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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30

내 귀를 감싸는 오디오 콘텐츠

감미로운 오디오북부터 시사 팟캐스트, 꿀잠 ASMR, 핫한 리더와 소통하는 클럽하우스까지!

커넥티드 카를 비롯한 기술의 발전은 팟캐스트 등 오디오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게 했다.
일론 머스크,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 인사들이 사용하며 장안의 화제가 된 오디오 기반 SNS 클럽하우스.


‘Video Kill the Radio Star’, 영국 밴드 버글스가 1979년에 발표한 곡이다. TV 때문에 라디오가 구세대 유물이 됐다는 가사의 이 노래는 영상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상징처럼 쓰이고 있다. 확실히 영상은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콘텐츠가 되었다. 주변만 둘러봐도 너나없이 넷플릭스나 유튜브 보는 재미에 빠져 있으니, 현 인류를 ‘호모비디오쿠스(homo videocus)’라 부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버글스가 한탄한 것처럼 비디오(영상 콘텐츠)는 라디오(오디오 콘텐츠)를 완전히 ‘죽이지는’ 못했다. 오히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줄 알았던 오디오 콘텐츠는 요즘 부활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인싸 앱’ 클럽하우스(Clubhouse)가 있다. 지난해에 처음 선보인 오디오 기반 SNS 클럽하우스는 특정 사용자가 개설한 방에서 스피커의 이야기를 청취할 수 있다.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손들기 버튼을 눌러 직접 발언할 수도 있는 것이 특징. 클럽하우스는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우아한형제들 의장 김봉진 등 저명인사들이 사용하며 대중의 폭발적 관심을 끌어냈다. 클럽하우스의 대화방은 기존 이용자의 초대를 받아야 입장할 수 있는데, 올 연초에는 뜨거운 인기에 당근마켓 등 중고 시장에서 초대장을 거래하는 농담 같은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클럽하우스 열풍은 어느 정도 사그라졌지만, 출시 1년 만에 사용자 1000만을 확보하며 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의 유니콘 평가를 받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이에 질세라 트위터가 음성 커뮤니티 서비스 스페이스(Spaces)를 내놓고, 페이스북도 오디오 채팅 앱 파이어사이드(Fireside)를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상황. 이쯤 되면 오디오 기반 SNS를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유행으로 치부할 수는 없을 듯하다.
클럽하우스만이 아니다. 그간 ‘주류’라고 말하긴 애매하던 오디오 콘텐츠 팟캐스트의 비상도 주목할 만하다. 2000년대 아이팟 등 디지털 오디오 기기의 대중화로 팟캐스트는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유튜브가 그 자리를 대신하며 뒷전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몇 년 사이 AI 스피커, 무선 이어폰, 커넥티드 카 등 오디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개선되며 사정이 달라졌다. 국내 최대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의 연간 청취 시간은 2017년 약 4000만 시간에서 2020년 약 2억5000만 시간으로 6배가량 늘었고, 네이버의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오디오클립은 지난 1월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MAU)가 37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나 증가했다. 과거 팟캐스트가 일부 시사·정치 분야에 집중되었다면, 요즘 팟캐스트는 경제·사회·문화·어학까지 다양한 콘텐츠 폭을 자랑한다. 팟빵의 경우 올 상반기부터 라이브 음악 팟캐스트 청취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라디오방송과 달리 OTT 서비스처럼 원하는 이야기를 콕 집어 들을 수 있는 팟캐스트의 특성은 요즘 사람들의 니즈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위 왼쪽 클럽하우스에서는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전방위적 토론이 가능하다.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주제를 선택해 합류하기만 하면 되는 것!
위 오른쪽 오디오클립에선 모닥불 ASMR을 비롯한 다채로운 라이브 콘텐츠를 제공한다.
아래쪽 윌라에선 이달의 오디오북을 공개해 사용자의 콘텐츠 선택을 돕는다.

