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전시 플랫폼 '믐' 대표 김휘재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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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26

메타버스 전시 플랫폼 '믐' 대표 김휘재

예비 작가들의 설 공간을 위한 미술의 ‘뉴 스페이스’로서 메타버스 플랫폼 '믐'을 개발한 김휘재 대표의 스토리.

믐 대표 김휘재.

대표님은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습니다. 작가로서 활동도 염두에 뒀을 텐데, 믐을 설립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작가로서 전시를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한데 그 과정이 쉽지 않더군요. 대관료부터 도록 제작비, 작품 운송비까지 전시를 준비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요. 많은 신진 작가가 전시를 열기 위해 부업을 하는데, 그러다 보면 당연히 작업의 퀄리티가 떨어지죠.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배우고 있던 코딩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몇 달간 고군분투해 3D 전시 공간을 만들었는데 주변의 반응이 좋았어요. 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이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2020년 9월 믐을 설립했습니다. 믐은 전시장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ㅁ(미음)이 네모난 전시 공간을 표현합니다.
마인크래프트, 제페토, 이프랜드 등 메타버스 하면 떠오르는 플랫폼이 많습니다. 이들과 다른 믐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말씀하신 메타버스 플랫폼은 여러 사람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며 소통하는 소셜 네트워킹에 서비스 초점을 맞춥니다. 그에 비해 믐은 갤러리를 열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미술 전시에 집중합니다. 유저가 원하는 대로 세심하게 갤러리 공간을 창조, 그 안에서 최적의 작품 감상 환경을 제공할 수 있죠. 형태적으로 유사하지만 철학적 차이점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아트스텝스(Artsteps)나 뉴아트시티(New Art City) 등 미술에 특화된 메타버스 플랫폼이 있는데, 이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한편, 독자적 개발을 통해 서비스를 개선해나가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분들이 믐을 이용하나요?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분부터 학생, 신진 작가까지 큰돈을 들여 오프라인 전시를 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주로 믐을 찾습니다. 믐은 설립 취지에 걸맞게 개인전을 꾸리는 데 무리가 없는 선에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요. 좀 더 크고 멋진 공간에서 전시를 하고 싶거나, 각종 소품으로 공간을 꾸미고 싶다면 믐 내에서 통용되는 ‘포도’라는 화폐로 아이템을 구매하면 됩니다. 현재 기성 작가의 참여도가 낮은 편이지만, 저희도 놀랄 정도로 공간을 잘 꾸며놓은 유저가 늘고 있어요. 앞으로 그 비중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믐 미술사 콘텐츠’ 시리즈의 <낭만주의>전. 왼편에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1819), 오른편에 프란시스코 고야의 ‘1808년 5월 3일’(1814) 등 걸작이 걸려 있다.

