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사랑하는 작가, 하비에르 카예하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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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26

아시아가 사랑하는 작가, 하비에르 카예하

'눈이 큰 아이'라 불리는 캐릭터를 통해 아시아의 사랑을 독차지한 하비에르 카예하.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한 하비에르 카예하. Photo by Nacho Sánchez Corbacho

하비에르 카예하
피카소의 고향인 스페인 말라가에서 1971년 태어난 하비에르 카예하는 그라나다 대학교에서 파인 아트를 전공했다. 눈이 큰 남자아이를 그린 그림이 그의 대표작. 순수하고 유머러스한 매력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일본, 홍콩, 대만 등 아시아권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 미국 캐스터 갤러리, 독일 징크 갤러리, 일본 난주카 갤러리 등 대륙을 넘나들며 분주하게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이는 그는 2014년 바르셀로나 컨템퍼러리 아트 페어에서 최고 스페인 작가에게 수여하는 DKV상을 받았다.


때로는 ‘첫눈에 반한다’는 종잡을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것은 과학적으로는 해석 불가능한 매력의 법칙이고, 운명일 수도 있다. 다양한 분석이 뒤따르지만, 시선이 마주치고 서로를 알아보는 그 순간이야말로 비밀의 문이 열리는 시간임이 분명하다. 하비에르 카예하가 창조한 캐릭터의 커다란 눈망울에서 발산되는 천진하면서도 기대에 찬 눈빛은 보는 이로 하여금 첫눈에 반하게 한다. 그는 뜨거운 화제를 몰고 다니는 작가로 자리 잡았으며, 대표작 ‘What?’은 수차례 최고 경매가 기록을 갈아치우더니 최근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400만 홍콩달러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하비에르 카예하가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 혹은 일본 만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그는 만화 <마징가Z>를 좋아하지만, 스페인 만화가 프란시스코 이바녜스 탈라베라(Francisco Ibáñez Talavera)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작품을 지나치게 해석하는 것을 원하진 않아요. 그저 관람객이 작품을 선입견 없이 감상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예술의 본질이라고 봅니다.”





2019년 홍콩 아이쇼난주카 갤러리에서 열린 하비에르 카예하의 개인전 전경. Courtesy of the Artist and Calleja Studio





Have a Nice Day!, 2020. Courtesy of the Artist and Calleja Studio

아트 토이의 인기 비결
지난 몇 년간 열린 전시에서 하비에르 카예하의 아트 토이와 대형 조각 작품을 볼 수 있었다. 그의 계획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미술계의 새로운 트렌드다. “최근 작품 스타일이 크게 변하진 않았어요. 다만 요즘엔 세세한 부분에 많은 시간을 쏟지 않고 비교적 자유로운 느낌으로 그립니다. 도쿄 난주카 갤러리의 제안으로 조각 작품에도 몰두하고 있죠. 한정판 아트 토이와 조각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작품 세계를 알리자는 의도입니다.”
얼마 전에는 홍콩 복합 문화 공간 K11 뮤제아에서 대형 목각 피겨 2개와 아트 토이 ‘Blind Box’를 선보였다. 3000개 한정판 아트 토이는 구매 열풍을 불러일으킬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전통 예술 매체인 유화, 판화, 조각을 아트 토이와 결합하면 수집가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또 그가 선보인 200개 한정판 ‘Missing the Blue Sky’도 최근 필립스 경매에서 원래 가격의 20배가 넘는 가격에 낙찰되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아트 토이를 통해 ‘장난감’과 ‘예술’의 거리가 한층 가까워진 것이다.
하비에르 카예하는 홍콩, 일본, 그리스, 독일, 스페인 등 세계 각지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세계 각국에 그의 팬이 있고, 그는 나라마다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의 작품은 아시아에서 특히 인기가 높으며, 아시아의 미술 애호가는 검은색보다는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으로 그린 작품을 선호한다. 하지만 컬렉터의 취향이 화풍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예술가라면 누구나 선호하는 몇 가지 색이 있고 이를 작품에 반영하기 마련이죠. 예를 들면 짙은 색은 저를 흥분시키고 내면의 정서를 자극해요. 그래서 때로는 안전망을 벗어나 새로운 색을 가지고 실험합니다. 지역마다 선호하는 색이 있겠지만, 저는 그저 제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릴 뿐입니다.”

