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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3-05

올드 마스터의 숨은 진실

작년 11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500여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세계인의 시선을 한데 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살바토르 문디’.

구세주라는 의미의 ‘살바토르 문디’는 예수가 왼손에 크리스털 구를 들고 오른손으로 축복을 내리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크리스티는 ‘21세기 최고의 예술적 발견’, ‘다빈치의 마지막 회화’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전무후무한 마케팅을 펼쳤다. 작품은 홍콩, 런던,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뉴욕에서 마지막으로 전시됐다. 누구에게 낙찰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쩌면 일생에 한 번뿐일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관람객이 줄지어 전시장을 찾았다. 추정 경매가는 1억 달러(약 1064억 원). 그러나 피카소가 보유한 최고 기록인 1억7940만 달러(약 1909억 원)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 이도 많았다.






1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살바토르 문디’가 낙찰되는 장면.
2 ‘살바토르 문디’를 보기 위해 크리스티 경매장 앞에 줄지어 선 사람들.

사실 르네상스부터 모던아트 이전까지 예술을 다루는 올드 마스터 마켓은 갈수록 규모가 축소되는 실정이었다. 2005년 컨템퍼러리 시장의 경매 총액은 올드 마스터 시장의 약 2.5배였지만, 2015년에는 약 10배에 달할 정도로 두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 올드 마스터 시장이 이렇게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 바로 공급 부족이다. 좋은 작품은 미술관이나 유명 컬렉션이 이미 소장한 터라 컬렉터가 시장에 나오는 작품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높은 미술사적 소양과 감식안이 요구되기 때문에 신진 컬렉터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트렌디함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지 않을뿐더러 진품 감정이라는 문제도 큰 걸림돌이다. 따라서 올드 마스터 시장의 흥행은 컬렉터의 관심을 끌어모을 수준 높은 작품을 찾아내는 데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드 마스터 시장의 이런 속사정을 알고 있는 이에겐 ‘살바토르 문디’를 향한 열광적 반응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이 500여 년 만에 시장에 나온 건 최근 경매의 흐름에선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3 살바토르 문디’ 프리뷰 전시 전경. 4 ‘살바토르 문디’ 상세 컷.

그렇다면 자연히 작품을 발견한 경위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살바토르 문디’는 지난 500여 년간 어디에 있었을까? 과연 다빈치의 작품이 맞는가? 크리스티는 1500년경 프랑스의 루이 12세가 의뢰한 작품이라고 추정하지만 뚜렷한 증거는 없다. 500여 년간 어디에 있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관련 기록이 처음 나타난 것은 1900년 이후다. 당시 영국 컬렉터 프랜시스 쿡(Francis Cook)이 작품을 사들였고, 그의 후손이 1958년 소더비 런던 경매에서 45파운드에 팔았다고 한다. 이때만 해도 작품에 덧칠이 심해서 다빈치의 작품으로 보기 어려웠기에 그의 제자인 볼트라피오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2005년 뉴욕의 딜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약 1만 달러에 작품을 사들이면서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된다. 컨소시엄은 다빈치의 작품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뉴욕의 올드 마스터 보존 처리 전문가 다이앤 모데스티니(Dianne Modestini)에게 복원을 의뢰했다. 3년이라는 기나긴 복원 과정을 거친 뒤 다시 전 세계의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맡겼고, 결국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진품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영국 내셔널 갤러리가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2011년엔 전시 <레오나르도 다빈치: 밀라노 궁정의 화가> 출품작에 이 작품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전문가가 작품의 진위 여부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우선 다빈치의 작품으로 인정하는 전문가는 스케치를 변형한 흔적이 있고, 스푸마토 기법과 곱슬머리의 표현, 세밀한 손가락에서 드러나는 해부학적 지식 등이 전형적인 다빈치 작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편에선, 일부분을 제외한 전반적 작품 수준이 다빈치의 다른 작품에 비할 바가 못 되고, 다빈치가 부분적으로 손을 댄 스튜디오 작품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빈치 카탈로그 레조네의 저자 프랑크 쵤너(Frank Zöllner)는 복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작품 손상이 심해 대대적인 복원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어떤 부분이 본래 작품인지 가늠하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나아가 작품에 보이는 스푸마토 기법이 다빈치 자신보다는 그의 제자들 스타일에 가깝다는 점도 지적했다.






‘살바토르 문디’ 프리뷰 전시 전경.

이처럼 작품에 대한 미술사적 검증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지만 시장은 주저 없이 재빨리 움직였다. 크리스티는 ‘살바토르 문디’를 올드 마스터 세일이 아닌 컨템퍼러리 세일에 포함시켰다. 세계의 주요 컬렉터가 컨템퍼러리 세일로 몰려든다는 점을 고려한 탁월한 전략이었다. 그리고 작년 11월 15일에 열린 경매에서 이 작품은 4억5030만 달러(약 4791억 원)에 낙찰됐다. 비단 경매뿐 아니라 모든 미술 시장 역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작품의 구매자는 아부다비 문화관광부(The Department of Culture and Tourism Abu Dhabi)로 알려졌고, 올해 루브르 아부다비에서 전시할 것이라는 공식 발표가 있었다. ‘살바토르 문디’가 21세기 최고의 예술적 발견일지, 아니면 치밀한 브랜딩과 마케팅의 승리일지는 차차 밝혀질 것이다. 다만 이번 경매 기록이 당분간 깨지기 힘들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어떤 작가의 작품도 현재 다빈치 회화의 희소가치를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시 아는가, 미켈란젤로의 회화가 어디선가 기적처럼 나타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지도 모른다.

 

에디터 백아영(xiaxia@noblesse.com)
황진영(Jin Coleman Art Advisory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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