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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20

미술 시장과 미술 투자, 그 현실과 진실

파인아트 그룹 CEO 필립 호프이 미술 투자 전문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2024년 글로벌 & 한국 미술 시장.

이 이름을 빼놓고는 아트 투자를 논할 수 없다. 필립 호프먼. 그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술 자문사로 전 세계에 지사를 둔 파인아트 그룹(The Fine Art Group)의 설립자이자 CEO다. 파인아트 그룹을 세우기 전에는 크리스티 옥션에서 12년 동안 일했다. 당시 27세라는 젊은 나이에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됐고, 33세에 유럽 지역 부대표를 거쳐 크리스티 글로벌 경영위원회에 합류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영국의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 전문지 〈스피어스 매거진(Spear’s Magazine)〉이 그를 ‘영국 최고의 아트 어드바이저’로 선정하기도 했다. 호프먼이 총괄하는 파인아트 그룹은 예술 자금 조달 부문에서 상당한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며, 23년에 걸쳐 블루칩 예술에 투자했다. 현재 인상파와 현대미술, 주얼리, 클래식 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의 전문 인력과 함께 350개 이상의 패밀리 오피스와 초고액 자산가(HNWI)로 구성된 방대한 네트워크와 협력하고 있다.





렘브란트(Rembrandt)의 ‘Self-Portrait’(1660). Courtesy of Metropolitan Museum of Art.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의 ‘The Feast of Acheloüs’(ca. 1615).
카날레토(Canaletto)의 ‘A Lock, a Column, and a Church beside a Lagoon’(1752). ©Courtesy of Metropolitan Museum of Art.
Bridget Riley, Shift, Emulsion on Canvas, 76×76.5cm, 1963, Sotheby’s Contemporary Art Evening Sale on 11 February, 2020. Courtesy of the Artist and Sotheby’s.


현재 세계 미술 투자 분야의 핵심 인물로서 파인아트 그룹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데,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스물일곱 살에 우연히 미술 시장에 뛰어들어 옥션 하우스 크리스티(Christie’s)의 CFO가 됐어요. 고미술품 부서를 이끌며 하루에도 몇 시간씩 전문가들과 함께 카날레토, 렘브란트, 루벤스 같은 거장의 작품을 살펴보다 점점 미술에 이끌렸습니다. 미술계와 연이 없는 금융업계 종사자였던 제가 외부인으로서 미술 관련 사업을 시작할 때, 주변에서는 불가능할 거라는 말을 많이 했죠. 그만큼 더 열심히 일하고 더 확고한 결단력을 발휘해야 했습니다. 그런 도전도 제게는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오더군요. 결과적으로, 미술품 관련 자문에 응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 컨설팅과 어드바이저 기업을 구축했습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 기반한 젊은 컬렉터가 등장하며 미술 소비층이 두터워졌습니다. 신진 갤러리의 활약상도 만만찮고, 온라인 미술품 거래도 활발합니다. 미술품 투자의 대중화 바람이 불고 있는 걸 실제로 체감하나요? 이런 세대와 현상이 현재 미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새로운 취향을 추구하는 차세대 컬렉터가 늘고 있어요. 이전 세대와는 다른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시각 요소와 문화를 접한 세대죠. 이는 지난 10년 동안 구상미술의 인기가 높아진 원동력 중 하나입니다. 이런 취향의 변화는 미술 시장의 수요와 공급, 나아가 주기적 특성에 영향을 미쳤어요. 또 젊은 세대가 상속받은 작품을 판매하며 역사적 가치를 지닌 주요 작품이 미술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기도 했고요.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은 이후 새로운 컬렉터 세대가 주목하는 현대미술 작품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효과를 낳기도 하죠.
그런 예술 작품 소비자는 ‘가치 소비’를 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미술품 투자가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와 구별되는 이유 중 하나일 테고요. 특히 ‘가치’를 소비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는 그만큼 미술품 구매에 더 큰 매력을 느낍니다. 미술품에는 다른 자산과는 차별화되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컬렉팅을 통해 미술품을 곁에 두고 일상에서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예술가와 미술관을 지원하고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문화 생태계에 일조할 수 있어요. 많은 컬렉터가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옥션 낙찰가 총액 TOP 15 아티스트 



출처 ArtTactic.

