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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27

빛의 연금술사

젊은 감성과 현대적 기술로 조명 신을 개척하는 신예 브랜드를 만났다. 그들이 만드는 빛보다 아름다운 조명에 대하여.

1 디자이너 데이비드 폼파.
2 암브라 조명은 칸테라 로사의 작은 광물 입자를 표면 디자인으로 적극 활용했다.
3 흑과 백의 대조가 빛과 그림자의 관계를 연상시키는 오리고(Origo) 조명.
4 비슷한 컬러지만 질감이 다른 두 소재를 믹스 매치해 탄생한 메테(Mete) 조명.
5 바로 네그로 조명은 멕시코의 전통 도자 점토를 사용해 만든다.
6 멕시코 푸에블라(Puebla)에 위치한 데이비드 폼파 쇼룸.

빛나는 물성의 미학
디자이너에게 소재 선택은 중요한 문제다. 자신이 의도한 바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결정적 과정이기 때문. 하지만 데이비드 폼파에게 소재는 ‘시작’을 의미한다. 브랜드 오너이자 디자이너 데이비드 폼파는 새로운 물성을 연구하던 중 브랜드를 런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멕시코의 천연 재료로 어떤 작업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질감, 색상, 패턴 등 독특한 물성은 빛을 만났을 때 더욱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발견했죠. 두 가지를 접목해 만들기 시작한 것이 조명이에요.” 그의 작업 단계는 새로운 소재를 발견하는 것이 첫 번째, 그다음 소재의 형태와 특징을 연구하고 마지막으로 빛과 상호작용을 고려해 최종 디자인을 결정한다. 덕분에 데이비드 폼파의 조명은 기능성 못지않게 예술적 디자인이 도드라진다. 하나의 조각품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멕시코의 전통 도자기를 만들 때 사용하는 바로 네그로(barro negro) 점토는 데이비드가 조명을 만드는 데 사용한 첫번째 재료. 짙은 흙색을 띠는 점토는 소성 단계를 거칠수록 은은한 은빛을 발한다. 그는 점토를 사용해 원통형 셰이드를 만들었고, 흑색의 오묘한 변화를 모든 측면에서 볼 수 있는 바로 네그로 램프가 탄생했다. 거친 화산암과 매끈하게 가공한 구리의 대조가 돋보이는 암브라(Ambra) 조명은 분홍빛 칸테라 로사(cantera rosa)가 주원료다. 이 밖에도 거친 질감과 패턴의 레드 트라베르티노(red travertino), 뉴트럴톤 컬러가 매력적인 피오리토(fiorito) 등 다양한 광물이 그의 영감이 된다. “제게 조명 디자인은 소재의 본질을 끌어내는 과정이죠. 불완전한 물성일지라도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싶어요.” 날것의 특징을 대담하게 드러내는 디자인은 시대를 초월한 데이비드 폼파의 경쟁력이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재료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데 집중하려 한다. “자신만의 이야기와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분명하다면 확실한 캐릭터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데이비드 폼파가 트렌드를 좇지 않는 브랜드인 것처럼요.”




1 디자이너 아나 라데이루.
2, 3 우투의 커스터마이징 조명을 설치한 상업 공간의 모습.
4 다양한 장식 요소를 균형적으로 디자인한 모나쿠 조명. 공간 크기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이즈로 출시했다.
5 인더스트리얼 무드를 기조로 톡톡 튀는 컬러가 포인트인 마그놀리아 조명은 전구 홀더와 철재 프레임 색깔이 15가지에 달한다.
6 테라초 대리석과 철재 프레임, 고리버들 디테일의 조화가 멋스러운 프레임(Frame) 조명.
7, 8 줄르스 조명의 반복적 수직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섬세한 금속공예 기술이 필요하다.

