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취향을 가지는 방법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LIFESTYLE
  • 2021-08-12

좋은 취향을 가지는 방법

두오모앤코의 최항순 회장과 수많은 경험이 축적된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두오모앤코 7층 집무실에서 만난 최항순 회장.

멋스럽고 단단한 데다 건축적 미감이 느껴지는 지하 4층, 지상 10층으로 이루어진 벽돌 건물. 두오모앤코가 새롭게 사옥을 지어 학동역 뒤편으로 자리를 옮긴 지 벌써 20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두오모 쇼룸은 단순히 리빙 디자인 명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토털 라이프스타일 숍의 모습을 갖췄다. 가구와 조명, 주방과 욕실 가구·액세서리, 바닥재·타일 등의 인테리어 머티리얼을 층마다 감각적으로 전시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각 층의 쇼룸에서 놀·월터 놀·폴트로나 프라우 등의 가구, 아르떼미데·플로스 등의 조명, 아가페·토토·인바니 등의 욕실 브랜드, 키친 브랜드 불탑 등 해외 유수의 명품 디자인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취향의 폭이 한 뼘 넓어지는 듯하다. 그중 6층부터 8층까지 자리한 9개 유닛 하우스(Unit House)는 이 모든 제품을 큐레이션해 연출한 공간으로, 예약 고객에 한해 개방한다. 침실과 욕실, 거실과 주방까지 실제 두오모에서 소개하는 자재로 마감하거나 가구와 조명을 집 안에 들였을 때 어떤 분위기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체험·컨설팅 공간이다. 무엇보다 이 공간이 특별한 이유는 곳곳에 최항순 회장의 감각과 취향이 스며 있기 때문. 리츠웰(Ritzwell) 소파와 테이블이 놓인 거실엔 그의 빈티지 오디오 컬렉션 클랑 필름(Klang Film) 스피커에서 순도 높은 음색의 음악이 흐르고, 페페 비오트(Pepe Biot)나 후안 리뽀예스(Juan Ripolles) 같은 스페인 작가의 이국적 그림이 걸려 있다. 도어를 레더 소재로 만들어 시간이 흐를수록 멋스러운 이탈리아 명품 가구 마테오 그라시(Matteo Grassi) 수납장 위에는 고려·조선시대의 앤티크 도자기와 이탈리아 건축의 대가 조 폰티(Gio Ponti)가 디자인한 핑크 오브제를 배치했다. 건축미를 품은 불탑의 아일랜드 테이블 위에 놓인 이규호 작가의 접시, 고(故) 김백선 건축가가 우리 전통의 먹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판티니(Fantini)의 간결한 선적 느낌의 수전을 매치한 세면대는 틀었을 때 물이 튀지 않는 각도로 설치한 것이다. 어느 것 하나 튀거나 과도하게 드러나지 않은 채 무심히 놓여 있지만 품격이 느껴지고, 억지로 멋 부리지 않았지만 ‘진짜’ 멋이 밴 공간. 클래식과 모던의 조화 같은 인테리어 공식도, 유행하는 특정 스타일도 따르지 않는 흔치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융합으로 완성한 공간. 이 모든 것에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가 내재되어 있고, 이는 최항순 회장의 라이프스타일이기도 하다.