귀로 듣는 책, 오디오북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26억7000만 달러(약 3조 원) 정도였다. 지구적으로 그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2027년까지 연평균 24.4%씩 성장할 것으로 보여 전망이 밝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언택트 문화가 자리 잡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 성장률은 과거 예상치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오디오북 시장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데, 2019년 런칭한 오디오북 서비스 윌라는 작년 한 해에만 유료 구독자 수를 전년 대비 800%나 늘렸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 밀리의서재나 팟빵, 오디오클립에서도 오디오북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중. 김혜수, 이병헌 등 목소리 좋은 배우를 리더(읽는 이)로 내세우며 외연 넓히기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에디터는 잠 못 드는 밤 오디오북을 듣는데, 어릴 적 동화책을 읽어주던 엄마의 목소리처럼 포근한 느낌이 든다. 눈의 피로를 유발하는 유튜브 보는 습관도 사라져 숙면에도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질문 하나. 사람들은 왜 오디오 콘텐츠에 열광하는 걸까?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멀티태스킹이 용이하다는 것.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영상 콘텐츠와 달리 오디오 콘텐츠는 운전, 공부, 운동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심지어 자면서도 가능하다. 타닥타닥 모닥불 타는 소리, 농촌의 귀뚜라미 울음소리, 보슬비 내리는 소리 등 각종 ASMR도 오디오 콘텐츠니 말이다. 팟빵의 모회사 코리아센터의 신기동 홍보팀장은 “하루 24시간을 26~27시간처럼 쓰도록 하는 게 오디오 콘텐츠만의 매력”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세대) 등장도 오디오 콘텐츠의 인기에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밥 먹으면서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고, 동시에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올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멀티태스킹이 생활화된 Z세대인 만큼, 시공간 제약 없이 끊김 없이 즐기는 오디오 콘텐츠는 훌륭한 선택지다. 혹은 기성세대처럼 라디오방송을 들으며 자라지 않았으니, 부드럽게 감성을 자극하는 오디오 콘텐츠가 오히려 뉴트로(newtro)의 일환으로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덧붙여 Z세대는 1시간짜리 TV 드라마보다 10분짜리 웹 드라마를 즐겨 보는 등 쇼트폼 콘텐츠를 선호하는데, 이에 맞춰 적당한 길이로 재단한 오디오 콘텐츠가 많다. 예컨대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배우 김태리가 세계 고전문학을 낭독하고 소개하는 김태리의 리커버북은 15~20분 길이로 콘텐츠를 구성, 지난해 5월 오픈한 후 구독자 14만 명을 모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도 오디오 콘텐츠는 괜찮은 창작 옵션이다.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 아무리 스마트폰 성능이 좋아졌다지만, 고퀄리티의 영상을 찍으려면 장비를 마련하고 편집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혀야 한다. 블로그 등에 텍스트 기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겠지만, 남 보기 부끄럽지 않게 글 쓰는 일도 쉽지 않다. 그에 비해 오디오 콘텐츠는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영상 콘텐츠처럼 얼굴을 드러낼 필요가 없기에 신상 공개 우려가 적은 것도 장점. 덕분에 라디오계의 유튜브로 불리는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라디오에선 매일 10만 개의 콘텐츠가 생성된다.
클럽하우스부터 팟캐스트, 오디오북, ASMR까지 현재 오디오 콘텐츠의 인기는 TV가 보급된 이래 가장 뜨겁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이 이 콘텐츠에 다시 주목하는 건 언뜻 시대를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최근 모바일 장치 중심의 뉴미디어 환경에 최적화된 21세기 오디오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것”이라며 “여러 콘텐츠를 동시에 즐기는 현대인의 특성을 고려하면 그 효용성이 더욱 빛난다”면서 그 열기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으론 오디오 콘텐츠만의 매력이 명확하니, 영상 콘텐츠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버글스는 곡을 하나 더 써야 할 듯싶다. ‘Video don’t Kill the Radio Star’라는 곡을.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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