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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08

코로나19 시대의 온라인 플랫폼

클래식 성지 베를린에서 뿌린 온라인 티켓은 전 세계 음악 팬에게 큰 위로를 선물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3월 14일 공연 라이브 스트리밍 장면.

지난 4월 중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8월까지 국내의 모든 대규모 문화 행사를 금지한다고 공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모든 문화시설의 셧다운이 시작된 3월 둘째 주부터 베를린의 미술 신은 각개전투라도 하듯 기관마다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느라 분주하다. 물리적 접촉이 필요 없는 전화나 이메일, SNS를 통해 관람객 참여 방식으로 코로나 시대의 경험을 오브제, 텍스트, 사진, 비디오 등으로 수집하는 어느 미술관의 사례는 위기 속에서도 제 역할을 다하는 문화 선진국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시간의 예술’을 다루는 음악계는 이러한 미술계의 움직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베를린의 모든 공연장이 문을 닫은 상태에서, ‘랜선’ 접속으로 수많은 음악가와 공연 팬의 안타까움을 달래줄 ‘온라인 공연’이 성행했다.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영상물로 제작한 공연을 선보이거나, 객석을 비운 상태로 콘서트를 라이브 스트리밍하는 등 다양한 채널이 가상의 객석을 만들었다.






도이체 그라모폰의 ‘월드 피아노 데이’ 라이브 스트리밍 콘서트에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참여해 연주를 선보였다.

베를린의 수많은 공연 프로그램이 줄줄이 취소되고, 급기야 정부의 지침대로 아예 공연장 문을 닫은 시국에 제일 먼저 영민한 대안을 내놓은 곳은 명실공히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베를린 필)다. 지난 3월 13일부터 4월 12일까지 베를린 필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가상 콘서트홀인 ‘디지털 콘서트홀’을 전 세계 음악 팬에게 약 30일간 무료로 오픈했다. 홈페이지(digitalconcerthall.com)에 접속해 간단한 회원 정보를 입력한 후, 비밀번호 코드 ‘BERLIN’으로 로그인하면 전설적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활동하던 1960년대 후반부터 지난해에 취임한 키릴 페트렌코가 이끄는 최근 공연까지, 600여 편의 공연 영상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다. 셧다운 상황이 길어지면서 지금은(5월 초 현재) 비밀번호 코드 ‘BERLINPHIL’로 로그인해 이용 가능하다. 2008년 출범한 이래 유료로 운영해온 베를린 필 디지털 콘서트홀의 한 달 이용 티켓 가격은 14.9유로(약 2만 원)다. 무료로 오픈한 그 주 주말인 3월 14일과 15일에는 원래 예정되어 있던 버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을 사이먼 래틀의 지휘로 ‘관객 없이’ 연주하는 이례적인 콘서트가 펼쳐졌다. 클래식 팬이라면 친숙할 베를린 필하모니의 텅 빈 객석을 담은 영상이 전 세계로 송출되던 그날, 우리는 비로소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공연 플랫폼을 인지하게 됐다. 이는 암담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고, 한편으로는 기약 없는 불안 속에 움튼 한 가닥 희망이기도 하다.






리밍웨이 작가의 퍼포먼스 중 하나인 ‘Sonic Blossom’을 인스타그램에 라이브로 공개했다.

지난 3월 중순부터 베를린에서 얼마나 많은 공연이 취소되었는지 방증하듯 온라인 대체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출몰하기 시작했다. 공연장, 음반사, 음악가는 한마음 한뜻으로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양각색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며 공연장 홈페이지, 유튜브, SNS 같은 열린 채널을 통해 전 세계 음악 팬과 활발히 소통 중이다. 굴지의 음반사 도이체 그라모폰은 3월 말부터 ‘Moment Musical’이라는 자체 콘서트 프로그램을 기획해 소속 아티스트와 매주 릴레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대부분의 공연은 음악가의 가장 내밀한 감정이 드러나는 실내악 프로그램으로 편성했는데, 실내악이야말로 불안하고 불확실한 지금의 현실을 감싸 안듯이 깊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최적의 장르이기 때문이다.






SNS 채널을 통해 선보인 피아니스트 이고어 레비트의 하우스 콘서트.

도이체 그라모폰의 획기적인 히든 프로젝트는 3월 28일에 열린 ‘월드 피아노 데이’ 라이브 스트리밍이다. 피아노 건반 88개에 맞춰 시작되는 한 해, 88일이 지난 3월 28일로 정했다는 월드 피아노 데이는 SNS 홍보 효과 덕을 톡톡히 봤다. 흥미로운 태동만큼이나 음악 애호가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 것은 바로 유명 피아니스트의 자택에서 진행한 이른바 ‘방구석’ 콘서트인데, 참여 연주자는 마리아 조앙 피레스, 루돌프 부흐빈더, 예브게니 키신, 비킹귀르 올라프손, 얀 리치에츠키, 다닐 트리포노프 그리고 조성진까지 그야말로 별들의 잔치였다. 이 라이브 스트리밍 이후 해시태그 ‘#WorldPianoDay’, ‘#StayAtHome’으로 SNS가 도배되기도 했다. 같은 날 세계 정상의 성악가인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 베를린의 한 녹음 스튜디오에서 슈베르트 가곡으로 채운 라이브 스트리밍 듀오 콘서트를 펼쳤다. 이 스트리밍은 유료 서비스인데도 접속자 1000명을 넘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슈타츠오퍼 베를린에서 오페라 <이폴리트와 아리시>(2018)의 영상을 공개했다.

음악가 개인이 기획한 ‘하우스 콘서트’도 주목할 만하다. 피아니스트 이고어 레비트는 3월 12일부터 5월 4일까지 매일 저녁 7시 본인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하우스 콘서트를 연 바 있다. 기본 3시간이 넘는 오페라 공연도 편하게 안방 1열에서 관람할 수 있다. 슈타츠오퍼 베를린은 홈페이지를 통해 제한시간을 걸어두고 과거 공연 영상물을 최고의 화질과 음질로 제공한다. 지난 2018년에 공연한 라모의 오페라 <이폴리트와 아리시>는 작가 올라푸르 엘리아손이 무대감독으로 참여해 마치 한 편의 오페라 전시회를 보는 듯했다.
한편 베를린의 대표적 현대미술관 그로피우스 바우에서는 예정대로라면 설치미술 작가 리밍웨이의 개인전 <선물과 의식>이 열렸어야 한다. 작가는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조금 변주해 물리적 격리에도 불구하고 어떤 정신적 만남을 가능케 하는 퍼포먼스 ‘새벽을 위한 초대’를 고안했다. 전시는 오페라 가수가 사전에 신청한 관객 앞에서 미리 준비한 세 곡의 노래를 부르는 형식. 이를 정해진 시간에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공연, 온라인 플랫폼에서 무형적이고 친밀한 그것을 주고받을 수 있을지 테스트했다. 음악에 내재한 생명력과 그 가치는 선물 혹은 의식처럼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전대미문의 글로벌 위기에 독창적으로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는 베를린 공연계를 목도하면서 코로나 시대에 예술이 직면한 도전 과제가 무엇인지 재고해본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김정아(미술 저널리스트)   사진 제공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그로피우스 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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