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쇼트폼 'K-콘텐츠' 열풍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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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25

지금은 쇼트폼 'K-콘텐츠' 열풍

틱톡 인기 콘텐츠에 <오징어 게임>이 올랐다. 대세로 떠오른 쇼트폼 콘텐츠는 왜 인기일까?

틱톡 인기 콘텐츠로 등극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유튜브 쇼츠에서 ‘퍼미션 투 댄스 챌린지’를 개최한 BTS.


긴 하루의 끝,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영상 보는 게 소소한 낙이다. 긴 영상은 숙면에 방해가 되니 애초에 선택하지 않는데, 몇 달 전 새로 생긴 쇼츠(Shorts) 탭의 짧은 영상은 길어야 1분이란 생각에 별 고민 없이 누르게 된다. 간편 요리 레시피, 예능 프로그램 하이라이트 등 콘텐츠 자체는 특별할 게 없다. 하지만 스와이프 한 번으로 손쉽게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는 게 문제. 나도 모르게 10여 편의 영상을 감상하게 된다. 다음 날 컨디션에 지장을 주는 것 같아 자제하고 있지만, 묘한 중독성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게 쉽지 않다.
에디터의 정신을 쏙 빼놓고 있는 짧은 영상을 쇼트폼(short-form) 콘텐츠라고 부른다. 15초짜리 영상부터 10분 내외 드라마까지 사람들이 ‘짧다’고 느낄 만한 영상이 여기에 포함된다. 콘텐츠 유형도 제각각이라 명확하게 정의하긴 어렵지만, 과자를 먹듯 가볍게 즐기는 스낵 컬처(snack culture)의 일종으로 이해하면 된다. 쇼트폼 콘텐츠의 주 소비층은 Z세대. 쇼트폼 콘텐츠는 대부분 세로형 영상으로 제작해 모바일 친화적인데, 마침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도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영상 보는 일에 익숙하다. 또한 Z세대는 콘텐츠 소비에서도 ‘가성비’를 추구한다. 몰입하고 싶은 콘텐츠는 넘쳐나지만, 그를 위한 시간은 부족하기 때문. 기존 영화나 드라마는 핵심 내용을 파악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쇼트폼 콘텐츠는 단 몇 초면 된다. 새로운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콘텐츠인 셈.
쇼트폼 콘텐츠의 성장에는 중국 IT 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가 큰 역할을 했다. 아니, 이들이 쇼트폼 콘텐츠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15초에서 3분 길이의 쇼트폼 형식 영상을 제작 및 공유할 수 있는 SNS 틱톡(TikTok)을 내놨다. 중국은 물론 일본, 미국 등 150개국에 진출한 틱톡은 한국에서도 2017년부터 서비스하고 있다. 틱톡의 성장세는 경이로운 수준. 2018년 1월 약 5500만 명이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증가해 올여름 7억 명, 지난 9월 10억 명을 넘어섰다. 작년 8월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바이트댄스에 틱톡의 미국 사업체를 매각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국경 문제로 중국과 충돌한 인도가 지난 1월 틱톡을 퇴출하는 등 국가적 제재를 딛고 이뤄낸 성과다. 미국 블룸버그는 현재 바이트댄스의 기업 가치를 넷플릭스를 넘어선 2500억 달러(약 298조 원)로 추산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릴스, 틱톡, 유튜브의 쇼츠는 쇼트폼 콘텐츠를 삼분하고 있다.

