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을 주목하세요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FEATURE
  • 2020-01-31

이 사람을 주목하세요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하는 신예들.

블랙 레이스 드레스 La Silhouette de Eugenny, 토슈즈 본인 소장품.

단단한 발레리나, 심현희
심현희의 하루는 발레로 가득 차 있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아침을 연 뒤 국립발레단에서 발레 연습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연습할 때 찍은 동영상을 살피며 보완할 부분을 찾는다. 주말에는 다른 발레리나의 무용과 연기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온종일 발레만 생각하면 지치지 않느냐고 묻자 다른 일에도 관심이 많다며 미소 짓는다. “요즘 빠져 있는 건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와 <기묘한 이야기>예요. 작년에 국립발레단 <지젤>에서 지젤로 첫 데뷔를 하면서 연기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됐어요. 배우들의 연기에서 배울 점은 없는지 살피는 제 모습에 웃음도 났죠.”
여섯 살, 엄마 손을 잡고 찾은 발레 학원이 발레와의 첫 만남이었다. 체형 교정을 위해 시작한 발레는 어느덧 전공이 됐고,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세계 3대 콩쿠르인 ‘불가리아 바르나 국제 발레 콩쿠르’에서 주니어 은상 모던작품상(2010)을 거머쥐었다. 국립발레단에 합류한 뒤 자신의 자리에서 더욱 최선을 다한 그녀는 입단 3년 만에 드미 솔리스트로 승급했다. 기반을 잘 다져야 탑을 높게 세울 수 있듯 심현희는 서두르지 않고 한 단계씩 촘촘히 커리어를 쌓았다. 기본이 탄탄해서일까. 심현희의 무대는 안정적이다. 스스로도 균형을 중시하기에 춤의 밸런스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매일 몸과 마음을 다잡는다. “항상 강해져야 한다고 다짐해요. 리허설할 때 부족한 점이 보여도 무대에 오른 순간만큼은 제가 최고라고 생각하죠. 무대는 저를 표현해야 하는 공간이니까요”라고 말하는 심현희의 목소리에는 그녀의 춤처럼 나긋함과 강인함이 공존했다. 대화할수록 외유내강이란 단어가 참 잘 어울리는 발레리나구나 싶었다.
그녀가 지금 몰두하는 건 발레의 마임과 연기. <호두까기 인형>의 스페인 인형 역을 맡은 계기로 연기의 중요성을 크게 깨달았기에 배역에 깊이 이입하고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그래서 요즘은 새로운 걸 많이 경험하기 위해 노력한다. “얼마 전 처음으로 스키를 탔어요. 그동안 부상 걱정 때문에 한 번도 타보지 못했거든요. 시간이 나면 틈틈이 여행도 가고 싶고, 앞으로 더 많은 걸 배우고 접해보려 해요. 새로운 것에서 오는 영감이 분명 있을 테니까요.”
드미 솔리스트로 승급하고 지젤로 데뷔한 지난해는 심현희에게 선물 같은 해였다. 부단한 노력의 결과라며 축하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온 대답은 겸허했다. “제가 잘해서라기보다는 국립발레단과 강수진 단장님이 제게 좋은 기회를 주셔서 이뤄낸 것이라 생각해요.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뒤부터 발레가 매일 다르게 느껴져요. 항상 하던 동작도 새로워서 매 순간을 즐기며 춤추고 있어요. 열심히 하고 무대 위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되려 해요.” 심현희는 어릴 때부터 꿈의 역할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을 말하곤 했다. 올곧은 심지를 지닌 발레리나로 성장한 그녀가 줄리엣이 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베이지 슈트, 브라운 스웨터 모두 Man on the Boon, 워커 본인 소장품.

