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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4

새로운 해를 앞둔 우리에게 중요한 것

생생한 국내외 아트 신 현장에서 활약하는 전문가 5인이 전하는 지금 가장 중요한 이야기. 이들이 다가올 한 해를 전망하고, 주목해야 할 작가를 귀띔하고, 동시대 아트 트렌드를 밝히고, 마켓과 전시를 두루 아우르는 이슈를 언급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미술계에 대한 애정 넘치는 고민과 생각이 신랄하고 솔직하다.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아트나우〉 독자와 공유한다.

 

맷 케리-윌리엄스 창립이사
Founding Director of Matt Carey-Williams

맷 케리-윌리엄스
Matt Carey-Williams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매우 위험하게 느껴진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갈등과 두려움에서 비롯한, 우리의 인간성을 시험하려는 듯한 긴장감으로 마치 방부 처리된 것 같다. 예술가가 이러한 흐름과 교리문답의 지류를 무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2024년에는 많은 예술가가 ‘추상의 (퍼포먼스적) 언어를 사용하며 구상을 실험하는 시도’를 연장하리라 예상하고, 실제로 이러한 시도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본다. 지난 몇 년간 나는 (특히) 이러한 역동적 변동에 바탕을 두고 창작에 매진하는 작가들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다. 도론 랭버그(Doron Langberg)와 플로라 유크노비치(Flora Yukhnovich) 같은 예술가는 붓의 획과 색상의 와류에 의해 인물이 빨려 들어가거나 뱉어 나오는 표면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형식과 질문은 다른 많은 예술가에게서도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것이다. 조지프 예거(Joseph Yaeger)와 앤드루 시니어(Andrew Senior)의 미묘한 작품에 보이는 표면의 간질간질함부터 세라 번스(Sara Birns)와 제시 매킨슨(Jessie Makinson)의 그림에 나타난 인간 형태의 더욱 강렬한 변성에 이르기까지, 신체는 다시 한번 인간의 무의미함을 향한 간결한 심문의 장소이자 수단으로 기능할 것이며, 이는 오늘날 세계 정치를 윤택하게 하면서 오염시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 예술은 관람객에게 휴식처가 될 수 있다. 또 성역과 순수한 아름다움이 있는 장소로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예술이 실제로 어떤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현 세계를 비추는 거울을 제대로 품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예술은 현실에 대해 질문하고 조사하고 날카롭게 찔러대야 한다. 이것이 다가오는 2024년에 바라는 나의 진정한 희망이다. 그리고 또다시 미국 대통령 선거(의심할 바 없이 세상을 다시 한번 또 다른 광란으로 몰아넣을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모든 분야의 예술가가 나와 많은 사람이 느끼는 이러한 불안감을 받아들이고, 이를 자신의 작업에 열정과 활력을 불어넣는 데 이용하기 바란다.





플로라 유크노비치의 작품 ‘A Taste of Toxic Paradise’(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 Flora Yukhnovich



 

슈프뤼트 마거스 시니어 디렉터
Senior Director of Sprüth Magers

오시내
Oh Shine

2024년에 열릴 베니스 비엔날레 예술감독 아드리아누 페드로자(Adriano Pedrosa)가 ‘Foreigners Everywhere’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정말 우리가 논해야 할 지점을 건드리는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팬데믹 이후 다시 봇물 터진 이동성, 글로벌리즘, 기후 위기와 여기서 기인한 여러 가지 혜택 혹은 부작용, 또한 동시에 세계 곳곳에서 발발한 전쟁이 가져온 새로운 이주 현상과 이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나 거부감 등을 과연 미술이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올해 미술계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흑인 디아스포라였던 만큼, 앞으로는 아시안 디아스포라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미국 원주민의 미술을 조명하는 트렌드가 생겨났다. 이번 기회에 그동안 가려진 여러 정치 이슈를 더욱 깊이 있게 바라보면 좋겠다. 현재 몸담고 있는 베를린 슈프뤼트 마거스에서도 내년에 ‘지역, 영역(territory)’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준비 중이다. 그래서인지 이러한 고민이 개인적으로도 특히 의미 있게 다가온다. 한편 최근 몇 년간 붐이 일었던 아트 신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아트 붐은 대부분 여러 경제적 붐과 함께 미술에 깊은 관심이 없던 층이 투자 목적으로 유입되면서 시작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미술을 사랑하는 아트 컬렉터는 늘 존재했다. 그런 만큼 불경기가 컬렉터층을 조금 더 진지한 사람들로 축소시키는 것이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다만 그러한 분위기에도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마지막으로 한국 밖 미술계에서 일하는 나의 관점으로 보면 한국, 특히 서울은 이미 역사적으로 문화에 대한 인지도가 아주 높다. 다만 자본적 이슈만 따라 움직이거나 지나치게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기를 바란다. 앞으로는 교육적인 면에 더욱 초점을 둔다면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다. 나를 포함해 교육과 예술의 연계 지점에 큰 갈증을 느끼는 사람이 분명 많을 테니까.





