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은 나, 비정상인가요?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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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14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나, 비정상인가요?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 자신이 싫어진 적 있는지? 무엇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강박일까? 아니면 진짜로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걸까? 심리상담가의 조언을 들어보자.






어떤 날은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싫다. 밥도 먹기 싫고 밥을 하는 건 더더욱 싫다. 일도 하고 싶지 않고 씻기조차 싫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이런 감정은 누구나 느낄 수 있고 지극히 정상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오래된다면 심각한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자칫 자신이 게으르다는 생각에 빠져 자책과 자기 혐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금 내가 느끼는 무기력은 정상인걸까? 최근 3개월간의 심리 상태나 증상을 떠올리며 테스트를 해보자.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은 무기력증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그동안 외면하고 회피하기만 했던 ‘내면 바라보기’에 집중하며 원인을 알아보자.

원인: 학습된 무기력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개를 통한 실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환경에 노출될 경우 ‘학습된 무기력’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계속된 전기 충격을 피할 수 없던 개들은 시간이 흘러 도망갈 수 있는 환경이 되어도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피하지 않았다. 셀리그만은 이렇게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무기력이 학습화 되어 절망한 채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게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 무색하게도 거듭되는 실패를 통해 무기력을 학습화 하게 된다. 진학, 취업, 사업의 실패로 자존감을 잃고 도전의식도 사라진다.

솔루션: 학습된 낙관주의
실패에 대한 경험이 쌓이고 현재의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느낄 때마다 무기력이 학습화 되듯 낙관도 학습된다. 셀리그만은 이를 '학습된 낙관주의’라 불렀다. 그는 개인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 일상 속에서 성취감을 느끼도록 한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목표나 계획에 충실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신감을 쌓고 좌절의 경험을 완화시키도록 한다. 부정적인 경험에 대하여 자기 연민을 갖고 자신을 용서하고 또 위로하도록 한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잃지 않고 학습된 무기력을 통제하도록 노력한다.






원인: 지루함
언제부터인가 A씨는 삶의 권태로움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뻔한 일상이 반복된다고 느낀다.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아무 생각 없이 허기를 달래고, 회사에 나가 같은 업무 처리를 하고… 그러다 처진 어깨와 지친 마음을 안고 집에 돌아와 TV 앞에 앉기 일쑤다.
그런가 하면 전업주부인 B씨는 15년 동안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았다. 하지만 근래에는 아침에 일어나 남편과 자식을 챙기는 일조차 하고 싶지 않다.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학교나 일터로 나가고 나면 홀로 집안을 치우고 음식을 준비하고 빨래를 한다. 또 저녁을 챙기고 아이들의 스케줄에 맞춰 기다리기를 반복하는 하루하루가 어제나 그제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A 씨나 B 씨 모두 따분한 일상의 단조로움이 회의와 무기력증으로 나타났다. 목적도 없고 희망도 없이 시간에 이끌려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솔루션: 변화
적극적으로 새로운 일을 해보도록 하자. 평소 같으면 그냥 스쳐 지나가던 같은 부서의 동료, 동네 사람과 대화를 해보도록 한다. 스케줄의 패턴을 조금씩 바꿔 보는 것도 좋다. 이동하는 시간에 조금씩 변화를 주거나 항상 가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은 주위환경을 조금 더 신중하게 살피게 한다. 항상 먹던 음식 대신 새로운 메뉴에 도전해보고 음악도 같은 플레이리스트를 반복하기 보다 새로운 장르를 시도해 보자. 이런 작은 변화들이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원인: 상실
30년간 일하던 직장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A씨는 끼니조차 거르고 잠만 잔지 4개월 째다. 쉴 새 없이 피로감이 밀려오고 회의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열심히 일했던 직장, 함께 일하던 동료들까지 한 순간에 잃어버리고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것 같다.
살면서 소중한 무언가를 잃게 되는 경험은 누구나 하게 된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반려 동물이나 일자리, 지위나 명예일 수도 있다. 이렇게 크고 작은 상실의 경험은 삶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솔루션: 애도
부정, 분노, 우울, 타협에서 수용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애도의 시간을 갖도록 한다. 상실의 대상에 따라 시간이 길수도 짧을 수도 있다. 화가 날 때는 화를 내도록 한다. 단 나 자신에게나 다른 사람에게 폭력적이지 않도록 하며 또 화를 내 자신에게 돌려 자신을 원망하지 않도록 한다. 어떠한 감정이라도 직면하도록 하고 감정을 마비시키는 음주는 피하도록 한다.






원인: 번 아웃, 스트레스
세상에 어느 누가 스트레스에서 자유롭다 할 수 있을까? 학업, 진학, 취업, 인간관계, 과도한 업무, 양육, 경제적 문제 등 스트레스의 요인은 다양하다. 이런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는 무기력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번 아웃, 말 그대로 불이 확 꺼져 버리고 재만 남은 듯하여 삶의 의미조차 잃어버린 상태를 말한다.

솔루션: ‘나’에 집중하기
과도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충분한 휴식, 운동, 취미생활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것들을 할 시간을 내는 것은 쉽지 않고 실천으로 옮기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생활 속 과도한 스트레스가 번 아웃으로 이어질 때는 어느 순간 자신을 잃은 채 목적 없이 달리고 있다고 여겨질 때다. 그러니 하루에 30분씩이라도 오롯이 ‘나’만을 생각해 보도록 한다. 가족의 도움을 받아 30분만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 그것이 뒹굴거리며 과자를 먹는 것이라도 괜찮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는 시간을 가져도 좋다. 그것이 죄책감, 자괴감,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갖지 말고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하도록 하자. 그런 시간을 통해 내가 무엇을 하고 싶고 또 무엇이 하기 싫은지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이 문구를 보고 절로 웃음이 나왔다. 공감에서 나온 웃음이었다. 이와 비슷한 맥락의 고민을 털어놓는 내담자에게 나는 한결같이 말한다. 이런 감정을 잘못됐다 판단하지 말고 수용해야 한다고 말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는 더욱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말 것. 하지만 동시에 그런 상태가 지속되지 않도록 원인을 찾고 삶에 활력을 찾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에디터 김희성(alice@noblesse.com)
이동은(심리상담가)
디자인 장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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