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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7

취향 만족 트렌드

매해 4월, 우리는 디자인의 영역이 얼마나 더 다채롭고 흥미로워졌는지 알기 위해 밀라노에 간다. 전시를 가장한 취향의 축제, 소유가 아닌 향유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곳. 올 시즌 트렌드와 이슈의 풍요 속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모았다.

뜻깊은 기념일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는 1961년에 시작해 올해로 58회째다.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와 역사를 함께해온 많은 브랜드가 저마다 기념일을 맞이했다. 모로소는 아프리카에서 영감을 얻은 엠아프리크(M’Afrique) 컬렉션 출시 10주년을 기리며 쇼룸을 제품 디자인과 같은 맥락으로 컬러풀하고 강렬하게 재단장했다. 론 아라드의 다카르 여행을 담은 사진집도 출간해 특별함을 더했다. 카펠리니는 <30 Year Icons>전을 통해 지난 30년간 디자인의 진화를 되짚었다. 마크 뉴슨의 앰브리오(Ambryo, 1990년), 톰 딕슨의 S체어(1991년), 마르셀 반더스의 노티드(Knotted, 1996년), 재스퍼 모리슨의 로 패드(Low Pad, 1999년) 등으로 1990년대 이탤리언 패션 문화를 그린 그라피티 아트워크를 함께 연출해 추억 여행을 이끌었다. 밀라노의 트리엔날레, 뉴욕의 MoMA,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 등에서 영구 소장한 현대 가구 디자인의 아이콘, B&B 이탈리아의 우프 5_6(Up 5_6)는 50번째 생일을 맞았다. 우리에겐 빨간 줄무늬 옷이 가장 친숙하지만 가에타노 페셰의 원작 팔레트에 등장하는 오렌지 레드, 네이비 블루, 가솔린 그린, 카다멈 등 솔리드 컬러를 새롭게 입었다. 카르텔은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필립 스탁, 미국의 오토데스크와 협업해 인공지능으로 설계한 AI. 체어를 선보였다. 박람회장에는 제품 라인업을 모두 활용한 22개의 카탈로그 갤러리 윈도를 꾸미고, 팔라초 레알레에서는 플라스틱 소재의 예술성을 일깨운 전시를 열었다. 바우하우스 디자인의 계보를 잇는 텍타는 바우하우스 설립 100주년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기린다. 초대 교장이던 발터 그로피우스의 F51 암체어와 마르셀 브로이어의 D4클럽 의자 등을 새로운 컬러와 소재로 재탄생시켰다. 오스트리아 빈의 카페 의자로 시작한 토넷은 비아 델로소에서 200주년 신제품 팝업 전시를 개최했다. 제바스티안 헤르크너가 디자인 한 두 가지 높이의 바 스툴 버전으로 하이글로스 재질로 마감한 것이 특징이다.







거장을 추억하다
지난 2월 18일 87세의 나이로 타계한 알레산드로 멘디니를 추모하는 광경을 밀라노 곳곳에서 목도했다. 토르토나에서 브레라로 거처를 옮긴 모오이가 건물 지하에 위치한 극장에서 마르셀 반더스가 디렉팅한 헌정 필름을 상영했는데, 테라스 잔디에 백색 프루스트 체어를 두어 잠시 그곳에 앉아 거장의 디자인 발자취를 회상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1980년대 초, 그가 알키미아 그룹을 통해 모더니즘에 반기를 든 강렬한 색채와 화려한 장식을 강조한 실험적 디자인을 선보였을 때 도전정신이 투철했던 자노타와 인연을 맺었고, 1984년 자브로(Zabro) 테이블을 시작으로 많은 작업을 함께했다. 이러한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자노타는 ‘도시의 열정’을 주제로 한 박람회장 부스 안, 상하이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한 리빙룸에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칼라모비오(Calamobio)’ 서랍장을 함께 전시했다. 여러 컬러 픽셀을 과감하게 조합한 제품으로 21세기의 최신작 사이에서도 여전한 생명력을 과시했다. BD 바르셀로나는 그와의 마지막 협업 작품인 크리스탈로(Cristallo) 찬장을 부스 전면에 내세웠다. 양손을 들고 반기는 사람이 연상되는 형태를 통해 인간적 감성이 전해지며, 유럽산 단풍나무에 위트 있는 그래픽 패턴을 입혀 강한 개성을 느낄 수 있다.




