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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02

랜선 미식가의 세계

대한민국의 맛 지도를 새로 그리는 최고의 맛집 리뷰 유튜버 리스트.

“시간과 사회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하게 배를 채울 때 그는 잠시 동안 제멋대로가 되어 자유로워진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으며 음식을 먹는다는 고고한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 활동이다.” 일본 인기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오프닝 내레이션이다. 누가 썼는지 몰라도 참 맞는 말이다. 누가 뭐래도 미식은 지위 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행복이니까. 드라마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는 매회 거리를 떠돌다 마음이 끌리는 식당에 들어가는데, 백이면 백 모두 성공이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와 다르다. 숨은 보석 같은 식당을 발견하는 경우보다 실망감을 안고 나올 때가 훨씬 많다. 그래서 에디터는 따로 미식 공부를 한다. 대단한 건 아니고, 맛집 리뷰 유튜버의 영상을 본다. 이들의 발자취를 따른 뒤부터 입이 한층 즐거워졌다. 맛집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물론 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미식 꿀팁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에디터가 즐겨 보는 맛집 리뷰 유튜버 중 가장 믿을 만한 4인의 맛 스승을 소개한다.





차분한 진행이 돋보이는 ‘마리아주’의 맛집 리뷰.

푸드바코드 대표 정주영이 ‘마리아주’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는 채널. 호텔 뷔페부터 이탤리언 레스토랑, 철판 요리 전문점까지 다양하게 리뷰하지만, 영상 대부분은 스시 오마카세 맛집 리뷰가 차지한다. 한국의 스시 역사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스시조나 예약하기 어렵다는 스시인 같은 하이엔드 식당을 비롯해 덜 알려진 가성비 높은 스시집까지 소개해 그녀를 통해 오마카세에 입문한 사람이 꽤 많다. 물론 여기엔 에디터도 포함된다. 마리아주 덕분에 여의도에 있는 엔트리급 스시야 ‘아루히’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레스토랑 컨설팅이 본업인 만큼 식당 인테리어나 음악 소리 등을 상세히 설명하는 편이다. 음식 맛 만큼 분위기를 중요시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 아나운서가 연상될 만큼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리뷰를 진행하며, 업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고급스러움을 갖춰 팬층이 두꺼운 편이다. 그런데 이 사람, 은근히 독설가다. 좋은 부분은 아낌없이 칭찬하지만 아쉬운 점을 말하는 데도 거침이 없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간다.





전국구 단위로 맛집을 리뷰하는 ‘비밀이야’.

유명 맛집 블로거 ‘비밀이야’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 그는 동네 사람만 안다는 국내 로컬 식당부터 해외 유명 파인다이닝에 이르기까지 20년 가까이 맛집을 소개해온 미식업계 유명인사다. <비밀이야의 맛있는 프랑스>, <블로거 비밀이야의 전국해장음식열전> 등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런 전문가가 유튜브에 진출했다니 안 볼 수가 없다. 비밀이야의 최대 장점은 다양성이다. 폭넓은 가격대와 컨셉의 식당을 소개하는데, 강원도 속초 춘선네의 곰칫국이나 제주 서귀포 삼강식당의 오리 샤부샤부 등 전국구 단위로 맛집을 제대로 리뷰하는 유튜버는 비밀이야밖에 없다. 2019년 겨울에는 특집 시리즈 ‘비밀이야 in 이탈리아’로 현지 맛집을 소개하는 남다른 스케일을 선보였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해외 맛집 콘텐츠가 개점 휴업 상태인 것이 아쉬울 따름. 혼자 조용히 음식을 평가하는 대다수 맛집 리뷰 유튜버와 달리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셰프나 직원에게 적극적으로 물어가며 리뷰하기에 유용한 정보가 가득하다.





영상 시청 시 관전 포인트는 ‘코르가즘’ 유무다.

일본 도쿄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칸다’ 출신 셰프 나카무라 코우지의 유튜브 채널. 한국인 아내를 둔 그는 한국에 정착해 2014년 ‘스시코우지’를 시작으로 세컨드 브랜드 ’스시카이세이’와 ‘스시소라’를 열었다. 식당을 운영하기도 바쁠 텐데, 고맙게도 ‘맛알못’을 위해 꾸준히 영상을 올리고 있다. 개설 초기에는 스시 만드는 방법에 대한 영상을 찍었지만 최근에는 효자 콘텐츠인 맛집 리뷰를 주로 올린다. 스시 셰프라 스시를 전문적으로 리뷰할 것 같은데, 의외로 그렇지는 않다. 다른 업장의 스시 셰프를 홍보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삼가며 한식, 중식, 양식을 가리지 않고 식당을 폭넓게 리뷰한다. 한국어는 다소 어눌하지만 셰프답게 맛 표현이 섬세하고 다채롭다. 그리고 이 채널에는 진짜 맛집을 판독하는 명확한 지표가 있는데, 바로 ‘코르가즘(코우지+오르가즘)’이다. 진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히는 코우지 셰프의 독특한 습관을 가리키는 말로, 이 코르가즘이 나온 식당은 믿고 가도 될 정도다. 애청자인 에디터가 보기에 역대급 코르가즘이 터진 식당은 두 곳, 마장동에 자리한 한우 오마카세 전문점 ‘본앤브래드’와 신라호텔 한식당 ‘라연’이다.





서울 노포에 관한 정보는 ‘김사원’을 따를 자가 없다.

외식 인생 10년 차, 직장인 3년 차 김사원이 서울 곳곳의 맛집을 소개한다. 앞선 채널과 달리 수십 년 ‘업력’을 자랑하는 노포를 전문으로 리뷰하는 것이 특징. 본인이 만족스럽게 먹고 재방문한 맛집만 업로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맛깔스러운 사투리로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데, 노포 사장이나 이모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정겨운 매력이 있다. 식당 한편에서 ‘할저씨(할아버지+아저씨)’들이 모여 나라 걱정을 하거나, 보쌈집 메뉴판에 족발과 쟁반 국수가 없으면 진짜 맛집이라는 둥 영상 중간중간 던지는 ‘드립’도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사실, 김사원이 소개하는 식당은 대체로 허름해서 ‘각’을 잡고 갈 만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살면서 언제나 힘을 주고 다닐 수는 없는 법. 오랜 친구들과 맛깔나는 안주를 먹으며 거나하게 취하고 싶거나, 레트로 열풍에 동참해 노포만의 ‘스웨그’를 느끼고 싶다면 김사원세끼의 채널을 추천한다. 참고로 김사원이 꼽은 2020년 최고 식당은 ‘이모카세(이모+오마카세)’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을지로의 ‘나드리식품’이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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