제적 제약 또는 실질적 이유와 타협해선 안 돼요. 계속해서 다음 세대를 끌어들여 우리와 함께할 수 있게 해야 해요. 이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모두 함께 길을 이어가는 거죠. 자연과 예술과 함께, 동등하게.





게스트하우스 ‘Kloster’에 있는 라케텐슈타티온 홈브로이히 설계는 에르빈 헤리히가 맡았다. © Bildarchiv Foto Marburg, Tomas Riehle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 설립자이자 아트 컬렉터인 카를-하인리히 뮐러(Karl-Heinrich Muller)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200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예술에 헌신한 분이죠.
카를-하인리히 뮐러는 이상주의자면서 활력 넘치는 진정한 예술 후원자였어요. 기업가 출신으로 미술관에서 창조적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최종적으로 작품을 수집해 현재의 컬렉션을 이루는 데 평생을 바쳤죠. 인간, 동물, 식물 등 살아 있는 다양한 존재를 동등한 권리로 연결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확신했어요. 또 영적인 것, 미술, 음악, 시 등 다양한 예술에 해박했을 뿐 아니라 자연환경에 내재한 다학제적 예술 실험에 관심을 뒀죠. 궁극적으로 노동 자원, 아이디어, 시간이라는 요소를 중시하면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이끌고자 한 선도적 인물이에요.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 부지에는 특별한 구역이 있죠? 라케텐슈타티온 홈브로이히(Raketenstation Hombroich)와 키르케비펠트(Kirkeby-Feld) 두 곳요.
라케텐슈타티온 홈브로이히는 들판에서 불과 2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실험실이에요. 옛 나토(NATO) 로켓 발사 기지로 시각예술가, 작가, 음악가, 과학자가 따로 또 같이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개조한 공간이죠. 이 공간과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 사이에 키르케비펠트가 있어요. 여기서 덴마크 예술가 페르 키르케뷔(Per Kirkeby)가 만든 출입 가능한 조각(walk-in sculptures) 다섯 점을 볼 수 있죠.
그동안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을 거쳐 간 예술가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요?
지난 40여 년에 걸쳐 예술가, 건축가, 조경가, 작가, 음악가, 과학자 등 많은 이들이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에 헌신하고 좋은 작품을 선보였어요. 우리는 그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해야 합니다. 여기서 작업했거나 작품을 선보인 예술가는 때로는 익명으로, 때로는 이름을 걸고 우리와 함께 긴 역사의 일부로 자리했어요. “우리는 받는 것으로 생계를 꾸리고, 주는 것으로 삶을 꾸린다”라는 처칠의 진실된 정신처럼, 모든 예술가가 우리 미술관에 열정을 기부했습니다. 그중 몇 명만 꼽을 수는 없습니다. 한 분 한 분 모두 기억에 남고 훌륭한 분이에요.





에르빈 헤리히의 출입 가능한 조각 ‘Zwolf-Raume-Haus’와 바르트 판데르렉의 작품. Photo by Tomas Riehle © Bildarchiv Foto Marburg, Bart van der Leck, VG Bild-Kunst Bonn, 2022. Erwin Heerich, VG Bild-Kunst Bonn, 2022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은 독특한 건축물로도 유명하죠.
부지 내 건축물은 모두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조각상 건축물’을 구상한 에르빈 헤리히(Erwin Heerich)는 조각가인데, 공간의 고유한 경험을 제공하는 투명한 흰색 공간을 만들었어요. 일부는 야외 공간이나 자연과 상호작용하며 순수한 공간 경험을 제공하죠. 그 안에서는 작품과 관람객이 같은 조명 아래 공존할 수 있습니다. 많은 면에서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은 동시대의 어떤 담론보다도 앞선 환경을 구축했다고 할 수 있어요.
해마다 수많은 방문객이 이곳을 찾을 텐데, 그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1년에 약 8만 명의 방문객을 맞아요. 하지만 방문객 수가 전부는 아니에요. 한번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을 찾은 사람은 대부분 다른 계절이나 시간에 꼭 다시 오거든요. 재방문객이 정말 많습니다. 많은 방문객이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을 예술과 자연에 몰입하는 장소로, 개인의 인식, 예술, 자연이 공명하는 장소로 생각하고 반응해요.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과 다른 예술 공간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는다면요?
우리 미술관은 존재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고 예술적 실험이자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어요. 다른 공간은 대부분 예술 작품을 전시하도록 설계하잖아요. 우리 미술관은 방문객이 스스로 자기 인식과 예술을 연결 짓고 예술과 자연의 내적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체 공간을 구성했어요. 이미 고정된 개념은 이곳에서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해요.





위쪽 에르빈 헤리히의 ‘Turm’. Photo by Iwan Baan © VG Bild-Kunst, Bonn 2022
아래쪽 에르빈 헤리히의 ‘Graubner-Pavillon’. Photo by Iwan Baan © VG Bild-Kunst, Bonn 2022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을 방문하고 싶은 독자에게 미술관을 즐길 수 있는 팁을 주신다면요?
우리 미술관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요소와 인류가 만들어내는 요소에 관한 담론을 제공해요. 미술관, 공원, 역사적 정원, 정자, 갤러리, 스튜디오, 라케텐슈타티온 홈브로이히에 있는 실험실에서 하루를 보내면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에서는 충분한 시간과 열린 마음이 중요해요. 그 시간에 미술관을 찬찬히 거닐며 무엇을 발견하고 얻어 갈지는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달렸어요.
올해 준비하고 있는 전시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올해도 다양한 전시, 심포지엄,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3월 말부터는 유럽에서 이름을 알린 네덜란드 사진작가 이반 반(Iwan Baan)이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에서 찍은 사진을 라케텐슈타티온 홈브로이히에서 전시해요. 5월 말부터는 네덜란드 화가, 디자이너, 도예가이자 테오 판두스뷔르흐, 몬드리안과 함께 데스테일(De Stijl) 예술운동을 창시한 바르트 판데르렉(Bart van der Leck)의 대규모 전시가 열려요. 인젤 홈브로이히 재단이 소장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최초로 보여주는 자리예요. 이 전시에서는 동시대 예술가의 작품도 함께 선보여 그동안 과소평가된 데스테일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또 5월에 아틀리에하우스(Atelierhaus)에서는 새로운 컬렉션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8월 말에는 3일 동안 축제가 열리는데, 에르빈 헤리히 제자들의 작품을 키르케비 예배당(Kirkeby Chapels)에서 전시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우리 미술관 친구인 푀르데르베레인(Forderverein, 고등학교나 대학교 수준의 학교 조직)이 5월에 열리는 인젤페스티벌(Inselfestival)뿐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많은 음악가가 모이는 클래식 콘서트 시리즈를 계획하고 있는데, 아주 기쁩니다. 더 많은 연구, 심포지엄, 강의를 개최하며 프로그램의 내실을 다지는 한 해가 될 것 같네요. 우리가 준비 중인 모든 이벤트가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20년 전에 ‘우주공간연구소(RaumOrtLabor)’라는 프로그램을 옛 나토 기지가 있던 곳에서 출범했거든요. 앞으로도 꾸준히 프로그램에 매진하며 많은 예술가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개개인과 공동체가 책임감 있는 예술적 환경을 구축하는 데 함께 힘쓰고 싶습니다.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사진 제공 인젤 홈브로이히 재단·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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