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온기를 품은 보모어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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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04

시간의 온기를 품은 보모어

시간이 축적될수록 보모어 위스키의 따스함은 깊어진다.

전 세계 339병 한정으로 제작한 보모어 50주년 위스키.

“보모어 위스키에는 ‘이건 이렇다’라는 식의 단정적 요소가 희박하다. 대신 난롯불 앞에서 정겨운 옛 편지를 읽을 때와 같은 고요함과 따사로움, 정겨움이 배어 있다. 슈베르트의 긴 실내악을 들을 때처럼, 눈을 감은 채 호흡을 길게 잡고 음미해야 한결 깊고 그윽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마따나 보모어(Bowmore) 위스키와 마주하면 ‘가까이 두고 오래 사귄 벗’이란 표현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증류소가 한적한 바다 호수 로킨달(Lochindaal) 근처에 있어서일까. 작열감이라는 여느 위스키의 강렬한 첫인상과 달리 보모어를 한 모금 머금으면 잔잔한 물 위를 유영하는 착각에 빠진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언제나 네 편이 되어줄게”라고 속삭이는 듯, 온몸에 온기가 도는 경험. 지난 7월 26일, 포시즌스 호텔 서울 찰스 H.에서 그런 보모어 위스키의 50주년 제품(보모어 1969 50년) 출시를 축하하는 이벤트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전 세계 339병 한정 제작된 보모어 1969 50년과 160병 한정 보모어 40년, 2580병 한정 보모어 30년을 소개하고, 보모어 12년·18년·30년을 시음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은은한 오라를 뽐내던 위스키병과 예술적 감각이 돋보인 패키지, 증류소 주변 자연환경을 묘사한 테이블 세팅, 위스키에서 영감받은 음식 등 모든 것이 보모어를 위한 시간이었다. 보모어 50주년 제품 출시 기념 행사는 “플로어 몰팅(floor malting, 바닥에 맥아를 펼쳐 말리는 작업), 아름다운 캐스크, 오랜 발효와 최고 숙성으로 만든 보모어 위스키는 다양한 풍미를 자랑합니다. 에이징할수록 맛과 향이 깊어지는 보모어 위스키와 멋진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라는 보모어 글로벌 프라이빗 클라이언트 디렉터 대릴 홀데인(Daryl Haldane)의 영상 편지로 시작했다. 이윽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환호하게 만든 건 보모어 1969 50년의 등장.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위스키 숙성 창고인 보모어 넘버원 볼츠(No.1 Vaults)의 울퉁불퉁한 벽면을 형상화한 패키지에 둘러싸인 위스키가 곁으로 다가온 순간,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이 떠올랐다. 조개껍데기가 연상되는 패키지 내부의 묘한 문양이, 푸른 바다 위에 서 있는 듯한 모습이 딱 비너스였기 때문이다.
보모어 1969 50년은 세월의 켜를 집대성한 위스키다. 반세기 동안 버번·올로로소 쉐리 캐스크에 머물러서인지 감귤·백합·아카시아 꿀·애플파이·프리지어 향 등과 함께 구운 아몬드·레몬 머랭·육두구·코코넛 맛 등을 느낄 수 있다. 그야말로 거부할 수 없는 야누스적 매력. 이로 인해 ‘후대에 남길 수 있는 최고 유산’이란 보모어의 자긍심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후 선보인 보모어 30년과 40년도 제각각 개성이 돋보였다. 밝은 금색이 시선을 사로잡는 30년은 꿀·바나나·복숭아·파인애플 향으로 대표되는 톱 노트의 여운이 남고, 진한 마호가니색이 중후함을 풍기는 40년은 구운 밤·다크 초콜릿·프럴린 향 등이 어우러져 인상적이다.
눈으로 위스키를 즐긴 뒤 이어진 건 12년·18년·30년 시음. 당시 위스키 못지않게 관심을 받은 건 다름 아닌 음식이었다. 보모어를 사랑하는 포시즌스 호텔 서울 총주방장이 12년·18년·30년에 맞춰 카나페를 준비했기 때문. 고연산으로 갈수록 달콤함을 더한 그의 카나페는 위스키를 돋보이게 하는 훌륭한 파트너였다. 고대하던 첫 번째 위스키는 보모어 12년. 아일라 위스키를 선호한다면 꼭 마셔봐야 할 보모어 12년은 ‘밸런스’ 그 자체였다. 달콤함과 스모키함의 적절한 균형감이 어느 음식과도 근사한 푸드 페어링을 이룰 것이라는 믿음이 생길 정도. 더욱이 보모어 12년은 식전주로 유명한데, 특히 오이스터 루지(Oyster Luge, 굴과 위스키를 페어링해 먹는 것)가 별미라고 하니 벌써 추운 날씨가 기다려진다. 다음으로 시음한 보모어 18년은 12년보다 부드럽지만 흥미롭게도 스파이시함과 스모키함, 산미가 입안을 맴돌았다. 여기에 훈제 음식을 곁들이니 피트 향이 배가됐다. 누아르 분위기에 취하고 싶은 날엔 보모어 18년이 제격일 듯싶다. 마지막으로, 보모어 30년은 회춘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30년 숙성이라 18년보다 스모키함이 강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되레 드라이하고 청량하다. 또 보모어 30년은 뭔가 숨어 있는 듯 신비로움이 느껴져 자칫 여러 향미를 놓칠 수 있으니, 여유로운 날 섬세한 집중력으로 마실 것을 추천한다.
‘시간의 예술(The Art of Time)’, 1779년 설립한 보모어 증류소의 모토다. 250여 년이라는 역사가 빚어낸 보모어 위스키는 달콤함, 스모키함, 섬세함으로 흘러가는 타임라인이 충실하다. 즉 입문자부터 마니아까지 모두를 만족시키는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의미. 이제 뜨거운 여름밤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오랜 시간 이야기 나누기 좋은 선선한 가을밤이 곧 찾아올 테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보모어 위스키다. 위스키를 통해 마주 앉은 상대와 따스함을 주고받는다면, 귀한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니까. 이는 또 다른 시간의 예술이 탄생한 것과 진배없을 것이다.





전 세계 2580병만 제작한 보모어 30주년 위스키.
보모어 증류소 주변 자연환경을 묘사한 테이블 세팅.
포시즌스 호텔 서울 찰스 H.에서 보모어 위스키 제품 출시 50주년을 축하하는 이벤트가 열렸다.
전 세계 160병 한정으로 제작한 보모어 40주년 위스키.

 

에디터 박이현(hyonism@noblesse.com)
사진 빔산토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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