나라 요시토모의 후광
처음 하비에르 카예하가 주목받았을 때, 미술계는 그를 ‘제2의 나라 요시토모’라고 평했다. 하지만 이렇게 불리는 것을 좋아할 작가는 당연히 없을 것이다. 가장 유명한 작가와 비교한다 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그림자로 살고 싶은 작가가 어디 있겠는가. “그저 단순하게 그 문제를 바라봤지만, 대중의 선입견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제 작품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건 개의치 않아요. 그리고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우리 작품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계속 우리 작품을 비교하면서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간과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봅니다.”
조지 콘도(George Condo)의 작품은 파블로 피카소와 흡사하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피카소도 한때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를 모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 그런 한때의 평가는 무의미해졌고, 예술사는 그렇게 끊임없이 반복된다. 하비에르 카예하 역시 그저 자신의 작업을 할 뿐이다. 더군다나 그에게 영향을 준 미술가는 따로 있다. “배리 맥기(Barry McGee), 필립 거스턴(Philip Guston), 마크 로스코(Mark Rothko)를 존경합니다. 단순한 구도와 색을 쓰는 그들의 표현 방법에서 영향을 받았어요. 추상회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배웠고, 과정이 완성보다 중요한 경우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덕분에 지금도 캐릭터를 그릴 때 창작 과정을 순수하게 즐기곤 합니다.”
지금은 인터넷에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게 일상적 풍경이 되었지만, 실물을 봐야 비로소 작품의 영혼을 느낄 수 있다. 미술관과 갤러리를 벗어나 유명 작가의 작품이 레스토랑이나 호텔에 걸리기도 하고, 하비에르 카예하 역시 이에 대해 긍정적이다. 홍콩 미술 애호가들은 그의 작품을 보러 스페인 레스토랑 ‘라 람블라(La Rambla)’로 간다. “작가가 컬렉터 외에 많은 사람에게 작품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공공장소에서 전시하면 대중과 만날 수 있고, 사람들은 새로운 작품을 알게 되죠.
라 람블라의 한쪽 벽에 작품을 설치했고,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브랜드와의 협업도 예술을 공유하는 좋은 방법이다. 그는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와도 일했다. 덕분에 대중은 저렴한 가격에 그의 작품을 소유할 수 있었다.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은 예술에 관심이 없는 대중에게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흥미로운 방법이에요. 앞으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더 많은 길을 찾고 싶습니다.”





Why What?, 2019. Courtesy of the Artist and Calleja Studio





Hold up, 2018. Courtesy of the Artist and Calleja Studio. Photo by JL Gutiérrez

눈이 큰 고양이의 유래
눈이 큰 아이 외에도 하비에르 카예하의 작품에선 까만 눈이 크고 귀여운 고양이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는 실제로 고양이 네 마리와 함께 살고 있고, 작업실에 길고양이 한 마리가 자주 찾아온다고 한다. “고양이 특유의 독립성과 신비로운 개성을 좋아해요. 예술은 마술과 같다고 생각하기에 일상 속 마술 같은 순간을 즐깁니다. 오늘의 날씨나 우연히 발견한 식물 등에서 특별한 영감을 얻곤 하는데, 그중 고양이가 주는 감흥이 큽니다. 앞으로 제 작품에서 고양이를 더 자주 볼 수 있을 겁니다.”
예술가를 깊이 이해하려면 그의 예술 철학 그리고 영감을 깨워준 거장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가 어떤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지도 흥미를 자극한다. “25년간 창작 활동을 해왔는데, 운 좋게도 지금껏 상상하지 못한 미술 작품을 소유할 수 있었어요. 예를 들면 데이비드 슈리글리(David Shrigley), 배리 맥기를 무척 좋아해서 그들의 작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창작 활동이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아트 컬렉션도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는 예전부터 네오팝 아트에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훌리오 아나야 카반딩그(Julio Anaya Cabanding), 마야 조르제비치(Maja ðorđević), 알렉산다르 토도로비치(Aleksandar Todorović), 라이언 트래비스 크리스천(Ryan Travis Christian)의 작품도 소장하고 있다. 그들의 작품을 왜 좋아하는지 몇 마디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자신의 지명도와 네트워크를 통해 신진 작가를 예술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수입은 대부분 작품 판매를 통해 얻는데, 이를 컬렉션을 통해 다시 예술계에 되돌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좋은 예술 생태계가 만들어질 테니까요.” 실제로 하비에르 카예하를 처음 홍콩에 소개한 아이쇼난주카 갤러리는 그의 추천으로 작년 11월에 훌리오 아나야 카반딩그의 아시아 첫 개인전 을 개최했다. 예술가로서 명성을 높이기 위한 욕심을 부리기보다, 신진 예술가가 전시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대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널리 소개할 계획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그러면 언젠가 성공할 수 있고, 그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하비에르 카예하는 아티스트 친구에게 이런 조언을 듣고 더욱 작품 활동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제 눈이 큰 아이를 그린 작품은 어디에서나 환영받고, 전시회가 열릴 때마다 많은 수집가가 작품을 구매하려고 줄을 선다. 성공한 미술가로서 트렌디한 미술 시장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다행히 그는 그런 창작 과정을 즐긴다. 그는 하나의 공식을 끊임없이 반복하기보다는, 비슷한 일상에서 매번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작가들이 대답하기 곤란해하는 질문을 던졌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놀랍게도 그는 선뜻 답을 내놓았다. “간단한 질문이군요! 바로 조만간 발표할 새로운 작품입니다.(웃음)”





글. 비화치(筆華棋)
비화치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맷 청(Matt Chung)은 1988년 홍콩에서 태어나 미국 보스턴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글을 쓰는 작가로 활동해왔다. 2013년 포토 에세이 의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2016년에는 재벌 2세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을 펴내는 등 꾸준히 저작 활동을 이어왔다. 이 외에도 홍콩의 다양한 인터넷 방송이나 TV 프로그램의 호스트로 활동 중이다.

 

에디터 황재웅(jewoong@noblesse.com)
비화치(筆華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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