위쪽 가죽 소재 도어의 빈티지 수납장 위에 스페인 작가의 그림과 고려 시대 사기, 지오 폰티의 오브제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아래쪽 큐레이션해 연출한 공간. 리츠웰 가구와 불탑 주방이 멋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두오모앤코 사옥 전체를 다시 한번 찬찬히 감상하다 보니 유명 디자이너나 스타일 전문가보다 탁월한 안목과 섬세함을 지닌 그의 취향을 엿볼 수 있었다. 책으로 공부한 지식이나 이론과는 다른, 수많은 경험이 쌓인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40년간 이탈리아를 비롯한 많은 도시를 여행하면서 수십 번씩 보고 만지고 느끼며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축적해온 것이다. “직원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는 전달하는 것이 아닌 ‘경험’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암기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100m 달리기처럼 빨리 갈 생각을 해서도 안 돼요. 오랜 시간 느끼면서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듯 켜켜이 쌓아가야죠. 훌륭한 셰프의 음식도 몇 번 먹어봐야 진정한 맛을 알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박사가 되기보다는 집중과 반복을 통한 많은 경험으로 프로페셔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위쪽 1층에서 지하 쇼룸이 내려다보이는 구조로 개방감이 뛰어나다. 높은 층고의 천장에 설치한 양혜규 작가의 작품은 두오모앤코 쇼룸을 위해 작업한 것.
아래 왼쪽 머터리얼 쇼룸 리뉴얼 이벤트와 함께 선보인 서울대학교 도예과 출신 작가들의 전시.
아래 오른쪽 일마또네 레스토랑 야외의 테라스 테이블. 서울 도심의 전경이 펼쳐지는 이 곳의 저녁 시간에는 와인 한 잔 마시며 멋진 선셋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문화를 일구는 라이프스타일 가구와 조명을 비롯한 두오모 제품이 전시된 공간 외에도 이 건물에서는 건축에 일가견 있는 최항순 회장의 취향과 철학이 반영된 보석 같은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지하 1층과 1·4·10층 등 쇼룸 바깥에 설계한 옥외 테라스, 그 테라스에서 파노라마 뷰로 펼쳐지는 서울 도심 전망이다. 상업 공간과 차량으로 복잡하게 얽힌 논현동 골목이라는 것을 잊을 만큼 평온한 세계에 발을 들인 듯하다.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쇼룸이지만 ‘도심 속 안식처’를 만들고 싶었어요. 빛과 바람이 흐르는 건축물 그리고 각각 테마가 있는 공간을 계획했죠. 쇼룸 외에도 층과 층 사이 계단이 이어지는 공간마다 각기 다른 조명과 아트 페인팅, 사진 작품 등을 걸고 앤티크 체어를 비치했어요. 아마도 이만한 규모에 다채로움을 융합한 토털 라이프스타일 숍은 유일할 거예요.” 그의 얘기를 들으며 폴트로나 프라우나 놀의 소파에 앉아 훌쩍 큰 나무와 식물, 꽃이 어우러진 테라스를 바라보니 ‘격’이 있는 라이프스타일이란 어떤 것인지 체감하게 된다. 9층에 자리한 이탤리언 레스토랑 일마또네(Il Mattone)에도 그의 취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벽돌 건물 안에 자리한 미식 공간답게 이탈리아어로 ‘벽돌’이라는 의미의 이름을 붙였고, 긴 테이블에는 재스퍼 모리슨이 디자인한 체어와 부룰레크 형제의 유니크한 레더 소재 펜던트 조명을 매치했다. 이탈리아 셰프가 현지 맛을 제대로 살린 메뉴가 준비되어 있고, 최항순 회장이 수입한 올리브 오일과 모데나(Modena)산 발사믹(Balsamico), 이탈리아 와이너리에서 생산해 두오모의 레이블을 붙인 스푸만테(Spumante)도 선보인다. 뭐니 뭐니 해도 이곳의 백미는 테라스다. 올리브와 제라늄, 라임나무 등 다양한 식물로 지중해의 휴양지 분위기를 연출한 테라스에서 낮과 밤이 다른 특별한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그야말로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닌 디자인부터 역사와 건축, 와인, 예술로 이어지는 문화의 아름다움을 구현한 공간이다.





위쪽 쇼룸에서 펼쳐진 현악삼중주 공연.
아래 왼쪽 야외 테라스가 바라보이는 폴트로나 프라우 쇼룸.
아래 오른쪽 10층과 9층 사이 계단 천장에 설치한 잉고 마우러의 조명.

“리빙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는 별개가 아닌 같은 선상에 있다”고 말하는 최항순 회장의 취향은 문화 산업으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와 베니스 비엔날레를 꾸준히 후원해왔고, 4년 전부터 서울대학교 도예과에서 ‘두오모 프라이즈’를 개최하며, 쇼룸에서 작가의 작품 전시를 기획 중이다. 7월에는 지하 3층과 지하 4층의 머티리얼 쇼룸에서 서울대학교 도예과 교수와 출신 작가의 도자기 작품으로 구성한 <모색(摸索)>전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같은 시기 직원들과 VIP를 위해 첼리스트 송민제·허정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진수를 초청해 2회에 걸쳐 쇼룸에서 마련한 현악삼중주 공연 또한 예술 문화와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최항순 회장의 철학과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예다.





모던한 가구와 매치한 빈티지 오디오 컬렉션.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아무도 없는 밀라노 성당 앞에 있는 텅 빈 광장에서 라이브 공연을 펼쳐 코로나블루에 빠진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뭉클함을 안겨준 것, 이런 것이 문화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오랜 세월이 깃든 물건과 모던한 디자인, 리빙과 미식, 문화가 공존하는 두오모앤코가 라이프스타일의 격을 높일 뿐 아니라 삶에 안식을 주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서로 다른 디자인이 충돌하지 않고 융합하는 공간, 무심히 툭 놓은 듯하지만 의도가 내포된 공간, 몇십 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정말 좋은 것만으로 채운 공간. 그의 경험에서 비롯한 세월과 풍성한 스토리가 깃든 공간은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그렇게 쌓인 취향이 라이프스타일이 되고, 라이프스타일이 곧 문화로 이어지는 것. 취향의 진정한 길이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사진 박우진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