포르투갈 공예의 미래
지중해를 품은 천혜의 자연에서 다채로운 문화와 예술을 꽃피운 포르투갈. 풍요롭고 여유로운 자국의 정서만큼 다양한 색상과 재료를 대담하고 능숙하게 풀어내는 우투 솔풀 라이팅(이하 우투)은 가구 브랜드 ‘맘보 언리미티드 아이디어스(Mambo Unlimited Ideas)’에서 파생한 조명 브랜드다. 우투의 디자이너 아나 라데이루(Ana Ladeiro)와 클라우디아 멜루(Claudia Melo)는 포르투갈의 지역 장인과 협업해 전통 공예법을 활용한 조명을 만든다. 그중 가장 도드라진 특징은 정교한 금속공예 기술. 보디와 셰이드, 전구를 연결하는 홀더 등 조명의 전반적 구조를 이룬 철재가 모두 사람의 손을 거쳐 탄생한다. “하나의 조명을 완성하기까지 다양한 기술이 필요해요. 줄르스(Jules) 조명의 셰이드는 단순한 형태를 반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죠. 이를테면 황동과 구리로 만든 디테일을 보디와 결합하기 위해선 각기 다른 기법을 사용해야 해요. 최근 출시한 모나쿠(Monaco) 조명은 고리버들 세공을 사용해 토속적 무드를 강조했어요.”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 화려하고 장식적인 조명. 여기에는 브랜드의 분명한 철학과 자신감이 녹아 있다. “조명, 특히 펜던트의 경우 인테리어에서 수직적 영역을 사용하는 유일한 품목이죠. 이는 조명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줘요. 우리는 우투 조명이 공간의 주인공이 되길 바랍니다. 모양과 색상을 더욱 풍성하고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우투가 완성도 높은 디자인만큼 중요시하는 것은 조명의 기능성이다. 이를 위해 기획 단계부터 특정 상황과 용도를 정한 다음 제품을 디자인한다. 마그놀리아 III(Magnolia III)와 모나쿠 II(Monaco II) 조명은 호텔이나 레스토랑, 바 등 상업 공간의 카운터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다. 하나의 디자인에 폭넓은 사이즈 옵션을 제공하는 것 역시 조명을 공간 크기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체계적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또한 우투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홈페이지에서 조명을 고를 때에도 보디와 셰이드, 램프 홀더 색상과 마감 등을 변경할 수 있어 하나씩 조합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능과 디자인,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은 우투의 디자인. 공간을 밝히는 것 이상의 확실한 존재감, 변치 않는 전통 유산의 가치가 이들의 조명을 더 눈부시게 한다.




1 지난 4월 런던 패링턴(Farrington) 거리에 오픈한 버트 프랭크의 첫 번째 쇼룸.
2 모던한 디자인과 단순한 기능성에 집중한 시어 테이블 램프.
3 애덤 예이츠(왼쪽)와 로비 루엘린.
5 클래식한 무드와 구조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리자크(Lizak) 조명.
6 세밀한 구멍으로 빛이 부드럽게 퍼지는 리들(Riddle) 조명.
7 채도 높은 그린 컬러, 황동 소재 줄 스위치가 클래식 무드를 자아내는 리볼브 조명.