다작의 왕이 된 넨도
넨도는 밀라노에서 종종 전시 장인으로 불린다. 올해는 에어컨 제조업체 다이킨과 함께 1만7000개 꽃 모양의 필름이 보이지 않는 공기에 따라 빛과 그림자를 만드는 장면을 연출해 마음속에 편안한 미풍을 불러일으켰다. 유리를 성형해 유기적 디자인을 구현한 원더 글라스와의 협업 작품인 ‘멜트(Melt)’ 시리즈를 보여주는 장치는 좀 더 극적이었다. 시각장애인 학교의 메인 강당에 ‘빛의 카펫’을 설치하고 신작인 샹들리에를 매달았으니. 모처럼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 디자인도 대거 선보였다. 에디션스 밀라노를 위해 디자인한 코키(Kouki) 향초 키트는 향을 즐기는 시간을 다도처럼 하나의 의식으로 행할 수 있게 캔들홀더와 성냥 트레이, 스누퍼 등을 세트로 구성했다. 플로스를 통해 출시한 해루(Haeru)와 헤코(Heco)는 테이블과 결합한 형태의 조명, 미노티에서는 아웃도어 소파 디자인에 도전했으며, MDF 이탈리아에서는 오목한 아치 구조 다리로 디자인한 스툴을 선보였다.




공화국 떼고 온 프리츠 한센
‘Republic of Fritz Hansen’에서 ‘Republic’을 없앴다. 대중에게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가겠다는 의미. 그래서 이번 박람회를 기점으로 획기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의 하이메 아욘의 JH97 암체어를 출시했다. 인체 공학적 디자인에 오크목을 다루는 브랜드의 장인정신은 그대로이니 부담 없이 프리츠 한센의 ‘안락함’을 누려볼 것. 1950년대 후반 미국 디자이너 폴 매코브가 디자인한 플래너(Planner) 시리즈의 선반 시스템과 실린더 형태의 PM02 테이블 램프도 다시 돌아왔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선의 미학이 6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트렌디하다.




사고의 힘을 길러주는 전시
자동차 회사가 차를 보여주지 않는다? 렉서스이기 때문이다. 렉서스의 최신 조명 기술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전시는 관객이 자신의 움직임에 따라 빛을 내는 작은 발광체와 소통하고, 빛의 연주 안에서 감정을 표출하는 무용가의 역동적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기술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 중심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드러낸 것. 전자담배 브랜드 아이코스는 앨릭스 친넥의 ‘지퍼 열린 파사드’ 건물 전시로 화제가 되었다. 내부 공간 역시 시멘트 포장 바닥과 석벽의 예상치 못한 개방을 통해 빛이 쏟아져 들어와 긍정적 잠재의식을 일깨웠다. 마치 담배가 사라진 급진적 미래를 공감각적으로 형상화한 듯 보였다. 토즈는 ‘노-코드 셸터: 컨템퍼러리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주제로 건축 스튜디오 안드레아 카푸토와 공동 작업을 진행했다. 첨단 기술과 장인정신의 만남으로 코드가 해체된 다양한 형태의 셸터를 제시했다. 목표는 전통적 코드의 기원과 변천 과정을 탐구해 미래의 도전 과제에 대한 답을 찾는 것. 이와 더불어 노-코드 슈커 프로젝트를 통해 클래식한 슈즈와 스포츠 스타일 스니커즈가 가진 최고 특성만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풋웨어를 선보였다.




박스터의 집
집 안에 지중해와 남미, 북유럽 스타일을 모두 아우르는 스타일링이 가능할까? 이탤리언 컨템퍼러리 가구 브랜드 박스터에서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드라가앤아우렐, 파올라나보네, 피에트로 루소, 스튜디오 페페와 페데리코 페리 같은 개성이 제각각인 디자이너와의 교류를 바탕으로 한다면 어렵지 않으리. 박스터가 가장 자신 있는 가죽 소재를 메인으로, 퍼플과 에크루, 피치, 브라운, 그레이 등 다채롭지만 채도를 낮춰 고급스러운 컬러 팔레트를 연출했다.