틱톡이 이렇게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틱톡에서는 누구나 쉽게 영상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다. 준비물은 스마트폰 하나. 틱톡 앱으로 영상 촬영부터 편집까지 모두 가능한데 필터와 스티커, 음원 등 다양한 리소스를 제공한다. 또 틱톡의 검색 화면에는 인기 해시태그가 나열되어 있다. 해시태그와 연관된 영상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 비슷한 포맷으로 직접 영상을 찍어 올려 ‘챌린지(따라 하기)’ 형태로도 즐길 수 있다. 누가 영상을 만드나 싶겠지만, 쌍방향 소통을 즐기는 젊은 세대에겐 이만한 놀잇거리가 없다. 이 글을 읽는 지금 이 순간에도 챌린지에 올라탄 새로운 쇼트폼 영상은 게재되고 있을 것. 참고로 기사를 작성하는 10월 5일 기준으로 가장 핫한 해시태그는 ‘SquidGame’이다. 화제의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속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 달고나 뽑기 놀이 등을 패러디한 영상의 조회 수가 총 256억 회에 달했다.
틱톡이 대박을 터뜨리자 기존 IT 공룡들도 부랴부랴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페이스북의 자회사 인스타그램이 지난 2월 국내에 출시한 릴스(Reels)가 그렇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는 이것을 활용해 15~30초 길이의 쇼트폼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글로벌 제품 총괄 부사장 비샬 샤(Vishal Shah)는 릴스 출시 후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10억 명이고, 그중 5000만 이용자가 매일 스토리를 이용한다. 15초 미만의 짧은 영상은 전체 영상 피드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성이 높아졌다”며 “릴스는 누구나 짧고 재미있는 영상을 발견하고 만드는 새로운 방식이다. 릴스가 만들어갈 엔터테인먼트의 미래가 기대된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에 질세라 구글의 유튜브도 지난 7월 15초에서 1분 길이의 영상을 올릴 수 있는 쇼츠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 인기 급상승 동영상 탭이 있던 자리에 쇼츠 탭을 배치할 정도로 숏폼 콘텐츠에 진심이다. 유튜브는 1억 달러(약 1200억 원) 규모의 ‘유튜브 쇼츠 펀드’를 조성, 쇼츠를 통해 차세대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틱톡 홈 화면엔 사용자의 관심사에 따른 맞춤형 영상이 띄워진다.
틱톡은 간편한 영상 촬영 및 편집 기능을 제공하며, 음악 역시 라이선스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틱톡은 간편한 영상 촬영 및 편집 기능을 제공하며, 음악 역시 라이선스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틱톡의 검색 화면에선 인기 해시태그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틱톡과 릴스, 쇼츠는 단순한 영상 플랫폼을 넘어 홍보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메시지 전달 효과가 뛰어날 뿐 아니라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까지 유도할 수 있어서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에 가수 지코가 틱톡에서 선보인 ‘아무 노래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 유명 가수들이 틱톡을 이용한 컴백 프로모션 및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21세기 팝 아이콘 BTS 역시 7월 23일부터 8월 14일까지 유튜브 쇼츠에서 ‘퍼미션 투 댄스 챌린지’를 개최했다. 신곡 ‘퍼미션 투 댄스’에 맞춰 춤을 추는 것으로, 애초에 따라 하기 쉬운 포인트 안무를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는? 영국의 전설적 뮤지션 엘턴 존이 이 챌린지에 참여했을 정도로 대성공. 챌린지로 음악이 알려지면 차트 순위 상승과 음원 매출 증가로 이어져 음악 유통의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기업들 역시 쇼트폼 콘텐츠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 등 신제품 공개에 앞서 7월 28일 유튜브에 삼성 갤럭시 언팩 행사 트레일러 영상을 발표하고, 동시에 틱톡에서 ‘언폴드 챌린지’를 진행했다. 영화배우 밀리 바비 브라운 등과 함께 진행하는 캠페인 영상은 8월 5일 기준으로 1억9300만 뷰를 넘어서며 언팩에 대한 기대감을 제대로 높였다.
쇼트폼 콘텐츠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던 곳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롱폼 콘텐츠가 강점인 넷플릭스는 지난 3월 ‘패스트 래프(Fast Laughs)’ 도입을 발표했다. 스마트폰 하단 탐색 메뉴의 패스트 래프 탭을 터치하면 넷플릭스의 풍성한 코미디 콘텐츠 속 클립 영상을 볼 수 있다. 이 서비스는 현재 일부 국가 iOS 기기 이용자에게만 제공하고 있으며, 안드로이드 기기용도 개발 중이다. 지난 9월 런칭 1주년을 맞은 통합 동영상 서비스 카카오TV는 편당 10~30분가량의 쇼트폼, 미드폼 포맷의 드라마와 예능, 라이브 쇼를 주로 선보이고 있다. 1년간 내놓은 프로그램이 53개에 달하는데, 누적 조회 수는 약 11억 뷰, 누적 시청자 수는 약 4100만 명에 달한다. 한편, TV 방송국의 시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9년 방영한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5분 분량으로 TV에 편성하고 10분 내외의 확장 버전은 유튜브 채널에 따로 공개하는 형식으로 방영했다. 또 2020년 선보인 예능 프로그램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스포츠, 과학, 미술, 여행, 요리, 공장 등 각기 다른 소재의 6개 쇼트폼 코너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한 프로그램으로 코너당 각각 10분씩 방송을 탔다. 두 프로그램을 모두 연출한 스타 PD 나영석은 <금요일 금요일 밤에> 제작발표회에서 “요즘 예능이 너무 길다고 느꼈다. 1시간에서 90분까지 가더라. 드라마로 치면 대하드라마 같다”며 “가벼운 걸 하고 싶은데 방송사 편성은 기본적으로 60분이지 않나. 작은 개별 프로그램을 모으면 시청자들이 좀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느 때보다 콘텐츠 간 경쟁이 치열한 오늘날, 순식간에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는 쇼트폼 콘텐츠는 생산자의 참여와 소비자의 관심을 기반으로 계속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게 힘들게 느껴지는데, 혹시 쇼트폼의 문법에 익숙해져 그런 건 아닐까 하는. 롱폼 콘텐츠에는 쇼트폼 콘텐츠가 담을 수 없는 깊이가 있는 법이다. 쇼트폼 콘텐츠가 롱폼 콘텐츠와 반비례 관계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매력을 살려 함께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글을 마친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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