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함 트렁크 이야기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FASHION
  • 2018-08-24

그들의 함 트렁크 이야기

모든 인생의 답은 길 위에 있다. 길과 길을 누비는 여행에서 하우스가 걸어가야 할 해답을 찾아온 루이 비통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패션 아티스트 서영희와 함께 한국의 전통문화를 담은 함 트렁크를 제작했다. 지난 2017년 11월부터 약 10개월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진행한 여정에서 직접 목도한 루이 비통 여행용 트렁크의 위대함을 전한다.

루이 비통 메종에서 수집, 보관해온 아카이브 컬렉션.

1년 내내 여름휴가를 기다리고, 몇 달 전부터 떠날 계획을 세우고, 하다못해 주말에라도 훌쩍 떠나려고 안달하는 이들. 왜 사람들은 끊임없이 떠나는 것을 동경할까? 이유는 단순하다. 미지의 세계 막다른 골목에서 길을 잃어도 서두르지 않고, 가던 길을 여유롭게 되돌아가는 나를 발견하는 시간과 공간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행은 사람을 무장해제한다. 일찍이 여행이 품은 수 많은 에너지에 반해 여행을 테마로 하우스를 개척해온 루이 비통은 여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다. 브랜드의 모태도 1854년 프랑스 파리에 오픈한 여행 가방 전문 매장이었다.











1 트렁크 자물쇠와 손잡이를 적용한 쁘띠드 말 클러치.
2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영감 받은 알버트 칸 카메라 트렁크.
3 지난 160여 년 동안 맞춤 주문 제작을 선보이는 루이 비통.

루이 비통 트렁크의 위대함 아니에르 공방에서 목도하다
지난 160여 년 동안 루이 비통은 수많은 여행용 트렁크를 제작해왔다. 물론 그 품질은 여느 브랜드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월등했다. 루이 비통 메종은 여행을 사랑하는 이들의 소망을 현실로 이뤄주는 데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탐험가 피에르 사보르냥 드 브라자가 주문한 침대 트렁크부터 인도 바로다 지역의 왕인 마하라자를 위해 제작한 티 트렁크, 은행가이자 열정적인 포토그래퍼였던 알베르 칸의 시그너처인 흰색 십자 무늬를 새긴 트렁크가 그 예. 샤워 트렁크, 아이패드 트렁크 그리고 세상에 둘도 없는 바이올린 트렁크까지… 여행자가 걸어온 삶과 간직한 꿈을 담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Only One, Special One’ 트렁크를 구현했다.






4 파리 근교에 위치한 아니에르 공방의 응접실 전경.
5 루이 비통 하드 사이드 트렁크 티타늄 컬렉션의 캐빈 트렁크 60.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트로피 트렁크에 쓰인 동일한 루테늄 소재가 사용되었다.
6 루이 비통 플라워 트렁크.
7 루이 비통 침대 트렁크.

이런 스페셜 오더 트렁크는 디자이너의 상상력과 장인의 솜씨를 결합해 특별한 것을 창조해내는 루이 비통 장인정신의 진수를 보여준다. 모든 스페셜 오더 트렁크는 루이 비통 하우스의 심장인 파리 근교의 아니에르 공방에서 제작하며, 주문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된다. 섬세한 스케치와 정교한 시제품을 통해 점차 형태를 갖추게 된다. 해마다 약 450점의 스페셜 오더 트렁크를 아니에르 공방에서 완성하는데 때로는 소박하고, 때로는 엄청난 규모로 개개인의 취향과 개성, 직업 등 아이덴티티를 반영해 꿈을 실현해준다. 루이 비통 스페셜 오더 트렁크 제작의 필요충분조건은 고객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오브제를 안전하게 보관함에 있어 고려해하는 특징과 여행 예술(Art of Travel)을 구현해 낸 메종 고유의 특징 사이의 완벽한 절충을 이뤄내는 것!











루이 비통과 함 트렁크 스페셜 오더 프로젝트를 진행한 패션 아티스트 서영희.

서영희 스타일의 함 트렁크와 조우하다
서영희는 그냥 패션 스타일리스트가 아니다. 대한민국에 패션 스타일리스트라는 개념이 전무후무한 시절, 우리나라 패션 역사에 그 직업을 알렸고, 매거진 화보를 통해 ‘서영희 스타일’을 구축했다. 더 나아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패션 아티스트, 포토 디렉터, 큐레이터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지난 28년의 세월 동안 한길을 걸어온 서영희의 곧은 삶과 전통문화에 대한 심미안. 여기에 지난 2015년 파리 장식미술관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전 < Korea Now >큐레이팅에서 보여준 패션과 아트를 접목한 패션 아티스트의 행보까지! 이렇듯 루이 비통이 서영희를 선택한 이유는 이미 차고 넘쳤다. 지난 2017년 11월, 루이 비통과 서영희는 하우스의 축적된 노하우와 역사의 상징인 스페셜 오더 서비스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 유서 깊은 아니에르 공방으로 향했다. 약 10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거쳐 두 종류의 함 트렁크를 제작했는데, 9월부터 국내 루이 비통 매장을 통해 주문 제작도 가능하다.