베를린 슈프뤼트 마거스 전시 전경. ©Sprüth Magers



 

미술 저널리스트
Art Journalist

앤드루 러세스
Andrew Russeth

2024년이 어떻게 흘러갈 것 같은가? 어두운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전 세계적으로 부자들이 너무나 부자가 됐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경기침체가 온다 하더라도 미술 시장의 상위 계층은 계속해서 콧노래를 부를 것이다. 상위 부류에게는 좋은 일이다. 그러나 비교적 적당한 재정적 자산을 가진 딜러와 예술가들은 압박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우리 모두에게 나쁜 소식이나 다름없다. 상업 갤러리는 훨씬 보수적인 (더 판매 가능성이 짙은) 전시를 선보일 것이고, 비영리단체는 노력을 축소할 것이고, 화가는 그림을 그리는 대신 부업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반면에 예술 자체는 어떨까? 위대한 미술 평론가 데이브 히키(Dave Hickey)는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문제’를 예측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아름다움(beauty)”이라고 답했다(이 주제에 대한 그의 장엄한 책 [보이지 않는 용(The Invisible Dragon)]이 최근 출간 30주년을 기념해 재출간됐다). 이제 낙관적 모드로 전환하면, 2024년에 대해서도 그와 비슷한 말을 하고 싶다. 많은 예술계가 한동안 자동 조종 모드에 들어가 있었다. 아트 페어가 확산되고, 다수의 동일한 딜러와 컬렉터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상당히 예측 가능한 똑같은 예술 작품을 거래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훌륭했으나 대부분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예술가나 큐레이터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질린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이상하고, 신나고, 아름다움을 위한 변화 말이다. 대담하고 불편함을 주는 예술, 복잡한 윤리적·정치적 문제와 관련이 있으면서도 유쾌하고 진솔하며 재미있는 예술이 필요한 때다. 최근 그런 아름다움을 한국에서 마주한 적이 있다. 유시내와 듀킴 같은 작가의 작품이 그렇다. 이런 예술을 더 많이 볼 수 있길 바란다. 경기침체기의 한 가닥 희망은 이 상황이 발명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돈을 벌 수 없다면, 사람들은 외딴곳에서 이상한 예술 작품을 보여주는 실험을 하게 될 테니까. 우리의 임무는 그런 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일 테다.





프리즈 마스터스 2023 전경. Courtesy of Frieze and Michael Adair, Photo by Michael Adair



 

필립스 옥션 한국지사 대표
Regional Representative of Philips Auction Korea

임연아
Lim Yeonah

2021년 팬데믹과 함께 시작된 전성기를 지나 올해는 세계경제 위축을 반영한 듯 미술 시장도 주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술 시장의 확장에 대한 여전한 기대감을 반영한 듯 글로벌 아트 마켓은 지금도 활발하게 움직인다. 올가을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과 아트 바젤 파리+(Paris+ par Art Basel)를 중심으로 다양한 미술관과 갤러리 전시가 줄을 이었고, 경매사도 메인 세일을 선보였다. 경매 출품작 대다수의 낙찰가가 고공 행진을 보인 1~2년 전과 달리 전체 시장의 규모가 축소되고 가격의 증가 폭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좋은 작품과 새로운 작가에 대한 갈증을 보여주듯 출품 작가의 스펙트럼은 훨씬 넓어졌고, 필립스 옥션도 각 경매 세일의 종류를 세분화함으로써 다양한 컬렉터의 수요를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예술가를 소개해보면, 올해와 비슷한 양상으로 내년에도 1980년대 이후 출생한 MZ세대 예술가, 특히 1996년생 영국 작가로 올 10월 필립스 런던 데이 경매에서 추정가의 7배가 넘는 가격에 작품이 낙찰된 알피 케인(Alfie Caine), 10월 필립스 런던 이브닝 경매에서 반 고흐의 1888년 작품 ‘Two Thistles’를 재조명한 작품으로 추정가의 10배 가격에 낙찰된 프란체스카 몰렛(Francesca Mollett)을 비롯한 여성 작가, 캄보디아계 미국인으로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며 최근 해머 뮤지엄(Hammer Museum)에서 전시한 티다휘트니 렉(Tidawhitney Lek)과 콜롬비아 출신으로 올해 휘트니 미국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에서 전시하고 2022년 옥션에 데뷔한 일라나 사브디에(Ilana Savdie) 같은 다문화 예술가가 꾸준히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더불어 1950~1970년대에 활발히 활동했으나 시대적 배경 탓에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여성 추상미술 작가 린 드렉슬러(Lynne Drexler)와 앨리스 바버(Alice Baber) 등의 작품이 작고 이후 최근 1~2년에 걸쳐 시장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필립스 옥션은 2018년 한국지사를 오픈한 이래 계속해서 한국 아트 마켓을 주목했다. 50년이 넘은 국내 아트 컬렉팅 역사 속에서 실험적 혹은 앞으로 주목받을 만한 작품에 대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문화 선구자로서 한국 컬렉터의 행보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이에 2022년부터 프리즈 시즌에 맞춰 서울에서 특별전을 열고 있다. 올해는 이미 대가의 반열에 오른 세계적 블루칩 작가뿐 아니라, 국내 혹은 한국의 문화적 배경을 갖고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젊은 작가의 작품을 같이 전시하며 국제 무대에 소개하고자 애썼다. 또 올 3월에 서주룽 문화지구로 새롭게 확장 이전한 필립스 옥션 홍콩 본사에서는 11월 말부터 ‘New Now’ 옥션이라는 미드 시즌 세일을 론칭해 경매의 다각화에 앞장서고 있다. 2024년에는 경매뿐 아니라 다양한 프라이빗 전시를 더욱 활발히 개최하는 동시에 국내 작가를 꾸준히 소개할 예정으로, 내년 예술계에서도 한국 예술가의 활약이 돋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린 드렉슬러의 ‘Meadow Aside’(1963). Courtesy of Phillips Auction



