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를 이끄는 혁신가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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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24

볼보를 이끄는 혁신가

국내 수입차 역사상 전무후무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볼보자동차 코리아의 수장 이윤모 대표를 만났다.

볼보의 첫 번째 순수 전기차 C40 리차지와 볼보자동차 코리아의 이윤모 대표.

얼마 전 지인이 오랫동안 몰고 다니던 차를 바꿨다. 잦은 지방 출장과 많은 짐을 싣고 다녀야 하는 직업상 SUV를 선호하던 그녀는 줄곧 국내 브랜드의 RV 차량을 타고 다녔다. 그런 그녀가 계약 후 6개월을 기다렸다며 들뜬 모습으로 몰고 온 차는 플래티넘 그레이 컬러 볼보 XC60이다. 그뿐 아니다. 아버지 차를 운전하고 다니던 한 후배가 서른 살이 된 기념으로 구입한 새 차는 볼보 XC40이고, 7년간 정통 오프로더 스타일의 SUV를 고집하던 어느 사진가는 볼보 XC90으로 바꾼 후 만족감이 높다며 볼보 홍보대사를 자처한다. 한번 생긴 파동이 점점 커지면서 잔잔하게 멀리 뻗어나가듯,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볼보 오너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런 현상이 놀라운 이유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볼보의 존재감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스웨덴 태생의 볼보는 ‘안전’을 최고 가치로 내세우며 실용성과 편리성에 초점을 맞춘 차를 개발해왔다. 10년을 타도 고장 나지 않는 차로 인정받았지만, 투박한 디자인에 구닥다리 차라는 인식이 있었다. 변화가 불가피했다. 2010년 중국의 지리자동차에 인수된 볼보는 세련미와 모던한 감성을 담은 스칸디나비안 스타일로 거듭나며 안전 기술을 더욱 발전시켰다. 그 결과 볼보의 입지와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볼보는 최근 10년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브랜드다. 국내시장에서 10년 연속 판매량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했고,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 실적 4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물론 차량 품질과 안전에 대한 확고한 철학, 환경과 사람을 배려한 행보 등이 밑바탕이 되었지만, 한국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중심에는 볼보자동차 코리아의 이윤모 대표가 있다. 볼보가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 상품성을 국내 소비자의 니즈와 정서에 맞게 전달해 취임 이후 매년 놀라운 성적표를 써 내려가는 이윤모 대표. 그를 만나 프리미엄 브랜드로 급성장한 볼보의 브랜드 가치와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위쪽 C40 리차지 모델은 후면 디자인을 쿠페 스타일로 다듬은 것이 특징이다.
아래쪽 도심형 SUV인 XC40의 전기차 모델 XC40 리차지.

성장의 원동력
개인적으로 볼보의 변화를 감지한 것은 2015년 1월이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볼보자동차 팝업 스토어 ‘더 하우스 오브 스웨덴’을 열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가로수길은 트렌드세터가 모이는 핫 플레이스로 부상하던 때였다. 그곳에 볼보 차량은 물론 피카(Fika), 패션, 음악, 인테리어 등 북유럽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젊은이의 발길을 붙들었다. 그때의 기억이 선명한 이유는 안전하지만 고루한 이미지가 강하던 볼보가 젊은 감성을 자극한 첫 시도였고, 볼보자동차 코리아의 새 수장이 오고 나서 일어난 변화였기 때문이다. 이윤모 대표는 2014년에 볼보자동차 코리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는 오랜 세월 자동차업계에 몸담으며 국내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읽고 노하우를 축적한 인물이다. 1994년,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대우자동차 경영기획실에 입사한 그는 아시아·중동 수출 본부에 발령받아 1999년까지 수출 업무를 담당했다. 2002년에 BMW 코리아의 딜러 개발 매니저로 이직한 후 세일즈와 애프터세일즈를 담당하며 상무로 승진했고, 2014년에 볼보자동차 코리아로 옮겼다. “여러 브랜드를 통해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매 순간 나와 함께하는 회사,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성에 맞춰 제 삶도 유연하게 성장해왔죠.” 그는 볼보자동차에 합류한 순간부터 스웨디시 럭셔리 브랜드가 선보여야 할 방향성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고 말한다. 단순히 북유럽 디자인의 프리미엄 차가 아니라 차를 타는 사람과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배려하는 진정한 스웨디시 럭셔리가 무엇일지 고민한 것. “가장 바람직한 결론은 일과 삶의 조화, 가족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다른 사람과 환경까지 함께 배려하는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타는 차가 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저 디자인이 멋있고 폭발적 주행 성능을 지닌 차를 구입하겠다는 사람보다 확실히 볼보는 자신의 삶과 사람, 환경을 고려하며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이에게 어필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윤모 대표가 취임한 후 볼보자동차 코리아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취임하면서 목표로 잡은 연 1만 대 판매는 2019년에 달성했고, 지난해만 해도 전년 대비 판매량 17.6%가 증가하며 프리미엄 수입차 시장의 주류로 성장했다. “스웨디시 럭셔리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디자인과 높은 감성 품질, 그리고 한국 시장의 트렌드를 잘 반영한 상품 구성 덕분입니다. 특히 엔트리 모델부터 플래그십 모델까지 전 차종에 ‘인텔리세이프(Intellisafe)’라는 첨단 안전 시스템을 기본으로 탑재했죠.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옵션으로 제공하는 타 브랜드와 달리 안전 기술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볼보의 철학이 소비자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는 것 같아요.” 그뿐 아니라 볼보는 타사 1억 원대 차량에 들어가는 B&W 오디오, 스웨덴 왕실에 제공하는 크리스털 브랜드 오레포스사의 크리스털 기어노브 등 최첨단 편의 사양을 5000만 원대 모델에도 적용한다. 고가의 프리미엄 차량에서 누릴 수 있는 기능을 담으면서도 합리적 가격으로 선보이는 점도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요소다.
하지만 고속 성장하는 브랜드인 경우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반짝 인기로 끝날 수 있다. 이윤모 대표는 차가 잘 팔린다고 무조건 ‘밀어내기’식 판매를 하지 않고, A/S망을 구축하는 속도에 맞춰 판매량을 조절했다. 또 수입차 고객이 차를 소유하는 과정에서도 프리미엄의 가치를 얻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볼보자동차 CS 정책을 발전시켰다.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면 리셉션 직원과 테크니션이 분리되어 있어 유기적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울 때가 있잖아요. 저희는 2016년 수입차 최초로 개인 전담 서비스(VPS)를 도입했어요. 전담 테크니션이 예약·수리·정비·사후 관리까지 모두 진행해 고객 만족도가 매우 높죠.” 이 외에도 볼보는 아시아 최초로 서비스 전담 브랜드 ‘서비스 바이 볼보’를 런칭하는가 하면 ‘평생 부품 보증 서비스’, ‘헤이 볼보 앱’ 같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고객의 불편을 덜고 브랜드의 질적 성장을 꾀한다.





