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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30

여행의 의미

다시 찾아온 여행의 시간을 농밀하게 채우는 책 세 권.

얼마 전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떠날 기회가 있었다. 마감이라는 현생으로부터 잠시 멀어지기 위해 향한 곳은 프랑스 파리. 5년 전 여행에서 보름이나 머물렀던 파리를 또다시 택한 건 당시 경험이 내 삶의 일부를 충만하게 채웠을 뿐 아니라 남몰래 그곳을 마음의 고향이라 여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파리와의 재회가 더욱 특별하길 바랐던 내게 출국 전날 읽은 모모미 작가의 <다시 파리에 간다면>은 여행 내내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었다. ‘혼자 조용히, 그녀의 여행법’이 부제인 이 책은 파리에서 프라이팬 구입하기, 가장 긴 공원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보기 등 40가지 ‘소확행’을 나열하는데, 덕분에 변치 않은 모습으로 반겨준 파리를 시간에 쫓기듯 여행하지 않고 마음 놓고 배회할 수 있었다. 그 끝에는 스스로에 대한 은근한 긍정과 다짐까지 남았으니,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이런 데 있지 않을까? 여름휴가를 앞두고 여행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줄 신간 세 권을 아직 채 가시지 않은 파리 여행의 뜨끈한 마음을 담아 소개한다.
‘일상의 철학자’라 불리는 작가 알랭 드 보통이 기획한 <나를 채우는 여행의 기술>은 평범한 여행을 단숨에 특별하게 바꿔줄 30가지 질문을 모았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핵심은 바로 여행자가 자신의 내면에 시선을 두는 것. 여행이 언제나 그러하듯, 이 책 역시 가장 큰 난제인 동시에 가장 단순한 질문 ‘어디로 갈 것인가?’에서 시작하는데, 우리가 끌리는 여행지는 알고 보면 현재 삶에 없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것이라 믿는 장소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이를 고민하는 것이 나를 채우는 여행의 첫걸음인 셈. 결국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는 여행은 개인을 성장시키는 계기에 가깝다. 알랭 드 보통 특유의 재치 있는 문장과 탁월한 통찰력이 담긴 이 책을 읽는다면, 여행이 거창하고 호화롭지 않더라도 이전과 확연히 다른 색을 띨 것임이 분명하다.
그 어느 때보다 여행에 대한 갈망이 강렬했던 팬데믹이 막을 내렸건만 넘쳐나는 여행 정보 속에서 여행 풍경은 천편일률적 양상을 보이는 실정이다. 그런 만큼 세계 곳곳을 누빈 훈련된 여행자의 특별한 여행법이 눈에 띌 수밖에. 도시 건축가 김진애는 <여행의 시간>을 통해 직업 특성상 일생 동안 터득해온 여행 비법을 공유한다. 여행에도 근력이 필요하고, 마치 연애처럼 자신과 궁합이 맞는 장소를 발견해야 하며, 살면서 한 번쯤 홀로 떠나는 여행이 필수라는 것. 또 커플·가족·반려동물·그룹·출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여행에 통달한 저자가 들려주는 여행지에서의 농밀한 체험은 각자 자신에게 맞는 여행 스타일을 설계하도록 이끄는 동시에 여행에 따르는 많은 선택을 반추하게 한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새삼스레 여행이라는 비일상이 일상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잘 들렀다 갑니다>는 다양한 형태로 기억되는 여행 요소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숙소를 조명하는 여행 에세이다. 14년 전 인도 바라나시로 첫 배낭여행을 다녀온 이후 매년 여행을 떠나는 저자 맹가희가 자신이 마음을 내준 숙소와 여행, 사람, 풍경을 담았다. 단순히 잠만 자고 지나칠 수도 있는 숙소가 그 자체로 여행에 대한 기억의 농도를 짙게 만듦을 알 수 있을 터. 세계 어느 한 곳에 또 다른 집이 되어준 숙소에서의 추억을 꺼내보고 싶은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에디터 손지수(jisuson@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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