 

바라캇 컨템포러리 큐레이터
Curator of Barakat Contemporary

오다인
Oh Dain



이집트 태생 작가이자 번역가인 하이삼 엘-와르다니(Haytham El-Wardany)는 2016년 아르테이스트(ArteEast)가 발간한 계간지에 ‘재앙에 대한 노트(Notes on Disaster)’라는 간결한 글을 기고했다. 여기에 그중 일부를 직접 번역해 인용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재앙은 눈에 보이지 않게 되고 감지가 불가능해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앙의 존재가 무효화되는 것은 아니다. 안전하고 평온한 시기에도 재앙은 존재한다. 왜냐하면 재앙은 선형적인 시간적 진행의 논리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 재앙은 일시적인 동시에 역사적이다. (…) 재앙은 단순히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대규모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역사의 형성을 위한 전제 조건이므로, 한번 지나간 재난은 하나의 기억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기억 그 자체로, 오히려 기억이 형성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국제적으로 정치사회적 위기가 심화되고 재난이 만연하다. 팬데믹, 기후변화, 보수적 민족주의, 전쟁, 참사 등 믿기 힘든 사건 사고가 빈번하고 그 배경의 뿌리가 깊다. 이렇게 인권과 생명을 위협받는 와중에 또 그런 위협을 지각하기 어려운 심리적·사회적 단절, 무력감이 공존한다. 그리고 생존에는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복합적 사각지대가 무수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 예술가는 위기를 제일 먼저 감지하고 반응하는 직업군 중 하나다. 특히 팬데믹 이후 탈인간중심주의, 토착적 연구에 기반한 전략적 동맹과 연대를 통해 인간관계를 재개하고 재정의하려는 노력이 거세다. 하지만 속출하는 위기 상황을 분석하고 그때마다 해결책을 만들어내도 턱없이 부족한 지금이다. 잇따른 절망에 지치고 무감각해지기 쉽다. 앞서 인용한 글에서 엘-와르다니는 더 나아가 재앙은 대응이나 해결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새로운 지형을 요구하며, 그것은 섬과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재난이 지나간 황폐한 섬의 결핍은 꽃을 피우게 하는 인간의 계획일 뿐, 생명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따라서 섬은 주민들이 자신이 섬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날이 올 때까지 황량한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며, 그 순간 섬은 곧바로 푸르게 변할 것이다”라고 결론짓는다. 때로는 전진의 방향성을 의심하고, 한때 유효했을지도 모르나 이제는 퇴색한 미사여구를 재점검해야 한다. 새로운 시작, 새로운 땅은 이미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으나, 동시에 그것을 감각할 능력을 상실하고 낡은 기억과 언어를 계속 주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을 예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뒤로 물러나 어떻게 주위를 듣고, 보고, 느끼는지 진찰하고, 다시 배우거나 전환하려는 노력은 생각보다 더 혁명적일 수 있다.





[마이클 라코위츠: 보이지 않는 적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칼후의 북서 궁전, F실(室), 남동쪽 입구; S실, 남서쪽 입구)](2023) 전시 전경. Courtesy of Barakat Contemporary

 

에디터 백아영(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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