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가구 일인자가 말하는 장인 정신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LIFESTYLE
  • 2021-10-14

목가구 일인자가 말하는 장인 정신

발베니 메이커스 캠페인 네 번째 주인공, 소병진 소목장과 이명택 계승자의 이야기.

마크 테토가 전통 가구를 만드는 소병진 소목장, 이명택 계승자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오래된 목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세월의 풍파가 만들어낸 세포조직의 변화가 한 폭의 산수화 같다. 신이 내린 가장 큰 선물, 나무. 그리고 그 아름다운 선물을 재료로 가구를 만드는 사람이 바로 목수다. 한민족의 혼이 서린 전주장을 복원하는 소병진 장인은 죽어가는 나무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천년을 이어갈 작품을 만든다. 그의 손을 거친 가구에는 음과 양의 기운, 삶과 죽음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130여 년 전부터 내려오는 전통 수작업 방식을 고수해 만드는 발베니 30년.

마크 테토 나무가 정말 멋있네요. 작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나무인가요? 소병진 500년 이상 된 느티나무예요. 고사(枯死)되어 제 손에 왔죠. 이 부분은 무결이 매우 아름다운 용목입니다. 용목은 ‘용의 눈’이라는 뜻이죠. 옹이 부분이 뒤엉킨 용 형상 같다고 해서 그렇게 불러요.

마크 테토 용목은 어떻게 생기나요? 소병진 나무는 시간이 지나면 홀로 죽어가요. 바로 죽는 게 아니라 천천히, 조금씩 죽어갑니다. 그렇게 죽어가면서 생기는 무늬가 바로 용목입니다.

마크 테토 작품의 시작이네요. 선생님 작품의 시작은 작업실이 아니라 바로 이 나무에서부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쩌면 500년 전부터요. 소병진 그렇다고 봐야죠. 일반 사람을 만나면 장작이 될 수도 있지만, 목수를 만나 작품으로 거듭나는 거죠.

마크 테토 그러고 보니 한 작품 안에 죽음과 생명이 함께 존재하네요. 작업하실 때는 느티나무 말고 또 어떤 나무를 사용하나요? 소병진 참죽나무, 목감나무, 오동나무 등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나무는 거의 다 사용합니다.

마크 테토 나무마다 결이 다르고, 그에 따라 패턴도 달라서 완전히 다른 작품이 나올 듯합니다. 나무와 인연을 맺은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소병진 57년 정도 되었어요. 제가 시골에서 자랄 때는 사람들 대부분 가난한 데다 직업도 다양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집안에 가구나 문짝을 만드는 어른이 계셨죠. 어깨너머로 구경하다 보니 파고, 넣고, 짜는 기술을 배워보고 싶더라고요. 당시 전주에 대한민국 10대 목수 중 한 분이 일하는 큰 공방이 있었는데, 열다섯 살 때 그 공방에서 바닥을 쓸고 닦으며 일했어요. 그런 성실함을 눈여겨보던 선생님이 일찍부터 기술을 가르쳐주셨죠. 보통 10년씩 걸리는 교육을 저는 2년 6개월만에 마스터했습니다.

마크 테토 주로 어떤 걸 배우셨나요? 소병진 처음에는 책상이나 식탁 같은 제품을 만들고,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면 농을 만들어요. 그렇게 10년 동안 기술을 연마한 뒤 최고 기술자가 되어 어린 나이에 창업했습니다. 빨리 돈을 벌어 식구를 부양하고 동생들도 가르쳐야 했거든요.

마크 테토 창업한 뒤에는 상황이 어땠나요? 소병진 돈을 많이 벌기도 했지만, 크게 망하기도 했어요.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는 평생 모은 돈을 1년 만에 모두 잃었죠. 이후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나 현재까지 소목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마크 테토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작업을 이어오신 덕분에 잊힐 뻔한 전주장과 전통 가구를 지금까지 볼 수 있는 거군요. 소병진 조선과 함께 사라진 전주장은 관아에서 관장하는 경공장을 통해 임금님이 하사하던 물건이에요. 조선이 망하면서 월급을 줄 수 없어 기술자들을 모두 내보냈죠.

마크 테토 그런데 어떻게 전주장을 만나셨나요? 소병진 전북 최고 기술자로 인정받은 뒤 좀 더 수준 높은 기술을 배우기 위해 상경했어요. 인사동을 지나가는데 좋은 농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들어가보니 ‘전주장’이라고 쓰여 있었어요. 완주 근처 영진, 정동에서 나오는 농이라고 하더군요. ‘우리 동네에서 만든 물건이네!’ 하고 생각했죠.





위쪽 작업실에서 만난 이명택 계승자와 소병진 소목장.
아래쪽 소병진 소목장은 57년째 나무와 인연을 맺고 전통 가구를 만들고 있다.

마크 테토 정말 자랑스러우셨겠어요. 소병 카메라를 빌려 전주장 사진을 찍고 치수를 적어놨어요. 제가 복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재료가 없었어요. 다른 장은 10년 말린 나무를 써도 되지만, 전주장은 20년 말린 나무를 써야 하거든요. 그래서 월급을 타면 나무를 사서 시골집에 쟁여뒀어요. 20년을 말려야 하니까. 서울에서 3년간 배우며 일한 뒤 다시 전주로 내려왔고, 전주장에 심취해 20년을 연구했습니다. 이 전주장을 복원하는 데 딱 20년이 걸렸어요.

마크 테토 정말 대단하세요.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요? 소병진 전주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유네스코에 등재하려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조선시대 200년 역사를 지닌 문화재니까요. 전주 박물관도 만들 계획입니다.

마크 테토 박물관이 생기면 꼭 다시 오겠습니다. 이명택 작가님은 어떤 계기로 나무와 인연을 맺고 계승자가 되셨나요? 이명택 딸 셋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뭘 해줄까 고민하다 어릴 때부터 봐온 반닫이를 선물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나무와 목공예에 관심이 생겼고, 그때 선생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크 테토 가구를 만들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작업하시나요? 이명택 항상 아이들을 생각하고, 또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합니다. 그분들께 선물한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면 허투루 만들 수가 없더라고요.

마크 테토 이명택 작가님은 어떤 제자인가요? 소병진 배우고 싶다고 찾아오는 사람은 많아요. 몇 달 아니면 1년씩 있다 가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재목이 될 사람은 한눈에 알 수 있어요. 이 친구는 장인정신이 돋보여 제가 많이 아낍니다. 지금도 많은 제자가 오는데, 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하면 좋겠어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독특한 것을요.

마크 테토 이명택 작가님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나요? 이명택 아직까지는 모방에 가깝죠. 제 것을 만들고 싶어 조금씩 변형해보는데, 아직은 선생님께 많이 의지하는 편입니다.

마크 테토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싶나요? 이명택 더 많은 작품을 경험하면서 훗날 후배들이 공부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또 전통 가구가 워낙 고가라 대중화되지 못했어요. 실생활에서 일반인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계획도 있습니다.

마크 테토 덕분에 다음 세대도 전통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전통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발베니 역시 130년의 전통, 그 손맛이 들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분이 생각하는 장인정신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이명택 저는 매 순간 혼을 쏟아붓는 것이야말로 장인정신이라고 생각해요. 소병진 긴 시간을 인내하며 여기까지 왔어요. 그게 바로 장인정신 아닐까요. 인내의 씨앗, 씨앗의 결과물인 거죠.

*경고: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에디터 김선녀(프리랜서)
사진 김일다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