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카피탄이 생각하는 크리에이티브는?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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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29

코코 카피탄이 생각하는 크리에이티브는?

코코 카피탄은 “예술이 무엇이든 간에 저는 제가 예술가라고 생각해요”라는 한마디로 자신의 모든 작업에 관한 설명을 갈음한다.

1 런던의 카페 로열에서 선보인 코코 카피탄의 그림과 소품.




2 코코 카피탄의 프로필.

코코 카피탄
1992년 스페인 세비야에서 태어나 현재 영국 런던을 베이스로 활동하고 있는 코코 카피탄. 런던 예술대학교 (University of the Arts London)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RCA)에서 사진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7년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함께한 협업으로 이름을 알리며 패션과 예술계의 핫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스타 작가’라는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예술가로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3 유럽사진미술관(MEP)에서 2019년 개최한 전시 전경.
4 Erik Rolls a Cigarette, C-type Print, 180×243cm, 2017

코코 카피탄의 작품에는 보는 이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힘이 있다. 특별히 엄청나게 힘을 준 것 같지도 않은데 사진 속 인물의 몸짓과 눈빛, 사물의 배치에서 관능적 섹시미까지 느낄 수 있는 그녀의 작품은 그래서인지 전 세계 젊은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코코 카피탄은 직관적 사진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풀어쓰는 텍스트 회화 작업을 중점적으로 한다. 특히 2018년 대림미술관에서 개최한 <나는 코코 카피탄, 오늘을 살아가는 너에게>전을 통해 구찌와의 컬래버레이션 작업으로 이름을 알린 자신을 한 명의 ‘예술가’로서 우리나라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예술은 어떤 기술에 국한된 것이 아니에요. 예술가로서 저는 기술적 한계에 부딪혔을 때 도전해 그걸 뛰어넘는 걸 좋아하죠. 그 과정에서 작품의 의미를 확장할 수 있고, 또 삶을 좀 더 정확히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전시와 관련한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회화 작업에 능숙하진 않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시도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작품을 통해 이를 증명해 보였다. 당시 전시장 꼭대기 층(4층)에선 스페인 올림픽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선수들을 포착한 사진과 수영장 설치 작품을 동시에 선보였는데, “설치 작품은 예술가가 꿀 수 있는 가장 원대한 꿈”이라며 이를 통해 자신의 예술성을 한껏 펼쳐냈다. 코코 카피탄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전하는 건조한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포착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출발해 환상과 실재를 오가며 유쾌하게 우리의 일상을 조명한다. 그의 작품이 모두의 이목을 모으는 건 사진의 기술적 측면보다는 작가 자신의 ‘시선’ 때문이다. 그 시선을 따라 이 작품에서 저 작품으로 눈을 돌리다 보면 결국 당신도 오늘을 살아가는 너와 나,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패션이나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당신의 이름이 반가울 것 같아요. 먼저 요즘 근황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주세요.
지금은 시간을 갖고 쉬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격리 생활이 이어지면서 전에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한 일들을 해보고 있습니다.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은 작가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죠. 비록 지금의 상황이 비극적이긴 하지만, 예술을 하는 저에겐 나름 성찰의 기회를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만드는 사람, 즉 ‘크리에이티브’로 활동한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예술 그리고 사진이라는 매체에 빠지게 되었는지요.
저는 항상 호기심이 많았고, 사물의 생김이나 그 이유가 궁금했어요. 물론 어린 시절에는 작가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림 그리는 데 많은 시간을 쓰진 않았죠. 아마 당시엔 예술가를 삽화가나 화가와 거의 동일시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대신 주로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당시를 돌이켜보면 꽤 특이한 취미가 있었어요. 몇 시간이고 잡지나 오래된 책을 뒤적이며 맘에 드는 그림을 찾아 오려내선 노트에 붙이곤 했죠. 그 노트가 제가 붙인 그림으로 완전히 뒤덮일 때까지. 끝이 없는 콜라주라고 할까요. 물론 당시에는 콜라주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딱히 목적도 없었습니다. 그저 저에겐 볼만한 물건, 혹은 제 흥미를 대변해줄 물건의 ‘저장소’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될 듯해요. 이후에는 여기저기 여행을 다녔고, 카메라를 갖게 되면서 교환학생으로 간 다른 지역의 생활을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했죠. 아마도 그때를 제 작업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겠네요. 지금과 유사한 방식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게 그때인 것 같거든요.