하지만 가치를 우선순위에 두면서도, 미술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신진 컬렉터와 관계자들은 ‘이런 붐이 혹시 거품은 아닐까?’라는 두려움도 동시에 느끼죠. 많은 전문가의 말대로 현 미술 투자 붐은 정말 거품일까요? 그럼 예술계의 가격 거품은 주로 어떻게 형성되고, 또 빠지나요? 2021년과 2022년에 미술 시장은 2018년의 마지막 미술 시장 붐 이후 볼 수 없던 큰 호황을 경험했습니다. 따라서 2023년에는 불가피하게 여러 면에서 상당한 조정을 거쳐야 했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예상한 것보다는 수월하게 지나갔습니다. 이러한 현상과 흐름은 지난 20년 동안 장르, 컬렉터, 새로운 판매 모델, 지리적 범위 등의 측면에서 크게 성장한 미술 시장의 회복력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2021년과 2022년에 갤러리에서 작품을 판매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관심이 쏟아지며 컬렉팅 열풍이 일었고, 한정된 공급에 비해 기나긴 대기자 명단이 생기며 몇몇 고립된 거품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어요. 이는 분명한 사실이죠. 이런 거품이 항상 터지는 것은 아니지만, 한때 5만~20만 달러였던 작품 가격이 지금은 80만~100만 달러까지 상승했어요. 이런 수준이라면, 매수자와 입찰자의 수는 줄어들고 그에 따라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파인아트 그룹이 기반을 둔 영국은 언제, 어떻게 이렇듯 탄탄한 투자시장으로 바뀌었나요? 영국 미술 시장은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 가장 활발히 성장했다고 봐요. 당시 ‘yBa(young British artists)’를 비롯해 놀라운 상상력으로 무장한 새로운 예술가 세대가 전 세계 관람객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했어요. 데이미언 허스트를 비롯한 젊은 예술가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컬렉터이자 갤러리스트인 찰스 사치가 명성을 떨쳤으며, 1993년에 개관한 화이트 큐브 갤러리 등 영국의 미술 생태계 전반에 대한 세계의 관심도가 높아진 시기이기도 하죠. 또 런던이 지리적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를 잇는 중간 거점이라는 점도 분명해졌습니다.
일각에서는 한국도 이제 그런 시장에 가까이 다가갔다고 말합니다. 이 시점에 한국의 컬렉터와 예술계 종사자들이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한국도 많은 세계적 갤러리와 아트 페어가 진출하는 등 흥미로운 시기를 맞이했다고 생각해요. 저는 한국의 컬렉터와 미술계 종사자들이 훌륭한 미술관과 지역 미술계를 통해 다양한 문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봅니다.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 같은 도시와 장기적으로 경쟁하려면 지역 차원의 견고한 지원 시스템과 그에 걸맞은 문화 경쟁력을 갖춰야 해요.





Exhibition View of Grayson Perry: Smash Hits at the National Galleries of Scotland, 2023.
Grayson Perry, Exhibition View of RA250 Flags: The West End Celebrates 250 Years of Art, the Royal Academy of Arts, London, UK, 2018.
Tracey Emin, I Want My Time with You, St Pancras International Station, London, UK, 2018.
Tracey Emin, The Connaught Christmas Tree, Mayfair, London, UK, 2017.


