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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28

EDITOR'S TASTE

메마른 일상을 윤택하게 하는 우리의 작은 사치.

체온이 담긴 목소리
금기하는 남자의 취미가 있다. 낚시, 자동차, 오디오. 돈과 시간이 끝없이 들어가 결혼하려면 쳐다보지도 말란 우스갯소리도 있다. 얕게나마 이 중 두 가지를 경험했다. 낚시는 겨울이 되면서 시들해졌지만, 오디오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마 생활과 밀접한 기기여서일 거다. TV는 일주일에 두세 차례(뉴스와 스포츠 중계)밖에 켜지 않지만 오디오는 온종일 돈다. 진공관 앰프에 관심을 가진 건 대학 때다. 영화 <무간도>의 첫 시퀀스에서 진공관 앰프의 따듯한 느낌과 아날로그 사운드를 처음 들었다. 체온이 느껴지는 소리였다. 3년 뒤 오디오스페이스의 AS-3i 앰프를 샀다. 영화에 나온 모델이다. 사실 진공관 앰프는 불편하다. 저음이 불안정하고 고역에선 갈라진다. 열을 발생시켜 작동하는 구조라 노후화가 빠르다. 무엇보다 20분 가까이 예열해야 제대로 된 소리를 낸다. 그래도 진공관 앰프가 좋다. 옆에서 말을 걸어주는 따듯한 목소리와 필라멘트가 가열되며 발하는 아늑한 빛이 좋다. 최근엔 독일 케인의 A-50TP 진공관 앰프를 샀다. 여기에 클립쉬 RP-160M 스피커를 물렸다. 이런 계절엔 역시 쳇 베이커다. 유약하지만 섬세한 목소리와 트럼펫의 부드러운 프레이즈를 생생하게 듣기엔 진공관 앰프만 한 것이 없다. 에디터 조재국





FAST HEALING
좋다고 소문난 화장품을 집에 들이는 것이 인생의 낙이던 시절이 있었다. 비록 한 통을 모두 비워낼 만큼의 지구력은 달렸지만, 새 케이스를 화장대에 올려두는 설렘과 퇴근 후 깨끗이 세안한 얼굴에 화장품을 바르고 향기롭게 잠드는 하루의 마무리가 행복했던 까닭이다. 요즘은 습관적으로 화장품을 사지 않는다. 2년 전 결혼 준비를 하며 처음 알게 된 마사지의 맛 때문이다. 제아무리 좋은 화장품이라도 일주일에 한 번 에스테틱에 들러 트리트먼트를 받는 효과에 비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것. 과정 역시 흡족하다. 안락한 침대에 누워 에스테티션의 손길에 몸을 맡기는 호사란! 호된 노동의 피로는 사르르 녹아내리고, 새삼 일의 즐거움을 곱씹어볼 여유가 생긴다. 얼굴은 물론 온몸이 극건조함에 시달리는 겨울은 내가 에스테틱을 찾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이에서 딱딱 소리가 날 만큼 시린 겨울 추위에서 내 어깨와 등은 마치 불 앞의 오징어처럼 오그라드는데, 이렇게 ‘시간에 쫓기는 오징어’가 된 기분이 들 무렵에는 반드시 에스테틱을 방문한다. 60~75분 정도 트리트먼트를 받은 후엔 정말 마법처럼 온몸에 피와 열이 돌고 생기가 넘친다. 브랜드의 컨셉부터 제품까지 늘 호감인 이솝의 한남 사운즈 매장에 위치한 페이셜 어포인트먼트는 요즘 나의 ‘최애’ 공간. 하루 단 4세션만 운영해 예약을 하기가 쉽진 않지만, 그렇기에 더 차분하고 비밀스러운 해독의 여정을 느낄 수 있다. 굳이 멀리 떠나거나 긴 시간을 내지 않더라도 몸과 마음을 완충하기에 가장 완벽한 호사다. 에디터 정유민





무쓸모의 쓸모
아름다운 것을 자꾸 봐야 하는 직업적 의무를 충실히 좇다 보면, 그 아름다움이란 존재 자체에 질리는 순간도 온다. 몇 달 전 돌의 세계에 빠진 건 아마 그 고민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오래 두고 봐도 질리지 않는 것 이야말로 궁극의 미학이 아닐까, 인간이란 미물이 아무리 미를 좇아 발버둥 쳐봐도 결국 진정한 아름다움은 신이 빚은 오브제가 아닐까. 여행을 다니면서 돌에 가장 큰 지출을 하게 된 건 어떤 대단한 결심 때문이 아니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스스로를 치유하는 일종의 도발이자 일탈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예쁜 쓰레기, 나에게는 작지만 위대한 오브제. 얼마 전 다녀온 바르셀로나 여행에서도 돌 하나를 구입했다. 바르셀로나의 젊은 장인이 모인 아티잔 거리에서 만난 사장석군에 속하는 규산염 광물 ‘래브러도라이트(Labradorite)’는 빛에 따라 놀라울 정도로 다른 색과 광채를 띤다. 종잡을 수 없는 아름다운 빛깔 때문에 실제로 주얼리로도 많이 이용된다. 이 돌의 별명이 ‘치유의 돌’이란 사실을 안 건 이미 돌에 마음을 빼앗긴 뒤였다. 신비의 섬 마다가스카르에서 와 스페인의 젊은 장인의 손에서 조금 다듬어졌을 뿐인 돌은, 그렇게 나에게 왔다. 다음 날, 와이너리 투어를 가는 길에 가우디의 미완성 대표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돌산 몬세라트(Montserrat)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압도적인 힘은 분명 전날 만난 대성당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자연을 유난히 사랑했다는 건축가 가우디가 거대한 돌 조각으로부터 받은 맹렬한 충격이 수십 년 동안 도시를 먹여 살리는 걸 보니, 아름다운 대상으로서의 돌이란 게 마냥 쓸모없지는 않은 것 같다. 에디터 전희란





키덜트의 친구
1997년 일본 주간 <소년점프>에 첫 연재를 시작으로 10년이 넘는 지금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화 <원피스>와 나의 만남은 소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교 시절 처음 간 만화방에서 친구의 제안으로 읽기 시작한 <원피스>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대해적 시대, 전설의 해적왕 골드로저가 남긴 원피스를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루피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로 스토리가 무척 탄탄했고, 각 캐릭터의 개성이 잘 살아 있다. 만화를 읽을수록 몰입감은 점점 높아졌고 매번 다음 호를 기다렸다. 이렇게 나의 가슴 한켠에 인생 최고의 만화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 스물세 살에 <원피스> 캐릭터를 늘 곁에 두고자 피겨를 모으기 시작했고, 나는 자연스레 키덜트가 되었다. 피겨의 매력은 정교함과 생동감에 있다. 선명한 복근이나 옷의 패턴, 벨트와 신발, 가방 등 다채로운 액세서리, 바지의 주름 등. 요즘은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피겨의 머리카락과 눈썹 등에 인모를 사용하기도 하며, 크기와 제품 수량에 의해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원피스> 피겨를 통해 천진난만했던 꾸러기 시절의 행복을 다시 한번 스몰 럭셔리라는 명목 아래 되찾은 것이다. 새해에는 <원피스> 고가 라인에 속하는 T SUME ART 원피스 흰수염 에드워드 뉴게이트 피겨를 구매해볼 생각이다.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든든한 나의 솔메이트에 한 발 더 다가간 듯하다. 에디터 현국선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정유민(ymjeong@noblesse.com),전희란(ran@noblesse.com),현국선(hks@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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