Be Simple, Be Myself, 원재연
어쩌다 낱장으로 흩어진 악보에 안절부절못하다가도 이내 한 장 집어 들고는 편안한 얼굴을 보여주는 원재연. 2월 13일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공연 < 원재연 피아노 리사이틀 All that Beethoven >을 여는 그는 지난 2017년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보통 서너 살 때부터 시작한 다른 사람에 비해 열한 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피아노 앞에 앉게 됐다는 원재연은 국내 콩쿠르를 석권하면서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대학생 때까지도 피아노가 진짜 자신의 길인지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독일 유학길에 오르며 해결되었다. 한국에서 예중, 예고, 대학 때까지 매일 같은 친구들과 끊임없이 경쟁하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다른 이에게는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지만, 관공서에서 해결해야 하는 간단한 서류 작업부터 모든 일을 심지어 ‘독일어’로, 자신이 전부 처리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면서 그는 지쳐버렸다. 친절하지 않은 도시에서 할 일도 없다 보니 피아노는 자연스럽게 그의 숨구멍을 트이게 했다. 결국 이리저리 치이던 그곳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좌절보다는 경험으로 남아 피아노를 더욱 소중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내내 원재연은 “자기 것이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해요”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자신의 것, 고유의 성격이 연주에 묻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 그래서일까. 원재연의 시원시원하고 낙천적인 성격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연주에 관객은 물론 연주자 선배, 교수까지 많은 이가 ‘독특하다’, ‘신선하다’라고 평한다.
사실, 이러한 평가를 얻는 데에는 그의 또 다른 재능이 한몫했다. 피아노로 어떻게 소리를 낼 수 있는지 기본적인 연주 메커니즘을 비롯해 몇 년산, 어떤 나무로,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같은 하드웨어적인 부분까지 파악하는 것이 연주에서는 무척 중요하다. 그런데 원재연은 일단 피아노를 쳐본 뒤 두 가지에 대한 파악과 함께 ‘이 피아노로는 이렇게 연주해야겠다’는 방향성을 비교적 빠르게 캐치하는 것. 그는 “연주에 호불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는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모든 이에게 인정받고 싶은 게 당연하지만, 원재연은 ‘불호’조차도 ‘그림자가 있다면 빛이 있다는 거지!’라는 마음가짐으로 덤덤히 받아들인다. 이러한 긍정적 성격 역시 그의 연주에 반영, ‘원재연스러움’을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우리 삶에는 박자, 리듬, 화성 같은 클래식 음악의 요소가 곳곳에 스며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클래식 음악을 어렵다고 느낀다. 그에 대해 원재연은 이렇게 말한다. “관객을 설득하는 건 연주자의 몫이에요. 그래서 전 연주를 재미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계적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도 우리가 광대가 되어야 한다고, 재미있지 않으면 음악이 아니라고 했죠.”




블랙 & 블루 패턴 니트 Calvin Klein Jeans, 로스트 레더 에이프런 Gong Apron. 테이블 위에 놓인 원목 도마 Kienho.

소년처럼 웃는 셰프, 강석현
카메라 앞이 조금은 낯설었나 보다. 팔짱을 껴보고 주머니에 손도 넣어보지만, 그 모습이 어색한지 쑥스러워하다 이내 자신이 런칭한 공에이프런의 앞치마를 입고 옷매무새를 고친다. 오랫동안 현장에서 팬을 잡은 셰프라 그런지 앞치마 차림이 잘 어울리는 그는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며 환히 웃었다. 마음도 한결 편해졌는지 파란색 니트가 잘 어울린다는 칭찬에 “정말요? 감사합니다”라며 밝은 표정으로 답한다.
셰프 강석현이라 소개했지만, 그를 단어 하나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아우어 베이커리와 도산 분식으로 유명한 CNP 푸드의 메뉴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셰프이자, 대막 비스트로와 대막의 총괄 셰프이기도 하다. 여러 메뉴를 만들었지만 단 하나를 예로 들자면, 대막이 도산공원 맛집으로 등극하는 데 한몫한 ‘바질소바’가 바로 그의 작품.
“저는 장르에 얽매이지 않아요.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걸 즐기죠. 고등어구이를 올린 파스타나 바질 페스토로 만든 일본 비빔라면 소스도 이러한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신선한 메뉴 개발을 위해 평소 여러 나라의 음식을 접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죠.” 요리를 향한 열정은 주방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2014년에는 브랜드 공에이프런을 런칭해 여러 디자인의 앞치마와 워크웨어를 선보이고 있다. “계속 똑같은 앞치마를 입고 일하는 제 모습이 평범해 보였어요.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제 요리와 삶에서도 개성이 사라질 것만 같았죠. 그래서 직접 앞치마를 만들어봤어요.” 새로운 방식의 요리를 즐기듯 앞치마도 흔한 면 소재가 아닌 데님이나 텐트에 쓰이는 원단으로 제작했다. 목걸이 형식의 앞치마가 목에 피로를 가중한다는 걸 현장에서 깨달은 그는 X자 스트랩으로 바꿨다. 감각적 디자인에 실용성까지 갖춘 공에이프런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최근에는 아티스트 나난과의 협업도 성공리에 마쳤다.
10년이 넘도록 주방에 머무를 수 있었던 저력은 역시 요리에 대한 애정이다. “요리를 너무 배우고 싶었어요. 당시 대학에 갈 형편이 안 돼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곧장 현장에 뛰어들었죠. 매일매일 배울 게 많았어요. 힘든 점도 있었지만 몸으로 직접 부딪힌 만큼 더 빨리 배웠다고 생각해요. 공에이프런을 런칭하고 나서는 쉬는 날이 생기면 사무실로 향해요.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뇌가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들거든요.” 앞으로 더 시도해보고 싶은 일이 많다며 자신의 포부를 밝히는 강석현. 맛있는 음식을 손님에게 대접할 때, 좋은 제품을 고객에게 소개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올해, 그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자신만의 확고한 개성을 찾으려 한다. “색깔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색깔이란 곧 정체성이잖아요.(웃음) 저만의 것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걸 해보고 싶어요. 그런 일이 쌓이다 보면 나 자신을 잘 아는 사람, 그리고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으로 성장할 거라 믿어요.” 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윤주상   헤어 & 메이크업 장예원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