영국의 시간을 거꾸로 걷다
서로 다른 시대의 만남은 언제나 흥미롭다. 1940~1960년대를 풍미한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버트 프랭크가 눈에 띄는 이유다. 버트 프랭크는 2013년 산업 디자이너 로비 루엘린(Robbie Llewellyn)과 금속공예가 애덤 예이츠(Adam Yeats)가 설립했다. 두 사람은 오래된 건물과 인테리어, 차, 소품 등 과거 흔적이 남은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는다. 과거와 다른 것이 있다면 가장 최신 기술로 제품을 만든다는 것. 이를 위해 램프 제조와 금속 가공의 긴 역사를 자랑하는 버밍엄 지역을 기반으로 현대적 기술을 접목한 제품을 생산한다. “우리는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길 만한 조명을 만들고 싶었어요. 최상급 소재와 완벽한 마감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 버트 프랭크의 기준입니다.” 두 사람은 브랜드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 제품으로 시어(Shear) 테이블 램프를 꼽는다. 버트 프랭크의 이름으로 출시한 첫 제품이자 모던 디자인이 꽃피우기 직전인 1930년대 무드를 재현한 테이블 램프다. 황동과 강철로 만든 견고함과 군더더기 없는 마감, 선과 선이 만나는 간결한 디자인이 인상적인 제품. 셰이드 안쪽을 브러시 마감 처리해 부드럽고 따뜻한 빛을 발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로비는 이를 두고 “과거를 완벽히 계승함과 동시에 현대적 미감과 미학을 담았다”고 표현한다. 디테일을 통해 조명에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은 버트 프랭크의 디자인 기법 중 하나다. 리볼브(Revolve) 조명의 포인트는 황동으로 만든 줄 스위치. 줄을 당기는 것이 불을 켜고 끄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작은 포인트 하나가 제품의 클래식함을 극대화하고 미적 완성도를 높였다는 게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현재 버트 프랭크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브랜드를 처음 설립할 때만 해도 황동 소재를 현대적 디자인에 적용하는 경우가 드물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흔히 쓰이는 재료인 데다 이제 새로운 조합을 찾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제품 개발과 연구를 진행 중이라는 두 사람.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과거 모습이 어떤 소재와 디자인으로 해석될지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1 여러겹의 셰이드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몬도 램프는 안토니오 파코가 디자인했다.
2 바르셀로나 출신 빅토르 카스타네라(Victor Castanera)와 협업해 만든 밸런스 조명.
3 회전형 셰이드로 빛의 각도를 조절하는 트래피즈 트리플렛(Trapeze Triplette) 조명.
4 깊은 바닷속을 유영하는 문어를 조명으로 표현한 시라타 램프.
5 마르쿠스 요한손.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재정의
오블루레 창립자 에리크 묄레르(Erik Møller)와 마르쿠스 요한손(Markus Johansson)은 스웨덴에서 나고 자랐다. 두 사람의 작업이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심플함을 기조로 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제품 디자인에 접근하는 이들의 사고방식은 훨씬 대담하고 흥미롭다. “오블루레를 정의하는 키워드는 ‘다양성’이에요. 시라타(Ciirrata)와 밸런스(Balance) 조명을 함께 두고 볼때 같은 브랜드라는 걸 눈치챌 사람이 없을 정도죠.(웃음)” 오블루레는 이전에 없던 디자인, 독특하고 위트 있는 표현 방식을 지향한다. 심해의 문어를 형상화한 시라타 조명과 위태로운 듯한 구조에서 완벽한 균형미를 찾은 밸런스 조명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제품이다. 늘 새로움을 찾는 이들이기에 국제적 디자이너와의 협업도 잦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안토니오 파코(Antonio Facco)도 그중 하나. 그와 작업한 몬도(Mondo) 시리즈는 그래픽적 셰이드가 따로, 또 함께 겹쳐지면서 독창적 빛 패턴을 만든다. 작년 파리에서 열린 메종 & 오브제에서는 디자인 적 가치를 인정받아 안토니오가 라이징 탤런트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됐다. 에리크는 많은 인테리어 아이템 중 조명을 선택한 분명한 이유를 전했다. “의자와 비교할 때 조명은 제약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의자처럼 신체 모양에 맞는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죠. 이는 결국 조명이 표현할 수 있는 예술적 범위가 넓고, 우리 디자인 역시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해요.”




1 새뮤얼 윌킨슨.
2 빔의 대표작 컬리 조명. 검은색 밸러스트와 유선형 전구가 완전히 독립된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3 밸러스트와 전구를 분리한 모습에서 LED 전구의 유선형 디자인을 자세히 엿볼 수 있다.
4, 5 사람의 입꼬리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스마일 조명은 세 가지 버전으로 출시했다.

조명 디자인의 개념을 뒤집다
영국을 대표하는 산업 디자이너 새뮤얼 윌킨슨(Samuel Wilkinson)이 참여하며 런칭 전부터 기대를 모은 빔은 2018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이 관람객의 눈길을 끈 이유는 하나. 셰이드가 아닌 광원 역할을 하는 전구를 디자인 요소로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조명 브랜드 플루먼(Plumen)과 일하면서 전구 디자인에 관심이 생겼어요. 당시만 해도 원하던 디자인을 구현하기까지 제약이 많았지만, 급속도로 발전한 LED 기술을 기회로 브랜드를 런칭하게 되었죠.” 새뮤얼은 한정적이던 전구 모양이 선과 면으로 확장되면서 혁신적 조명 디자인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한다. “대부분 전구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디자인이에요. 마치 전구 홀더에서 흘러나오거나 연장된 것처럼 보이는 기존 디자인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빔이 선택한 방법은 둥근 밸러스트(무게추)를 활용하는 것. 컬리(Curli) 조명은 유선형으로 만든 얇고 긴 전구가 검은 밸러스트를 감싸고 있어 광원이 완전히 분리된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스마일’ 시리즈는 직선과 완만한 곡선, U자형 등 세 가지 모양의 전구가 밸러스트에 달린 심플한 디자인이 특징이 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사람의 입꼬리를 본뜬 것으로 ‘양식을 최소화할수록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다’는 디자이너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새뮤얼은 현재 빔이 시작 단계지만 앞으로 전구의 무한한 변화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에디터 최별(choistar@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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