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깊이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LIFESTYLE
  • 2023-12-21

겨울 깊이

새 계절이 찾아온 지금, 차갑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백설의 계절을 담은 작품을 소개한다.

Guim Tio, Lectora, 89×116cm, Oil on Canvas, 2022. Courtesy of Artside Gallery
Guim Tio, Pare, 89×116cm, Oil on Canvas, 2022.


기욤 티오  Guim Tió 
광활한 대지를 차분한 색상으로 켜켜이 쌓아 캔버스 위에 펼쳐놓는다. 인간은 무한한 자연 속에 던져진 작은 존재로 묘사된다. 화면 속 인물은 눈 덮인 들판을 바라보며 책을 읽거나 끝이 없을 것 같은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저마다 인생을 홀로 걷는 모습과 닮아 있다. 과장되지 않은 표현 기법으로 묘사된 자연과 인물은 우리에게 담담한 위로를 전하는 듯하다. 관람객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기억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며, 인생이라는 기억을 배회하는 외로운 모험가가 된다. 작가가 그려내는 특유의 편안한 색감 속 작은 인물을 바라봄으로써 우리는 관찰자인 동시에 그림 속 객체와 동화되며 그림을 바라보는 행위는 사색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2023년 최만린 미술관에서 진행되었던 오종, 크리스 로 작가의 2인전 <사이의 리듬들>전 전경.
Oh Jong, Room Drawing (light) #1, Dimensions Variable, Led Light, Electric Wire, Rope Wire, 2023. © Choi Man Lin Museum

오종  Oh Jong 
오종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가느다란 실, 선과 같은 LED 조명, 무게감 있는 쇠막대, 나무 막대 등 존재감이 크지 않은 재료를 최소한의 가공을 통해 공간에 위치시키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가 그리는 선과 면은 전시 공간에서 볼 수 있는 모서리, 창문, 기둥 등 건축적 요소에서 비롯하거나 벽의 미세한 균열, 빛 혹은 그림자 같은 미세한 현상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주변의 가벼운 진동만으로도 흐트러질 수 있을 만큼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며 존재하는 오브제는 관람객의 시선을 절로 쏠리게 만든다. 감각을 최대한 집중하며 작가가 허공에 그린 드로잉을 따라가다 보면 시선의 방향에 따라 작업과 공간이 매번 달라 보이는 것. 오종의 작업은 공간을 구획하거나 동시에 해체하며 자신만의 세계로 재탄생시킨다.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 Photo by Chunho An
Philippe Parreno, Iceman in Reality Park, Dimensions Variable, Sculpted Ice, Stones, Wooden Sticks, Corian Plinth with found Korean Metal Manhole Cover, 1995~2019. © Philippe Parreno

필립 파레노  Phi li ppe Parreno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트 있는 작업으로 알려진 작가 필립 파레노. 작가는 작품으로 공간을 신선하게 만들고, 보는 이의 사유를 이끌어내는 작업 세계를 펼쳐왔다. 작년 글래드스톤 갤러리 서울에서 선보인 개인전 <광물적 변이>에서는 유리, 돌, 얼음 등을 소재로 기존 작품을 재료를 바꿔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선보였다. 그중 작가의 대표작 ‘Iceman in Reality Park’는 작가가 특별히 한국에서 공수한 맨홀 뚜껑 위에서 수일 동안 서서히 녹아내리는 눈사람 모양의 얼음 작품이다. 얼음이 녹으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후각으로는 감지할 수 있는 지오스민이라는 분자의 향이 조향되어 분사된다. 초 단위로 변형되는 모양과 오감으로 관람할 수 있는 설치 작품은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Kim Chonghak, Untitled, 53×65.1cm, Acrylic on Canvas, 2017.
갤러리2에서 진행되었던 김종학 작가의 개인전 전경. Courtesy of Johyun Gallery


김종학  Kim Chonghak 
‘설악산 화가’로 불리는 작가 김종학. 작가는 오랜 시간 산에 머무르며 꽃, 풀, 나무 등 사계절을 주요 소재로 회화에 담아왔다. 사계절 중 겨울 시리즈에서는 겨울 산 모습에 대한 작가의 시각과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미세한 발자국의 흔적으로 흰색이 더 부각되는 순결한 눈의 세계와 추위를 뚫고 올라온 가지, 엉겨붙은 가시덤불, 생명력을 띠는 밝은 빛깔의 작은 꽃이 가득한 화면을 보고 있으면 적막하고도 고요한 계절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자연에는 추상과 구상이 공존한다는 작가는 순수한 눈으로 자연을 바라보며 가졌던 숭고한 마음을 캔버스에 그대로 옮긴다.







Bae Yoonhwan, Chuckle Cracking Sea Ice 3, 33.5×24cm, Paint on Canvas, 2022. Courtesy of Gallery Baton
Bae Yoonhwan, Freeze well please, 100×57×51cm, Ice Sculpture, Freezer, 2023.
Bae Yoonhwan, Blue Resonance, 62.2×130.3cm, Oil, Acrylic on Canvas, 2023.


배윤환  Bae Yoonhwan 
배윤환은 평면 회화, 비디오, 설치, 그라피티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자신의 미적 세계관을 촘촘히 구축해왔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얻은 정보와 경험을 회화적 스토리텔링에 녹여내며 회화의 의미를 탐구해온 작가는 최근 몇 년간 선보인 작품에서는 사회적 이슈 또는 전 지구적 현상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의인화된 동물이 위트 있게 각자의 행동에 몰두하듯 묘사된 장면은 주제의 심각성을 반감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보편적 회화의 순수성을 지켜내도록 설계되었다. 올해 갤러리 바톤의 전에서 선보인 기도하는 곰 형태의 얼음 조각 작품 ‘Freeze Well Please’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이 근접 촬영한 태양 영상과 마주해 설치되었다. 곰과 마주하는 태양의 모습은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동시에 얼음 조각이 녹지 않으려면 기술적 장치에 의존해야 한다는 역설을 위트 있게 드러냈다.







Rosa Loy, Mutmaßung, 130×170cm, Casein on Canvas, 2013. Courtesy of Gallery Baton

로사 로이  Rosa Loy 
로사 로이의 작업은 강렬한 색감과 역동적 움직임, 인물의 대담한 표정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품 속 여성들은 자아도취적 자신감에 가득 차 있거나 능동적 행위의 중심에 있는 주체로 묘사된다. 화려한 색조의 의상을 입고 확신에 찬 표정의 인물은 삶의 주체로서 이상적 사회를 위해 서로 돕는 여성에 대한 작가의 동경이기도 하다. 작가가 직접 경험한 사건과 유년 시절의 기억 그리고 상상력을 바탕으로 그려낸 화면은 무의식 세계를 들여다보는 듯 신비롭다.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이미지를 차용하지 않는 작가의 유일한 영감의 원천은 자신의 상상력과 잠재의식이다. 꿈의 편린처럼 떠오른 이미지는 작가에게 작품의 실마리를 제공하지만, 작가 스스로에게 자신의 무의식에 대해 반문하기도 한다. 몽환적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카세인을 함유한 물감. 카세인은 고전 재료로, 현대에 자주 사용되는 아크릴과 유화물감보다는 탁하고 묽은 느낌이 있으며, 빠른 건조 시간 및 무광택의 특징이 작가를 매료시켰다. 모든 색은 작가가 직접 만들어 사용하며, 특유의 색채가 신비로운 화풍의 핵심이다.

 

에디터 조인정(노블레스 컬렉션)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