5 2018년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나는 코코 카피탄, 오늘을 살아가는 너에게> 전경.

아무래도 구찌와의 협업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2017년 그 결과물인 ‘아포리즘(Aphorisms)’이 나올 즈음 이미 구찌에서 몇 년째 포토그래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아포리즘은 말 그대로 제가 쓴 글귀를 캠페인에 차용한 건데, ‘What are we going to do with all this future’, ‘Common sense not that common’, ‘Tomorrow is now yesterday’, ‘I want to go back to believing a story’ 등의 문구가 제 글씨체로 당시 구찌의 디자인에 들어갔어요. 제가 SNS에 공개한 이미지와 글귀를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보고, 그 글에 담긴 의미가 제가 만들어낸 시각적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면서 서로 보완하고 시너지를 낸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혹은 제가 포착한 이미지를 문자 그대로 설명한다고 느꼈을지도 모르죠. 그래서 미켈레가 제 작업을 구찌에 비슷한 맥락으로 적용하게 된 거예요. 사진 대신 텍스트만 이용해 구체적이면서도 여러 갈래로 해석이 가능한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게 된 배경은 이렇습니다.

그 협업이 이후 작업의 방향성을 정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현재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협업을 통한 상업적 예술 작업은 항상 제게 영감을 주죠. 요즘은 특히 그런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 작업이 ‘자본주의’, ‘포스트팝아트’, ‘소비주의’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당연히 상업적 예술 작업을 통해 이런 주제를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얻는 거죠. 하지만 이제 제 개인 작업의 방향성을 전환하려 합니다. 좀 더 추상적이고 지적이거나 수사적 성격은 덜한, 다시 말해 영감에 기반을 둔 작업을 하려 합니다. 아마 이전에 제가 천착한 주제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일종의 판타지 세상을 거니는 것 같아 여행하듯 즐기고 있습니다.




Courtesy of Gucci
6 Girl in Yellow, C-type Print, 100×140cm, 2017

이번엔 전시 이야기로 가보려 합니다. 2018년 우리나라 대림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선보였어요. 그때 많은 이들, 특히 젊은 층이 당신의 작품에 열광하고 또 공감했습니다. 그 전시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는지, 또 코코 카피탄의 어떤 면모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대림미술관의 <나는 코코 카피탄, 오늘을 살아가는 너에게>전은 아주 즐거우면서 동시에 힘든 작업이었어요. 삶에서 제가 느끼는 흥미로운 부분, 즉 제가 지닌 에너지, 삶이 제공하는 모든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하는 열정이 전시에 드러나길 바랐어요.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 ‘우리가 겪는 모험’같이 ‘우리’가 포함되는 삶의 전반을 제 작품에 반영했다고 생각해요.

크리에이티브로서 계획 중인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지 <아트나우> 독자에게 살짝 귀띔해줄 수 있나요?
지금은 영국 런던의 갤러리 맥시밀리언 윌리엄(Maximillian William)에서 곧 열릴 <바다의 끝(The Edge of the Sea)>전 준비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5월에 열려야 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9월로 오픈 시기를 재조정했습니다. 덕분에 좀 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되었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21세기에 크리에이티브는 어떤 의미를 함축할까요? 또 동시대 당신과 같은 크리에이터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사람들이 시야를 열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영감을 제공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좀 더 유대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크리에이티브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에 의한 표면적 연결이 아니라, 보다 깊은 의미의 인간적 유대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시대 크리에이티브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이미지 제공 맥시밀리언 윌리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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