사실 아무리 미술을 향유하는 세대가 다양해졌다고 해도, 여전히 미술품 투자는 부자의 전유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컬렉터 중 초고액 자산가의 비중도 상당히 높고요. 투자 관점에서 볼 때 시장에서 가장 안전한 건 과거 거래 이력이 있는 기성 블루칩 작가들이에요. 그만큼 컬렉팅 진입 장벽이 높을 수는 있죠. 하지만 투기성으로 젊은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는 건 아주 위험한 일이에요. 갤러리와의 관계나 작가의 경력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도 있으니까요.
미술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보 컬렉터는 어떤 방식을 따르면 좋을까요? 좀 더 나은 접근 방식으로, 이미 입증된 작가들이 만든 다양한 매체와 규모의 작품을 찾아보는 것도 좋아요. 예를 들어 판화는 수익성이 아주 높을 수 있어요. 종이에 그린 작품도 단순히 연구 차원이나 부수적 작업으로 치부할 건 아닙니다. 그 자체로 중요한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다소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조앤 미첼(Joan Mitchell)의 종이 작품 가격이 급등한 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제 고객 중 상당수도 몇 해 전에 그런 작품을 구입했고, 현재 종이에 그린 파스텔 작품이 100만 달러 이상에 팔리고 있어요.
많은 사람이 예술 투자에 관심이 있어도 선뜻 도전하지 못하죠. 이 분야의 성공적 롤모델이자 많은 투자자를 안내하는 입장에서 간단한 팁을 주신다면요? 제가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은 충분히 찾아보고, 조사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서두르지 말고 시장의 변동성과 무관하게 자신이 좋아하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구입하라는 겁니다.
파인아트 그룹의 업적 중 펀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2004년에 최초로 사모투자 예술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셨는데, 현재 아트 펀드의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요? 그동안 9개 아트 펀드를 성공적으로 운용하며 많은 교훈을 얻었어요. 올해도 새로운 펀드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파인 아트 그룹은 어떤 수익을 어떻게 얻을지 미리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고 자부해요. 우리는 블루칩 미술 투자 중심의 아트 펀드를 통해 연평균 14%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Frank Auerbach, Head of EOW, 1960, Charcoal and Chalk on Paper. The Whitworth, The University of Manchester.
아래 Frank Auerbach, Head of Gerda Boehm, 1961, Charcoal and Chalk on Paper, Private Collection.

한국에도 많은 아트 펀드가 등장했지만, 아직 영국이나 미국만큼 성공적으로 안착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아트 펀드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초보자가 아트 펀드에 가입할 때 무엇을 가장 눈여겨보면 좋을까요? 좋은 실적과 함께 수수료에 대한 투명성을 갖춘 펀드를 찾아야 해요. 담당 전문가가 누구인지, 그들의 전문 분야는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이해해야 합니다. 좋은 전문가는 시장에 나오지 않은 인기 있는 작품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상식적인 선에서 비판적 사고는 필수입니다. 너무 높은 투자수익률을 보장하는 경우 실제로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이 중요한 시점에 미술 시장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투명성을 높여야 시장이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딜러나 경매 회사가 투명성을 권장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예를 들어 뉴욕에서는 경매사가 작품의 개런티나 최종 낙찰가를 공개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규정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미술 시장에선 사람들 대부분이 아트 어드바이저의 자문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저는 투명성을 아주 중요하게 여깁니다. 컬렉터들에게 시장을 안내하고 수수료를 공개하며 철저한 실사를 거쳐요. 고객에게 작품 구입을 권유하기보다는 말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정도죠.
한국 아트 마켓에 관한 의견도 궁금해요.유럽과 미국의 주요 딜러들도 투자하고 있는 한국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요한 시장이라고 봅니다. 제가 느끼기에 한국 컬렉터들은 매우 세련됐어요. 바이어들은 정보에 밝고,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는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 직접 발품을 팔아 시장조사를 하기도 하죠. 거래가 성사되기까지 인내심을 요하는 경우가 많고, 관계에 기반한 거래가 많다는 점도 매우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전문가의 시선으로 2024년 미술 시장을 예견하신다면? 상반기는 살짝 조용할 거라고 봐요. 하지만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A급 작품 가격이 실질적으로 상승할 겁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늘어난 아트 페어 중 통폐합되는 곳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소장하고 있는지, 그리고 요즘 주목하는 작가는 누구인지 알고 싶어요. 영국 현대미술을 중점적으로 컬렉팅하고 있습니다. 내가 가장 공감하는 분야니까요. 브리짓 라일리(Bridget Riley), 그레이슨 페리(Grayson Perry),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프랭크 아우어바흐(Frank Auerbach) 같은 작가의 작품을 수집했습니다. 특히 아우어바흐는 이제 황혼기에 접어든 아티스트인데, 런던 코톨드 갤러리(The Courtauld Gallery)에서 2월 9일부터 5월 27일까지 목탄 드로잉을 모은 전시를 하고 있어요. 요즘 가장 관심이 가는 전시입니다.

 

백아영(프리랜서)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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