디모레는 아모레(Amore)
요즘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이탤리언 디자이너는 디모레 스튜디오의 에밀리아노 살치와 브리트 모란이다. 그들의 전시는 일단 본다는 생각으로 찾아가도 늘 후회가 없다. ‘디모레밀라노’라는 새로운 라벨을 런칭하며 <인터스텔라>전을 열었는데, 디모레 은하계의 비전과 진화를 보여줄 드라마틱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비아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오래된 극장 건물을 사들였다. 알루미늄, 무광 혹은 유광의 철, 청동, 래커칠 등 다양한 재료와 방식을 접목한 그들의 가구 컬렉션은 주거 공간은 물론 호텔, 사무실 등 어디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낼 듯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디모레밀라노의 직물 컬렉션 전시는 포토그래퍼 안드레아 페라리가 밀라노 전역을 돌며 찍은 사진을 제품과 콜라주해 감성을 자극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루이지 기리에 대한 오마주를 표현한 것. 카사 데글리 아델에서 진행한 디올과의 합작 전시에서도 그들의 독창적 예술성은 빛났다. 18세기를 향한 크리스찬 디올의 열정, 초현실주의와 큐비즘을 반영한 화병과 쟁반, 촛대, 우산 받침대 등을 제작했는데 준비 기간만 1년이 걸렸다. 트롱프뢰유의 착시 효과를 위해 검은색 배경에 흰색 분필로 공간의 레이아웃을 그려 넣은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밀라노에서 먼저 만난 신제품
Bang & Olufsen 베오비전 하모니(Beovision Harmony)는 스피커가 접히는 TV다. 전원을 켜면 한 폭의 그림처럼 가지런히 서 있던 스피커가 나비의 날개처럼 양옆으로 벌어지며 최적의 TV 시청높이를 만들어준다.
Moooi 중국의 전통 공예품에서 본 비즈와 리본의 조합을 이렇게 아름답게 재해석하다니. 보 베이징(Bow Beijing) 카펫을 디자인한 네덜란드의 신진 디자이너 클레러 포스에게 잘했다 칭찬해주고 싶다.
Arflex 대리석 상판 책상은 처음이다. 디자이너가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 박사의 “욕망은 가장 흔한 꿈의 발전기”라는 말을 떠올리며 만든, 대리석을 향한 욕망의 완성작이다. 지그문트(Sigmund)라 이름 붙였다.
Fornasetti 웅크린 고양이 형상의 도자오브제. 1940년대 후반에 기록한 피에로 포르나세티의 디자인 아카이브에서 발견해 60년 만에 화려하게 복원했다. 줄무늬, 점박이, 꽃무늬 등 취향대로 데려갈 수 있다.




눈과 마음에 평화를
크바드라트×라프 시몬스의 전은 장 프루베가 디자인한 조립식 건물에 라프 시몬스가 작업한 실내 화원과 창고형 집을 지어 때 묻지 않은 자연에서 목가 생활을 꿈꾸는 현대인을 유혹했다. 창고형 집은 일종의 작업실이자 갤러리를 겸하는데, 크바드라트의 제품으로 커버링한 카시나의 가구와 함께 4종류의 새로운 직물 컬렉션 샘플이 적재적소에서 관람객을 맞이했다. 이번에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 처음 참여한 로얄 코펜하겐은 ‘지평선을 찾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북해의 풍경 사진으로 평온한 분위기를 강조한 공간을 연출했다. 바닷빛 그러데이션과 수중 생물에서 영감을 얻어 시적인 느낌으로 디자인한 신제품 ‘HAV’ 시리즈를 눈과 마음에 담는 자리였다.