위쪽 XC40 리차지 뒷좌석에 앉은 이윤모 대표.
아래쪽 볼보의 전기차 플랫폼 CMA(콤팩트 모듈러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만든 XC40 리차지와 이윤모 대표.

균형과 조화를 중시하는 삶
기업은 기업에 필요한 가치와 함께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만들어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 환경보호, 이산화탄소 저감, 안전한 근로 환경 조성 같은 인류의 편의를 돕는 방식으로 사회가 원하는 가치를 함께 구현해야 한다. 그간 도로 위 모든 사람의 안전을 최고 가치로 여겨온 볼보는 이제 지구의 안전을 고민한다. 미래를 위해 안전 개념을 확장하고 그에 따라 요구되는 책임감 있는 행동을 촉구하는 것. 국내에서는 2020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디젤엔진의 단종을 발표했으며, 2021년부터 친환경 파워트레인인 하이브리드(마일드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올해부터 리차지(Recharge)라는 전동화 브랜드와 함께 전기차를 선보인다. 특히 지난 2월 15일, C40 리차지와 XC40 리차지를 출시해 볼보 전기차 시대의 막을 올렸다. 오는 2030년까지 100% 순수 전기차 기업으로 나아갈 목표에 앞서 2025년까지는 세일즈의 50%를 리차지(BEV/PHEV)로 채운다는 구체화된 로드맵도 설정했다. “친환경 모빌리티뿐 아니라 환경보호와 지속 가능한 안전에 대한 우리의 고민과 노력을 고객과 더 많이 나누고 함께 행동하고자 합니다. 2019년부터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스웨덴의 러닝 문화인 헤이 플로깅을 국내에 적극 소개했고, 안전 개념을 반려동물의 안전 드라이빙으로 확장해 볼보 세이브 시트·태그 같은 아이템도 출시했죠. 브랜드의 안전 철학을 사람에게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것으로 확대하려는 의지와 진정성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브랜드의 이념과 철학은 이윤모 대표를 포함한 직원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볼보자동차 코리아에 취임한 후 이윤모 대표는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본사가 있는 스웨덴으로 자주 출장을 가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앞만 보고 달려온 일상을 되돌아보게 된 것. “스웨덴에는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는 의미의 라곰(Lagom) 문화가 있어요. 그들은 일과 여가, 혹은 자연과 도시의 조화와 균형을 늘 강조하죠. 저 역시 바쁜 생활 속에서 일상의 조화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운동을 더 열심히 하죠.” 업계에서 운동광으로 유명한 이윤모 대표는 헬스와 크로스핏처럼 강도 높은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주로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 운동을 하는데, 저녁 약속이 없을 때는 하루에 두 번 피트니스센터에 갈 정도로 운동을 즐기고 있다. 운동을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그는 직원들에게도 개인적 생활과 일의 밸런스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하는 편이다. 스웨덴의 라곰 문화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은 물론 업무 환경이나 복지 같은 회사 생활에도 적용된다. 2017년 사옥을 옮긴 볼보자동차 코리아는 자율 좌석제를 도입했으며, 조명 컬러와 눈부심 정도, 공기 통풍, 흡음 천장과 섬유 바닥재 등 본사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에 따라 설계해 효율적이면서 기능적 업무 환경을 조성했다. “볼보의 업무 환경 가이드라인은 ‘직원’이 가장 큰 자산이라는 것에서 출발해요. 사무실은 철저히 사용자 중심의 업무 환경으로 조성했고, 모든 측면에서 쾌적하고 편안하며 영감을 줄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죠.”
지난 7년간 볼보자동차 코리아를 진두지휘하면서 볼보라는 브랜드를 국내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각인시켜온 이윤모 대표. 볼보자동차 코리아가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로 굳건히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눈앞의 성과에 연연하기보다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고, 진심으로 감동하고 받아들이며, 진정성 있게 국내시장에 전달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볼보를 선택한 고객이 후회하지 않고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 볼보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렇게 양질의 성장을 이끌고 모두에게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사진 박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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