루이 비통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여러 사람을 떠올렸지만 한국적 감성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발자취와 업적을 고려해 서영희선생님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루이 비통에서 스페셜 오더 트렁크 프로젝트를 제안받은 그 순간, 기분이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대학에서 의상 디자인을 공부했고, 경력으론 패션 디자인이 전부예요. 그래서 루이비통 홍보 담당자의 연락을 받고 ‘나에게 제안한 것이 맞나?’ 의심했어요. 한편으론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자문하기도 했어요. 루이 비통에서 보내준 트렁크 관련 서적을 읽은 후 용기가 생겼고, 아이디어가 샘솟았어요. 그리고 제가 디자인한 함 트렁크도 이 책에 실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임했죠. 특유의 승부욕이 나를 더욱 열정적으로 만들었고요.






루이 비통과 패션 아티스트 서영희의 조우. 듣기만 해도 설렘을 주는 조합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한 분야에서 30년 가까이 일한 소위 장인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28년간 뚝심있게 한길을 걸어온 패션 스타일리스트 서영희의 삶은 우리나라 패션 역사에도 중요한 발자취를 남겼다고 확신합니다. 이런 점에서 루이 비통의 제안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데요.
사실 전통문화를 담은 트렁크를 제작하고 싶다면 함 장인에게 맡겨도 무방하잖아요. 그런데 장인들은 패션 하우스가 걸어온 삶과 비전을 이해할 기회가 많지 않죠. 그것을 설명하는 데만도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저는 28년간 패션 필드에 몸담고, 늘 새로운 것에 목말라하며 지냈어요. 패션 스타일리스트의 필수 덕목인 트렌드를 이해하는 넓은 시야도 한몫했다고 생각해요. 패션 스타일리스트로서 ‘빠르게 걷는 것’, 전통문화의 가치를 사랑하며 ‘느리게 가는 것’을 모두 겸비하고자 노력해 온 저에게 기회를 줘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루이 비통이 제작한 수많은 스페셜오더 트렁크를 보셨는데, 그중 왜 함 트렁크를 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작년에 루이 비통이 DDP에서 개최한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전시의 마지막 공간에서 루이 비통 트렁크를 전통 결혼의 함처럼 활용한 작품을 본 후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어요. 결혼 전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한 쌍의 원앙 목조각과 음양의 조화를 뜻하는 청홍 실타래, 비단채단, 오곡주머니 등과 곱게 싼 혼서지를 함께 담아 신랑 집에서 신부집으로 보내는 전통 관습을 모던하게 재해석한 한국 전통 혼례함을 제작하고 싶었어요. 사이즈는 등에 함을 지고 가는 전통문화를 감안해 작은 캐빈 트렁크(Cabin Trunk)는 40cm, 결혼을 기념하는 워드로브 트렁크(Wardrobe Trunk)는 92cm 높이로 디자인했고요.






8 루이 비통 아니에르 공방 장인이 수작업으로 완성한 함 트렁크 주문 제작 과정.
9 파스타치오 컬러로 마무리한 함 트렁크의 내부.
10 함 워드로브 트렁크 내부 모습.

오골계 목에 주얼리를 걸고, 고무신 안에 가재와 브로치를 장식하고, 검은 연탄 위에 백등을 놓고…. 저는 서영희 스타일을 생각하면 한국적 감성의 파격적인 세팅 방식이 머리에 떠오릅니다. 그런 감성이 스페셜 오더 함 트렁크엔 어떻게 투영되었나요?
함의 덮개를 열면 상단에 한국 전통 색실 누비 장인 김윤선 선생이 수놓은 봉황모란도가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는 어릴 적부터 천을 갖고 놀던 내 취향을 반영한 거예요. 봉황모란도 양옆으로는 루이 비통 아카이브 트렁크 내부의 마름모꼴 퀼팅 패턴 말타주(malletage) 기법에서 모티브를 얻어 프레임을 장식했고, 내부라이닝은 우아함과 모던함을 대변하는 피스타치오 컬러를 선택했어요. 물론 루이 비통 하우스의 아이덴티티도 투영하려고 애썼어요.
루이 비통 아카이브에 보관된 파테키(pateki, 루이 비통 가문의 3대 손 가스통 루이 비통이 1932년에 특허를 출원한 은도금 금속 소재의 여섯 조각 퍼즐)에서 영감을 받은 기러기 목조각을 혼서지 아래에 배치해 인륜지대사인 결혼식에 위트를 불어넣었죠. 마지막으로 자녀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바라는 의미로 전통 함에 넣은 오방주머니는 실용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오방색 가죽 패드로 표현했어요.

마지막으로 루이 비통의 스페셜 오더메이드를 경험하기 전과 후, 루이비통 여행용 트렁크와 루이 비통 하우스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개개인의 문화까지 놓치지 않는 세심함, 제품에 담긴 스토리텔링에 감동했어요. 개인적으로 루이 비통의 스페셜 오더 트렁크는 ‘사랑’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지난 28년간 수고했다고 루이 비통이 서영희에게 주는 감동의 선물이자 한국적 가치를 향한 나의 짝사랑 그리고 그것을 이해해주는 루이 비통의 배려 깊은 사랑.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보관해주는 트렁크 그리고 그것을 실현해주는 루이 비통의 스페셜 오더 트렁크를 통해 서로 사랑을 확인하게 되어 기쁩니다.






11 루이 비통의 심장부인 파리 근교의 아니에르 공방 장인과 함 트렁크 제작 과정을 논의하는 서영희.
12 함 트렁크 스케치.
13 서영희는 루이 비통 아카이브에 보관된 조각 퍼즐인 파테키 퍼즐에서 영감받아 기러기 목재 조각을 창조했다.
14 부부애와 화목을 상징하는기러기목재 조각.

 

에디터 정순영(jsy@noblesse.com)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