세계에 알린 한국의 전통미
2019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수묵의 독백(Monochrome Monologue)>전이 토르토나의 심장부, 슈퍼 스튜디오에 진출했다. 정구호 예술감독은 “단지 먹 하나로 색의 한계를 넘나들던 수묵화와 같이 흑백이 이루는 색의 대립을 초월해 한국 전통에 대한 경외심을 전하고자 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흑의 공간은 명주 원단 하단부를 김천우 장인이 먹으로 자연 염색하고 김기호 장인이 플래티넘박을 더한 3m 길이의 ‘수백장’을 공중에 걸었다. 백의 공간은 책가도(冊架圖)를 모티브로 해 투명한 사방탁자를 연이어 두고 그 안에 20여 작가의 공예 작품을 칸칸이 배치했다. 흑과 백을 구분 짓는 중앙선을 중심으로 대칭되는 벽면에는 성파 스님의 옻칠 작품과 안상수 디자이너의 문자도가 묘한 대비를 이루며 마주 보고 있다. 한국의 예술성과 정서를 세계가 함께 공유하고 그 가치를 나누는 현장에서 한국인으로서 강한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에우로루체를 빛낸 조명
St.Louis 생루이 공방을 둘러싼 숲에서 영감을 얻은 폴리아(Folia) 컬렉션 샹들리에. 나뭇잎 모양을 섬세하고 정교한 조각으로 새겼다.
Moooi BMW의 상징적 헤드라이트를 본뜬 조명 아이코닉 아이즈85(Iconic Eyes85). 많은 렌즈와 LED 램프로 구성했는데, 그 빛이 타원형을 이루며 번진다.
Kettal 벨라(Bela)는 하나의 줄이 길게 이어져 엮인 핸드 우븐 아웃도어 조명이다. 모로코 출신 디자이너 도시 레비앵이 인도의 축제에서 연줄로 휘감긴 거리 풍경을 보고 디자인을 떠올렸다고 한다.
Utu 포르투갈의 젊은 디자인 감성과 장인정신을 담은 조명. 조각적 모빌 디자인이 연상되는 테이블 램프는 모나코(Monaco), 라탄 메시와 테라초 등 트렌디한 소재를 접목한 벽 부착등은 프레임(Frame) 시리즈다.




하이패션만큼 매력적인 제안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 참여하는 패션 브랜드의 열정이 매년 커지고 있다. 특히 루이 비통은 꼭 봐야 할 장외 전시 최강자로 손꼽힌다. 2012년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을 처음 선보인 이래 총 45점으로 확장했는데, 그중 10개가 올해의 따끈한 신작이다. 지난해와 동일한 고풍스러운 궁전인 팔라초 세르벨로니가 그들의 무대.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아틀리에 비아게티의 아네모나(Anemona) 테이블과 자넬라토/보르토토의 만달라(Mandala) 스크린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아네모나는 푸른빛의 내부를 부드러운 베이지색 가죽으로 감싼 듯한 물결 모양 베이스가 인상적이며, 만달라는 해질 무렵 베네치아 라군의 잔물결을 연상시켰다. 베르사체는 지아니 베르사체의 개인 주택을 홈 컬렉션 전시장으로 꾸며 공개했다. 미국 인테리어 디자이너 사샤 비코프와 캐나다 아티스트 앤디 딕슨과 협업으로 진행한 것이 특징. 1994년 베르사체 F/W 캠페인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캔디 컬러 카펫에 클래식한 베르사체 모티브를 프린트했고, 네온 컬러 구름과 섬들이 환상적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팝 메두사(Pop Medusa) 체어가 음악에 맞춰 회전하며 쇼의 주인공을 자처했다. 앤디 딕슨이 직접 핸드 페인팅한 274 × 213cm 크기의 거대한 베르사체 셔츠가 아트워크처럼 걸린 모습도 흥미로웠다. 구찌는 몬테나폴레오네에 2층짜리 임시 팝업 부티크를 열고,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맥시멀리즘 감성을 연출했다. 구찌 아파트를 표방해 라운지, 살롱, 다이닝룸 등 용도와 목적에 맞게 벽지부터 텍스타일, 가구, 도자기, 담요 등 모든 소품을 구찌 제품으로 채웠다. 2013년에 인수한 리카르도 지노리의 식기 컬렉션도 함께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아르마니 까사는 동양, 특히 자포니즘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일본의 산과 나무, 온천, 구름의 그늘, 물결 반사 등이 형태 모티브가 되었고, 이는 일몰 시기의 하늘빛을 담은 컬러와 정교한 장인의 기교·혁신이 만난 소재를 통해 제품으로 구현되었다.

 

에디터 이재연(jyeon@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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