유저들의 전시 외에도 믐에서 직접 큐레이팅한 전시가 눈에 띕니다.
미술을 잘 모르는 분, 미술관에 가면 꼭 해설이 필요한 분을 위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 기획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출품작 중 일부와 해당 작가들의 다른 작품을 모은 <이건희와 작가들>전, 로코코와 신고전주의 등 미술 사조별 주요 작품을 소개하는 ‘믐 미술사 콘텐츠’ 시리즈 전시가 그것이죠. 이런 전시를 기획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역시 저작권이에요. 저작권이 만료됐거나 작가들에게 전시 허가를 받은 작품만 전시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믐의 공간엔 가구와 소품 등을 배치해 쉴 곳을 만들었는데 아바타는 피로를 느끼지 않으니 실질적 쓸모는 없겠죠. 다만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유저들이 공간에 오래 머물며 이야기를 나누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는 믐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도 연관될 것 같고요.
믐을 운영하며 받은 흥미로운 피드백 중 하나가 휴게실 같은 공간을 조성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였습니다. 온라인 공간이지만 오프라인 전시를 관람하던 습관이 남아 있는 거죠. 예전에 프랑스에 잠시 머무른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큰 소리로 전시에 관해 이야기하던 장면이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국내에서 그랬다면 현장 직원이 조용히 해달라고 주의를 줬을 겁니다. 그곳에선 굉장히 자연스러운 문화인데, 이런 작은 차이가 큰 생각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믐 같은 메타버스에선 채팅이나 음성으로 마음껏 떠들어도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림을 바닥에 전시해도 상관없고, 아예 가구를 벽에 설치해 계단처럼 타고 올라갈 수도 있죠. 믐은 메타버스이기에 가능한 새로운 미술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메타버스가 각광받는 이유로 실물경제와 가상경제가 연동되는 점을 꼽습니다. 제페토에서 몇몇 유저가 직접 디자인한 아바타 의상을 판매해 수익을 낸 사례는 새로운 사실도 아니죠. 믐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선 유저들이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믐에는 유저가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요.
한 유저가 스토어에 자기 작품을 등록하고 다른 유저가 그것을 구매하면 판매 수익 일부를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오프라인 전시에서 작품이 팔릴 때 갤러리와 나눠 갖는 비율이 반반 정도라면, 저희는 운영비가 덜 들기 때문에 작가의 몫이 훨씬 많죠. 이 시스템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이 많습니다. 지금처럼 믐의 화폐로만 진행할지, 아니면 NFT와 연동할지. NFT로 전환할 경우 유저들은 암호화폐 지갑을 개설해야 해요. 실제로 해보면 어렵지 않지만, 현재로선 기존 방식보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두 방식을 함께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입니다.
메타버스를 논할 때 NFT, 그리고 NFT 아트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나옵니다. 한데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니 현재로선 둘이 그리 긴밀히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도 듭니다.
보통 NFT 아트를 구매한다는 건 그 작품의 소유권을 얻는다는 의미입니다. 저작권이 여전히 원작자에게 있으니 그의 동의 없이 작품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건 어렵죠. 이건 오프라인 작품도 마찬가지지만, 데이터로 이루어진 NFT 아트의 이미지는 온라인에서 누구나 쉽게 확인 가능하니 전통적 의미의 ‘소장’과는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NFT 아트가 버블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죠.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작품을 구매했는데, 현재로선 메타버스 공간에 전시하거나 되파는 것 정도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있으니까요.





<이건희와 작가들>전.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1751)가 왼쪽 벽면을 꽉 채웠다.

현재 NFT 아트를 전시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크립토복셀(Cryptovoxels)과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가 대표적입니다. 이 플랫폼에서 열리는 전시에 입장해 작품을 클릭하면 NFT 거래소 오픈씨(OpenSea)의 웹사이트로 연결됩니다. 메타버스 내에서 작품을 사고팔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동되는 수준으로, 긴밀히 연결되었다기엔 헐거운 부분이 있죠.
달리 생각하면 현재 메타버스는 NFT 아트를 선보이는 ‘쇼윈도’ 역할을 할 수 있는 거네요.
맞아요. 오픈시에서 원하는 작품을 검색해 찾아볼 순 있지만, 메타버스 공간에서 그 작품을 감상하는 건 다른 종류의 체험입니다. 지금 NFT 아트에 대해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로 디지털이 원본이 아닌 것이 굉장히 많아요. 실물로 작업하고 그것을 촬영해 NFT 아트로 만든 다음 판매하는 경우죠. 하지만 애초에 디지털이 원본인 NFT 아트라면요? 데이터 세상에만 원본이 존재하는 그 작품은 오프라인에서 프린트하거나 모니터에 띄우는 것이 아니라 메타버스에서 가장 잘 소개할 수 있을 겁니다.
연일 메타버스에 관한 긍정적인 뉴스가 나오지만, 아직 이 기술이 대중화되었다고 말할 순 없는 상황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메타버스를 향유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까요? VR 기기 같은 기술의 발전일까요?
VR 기기 등 새로운 기술이 보급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보다 저희는 이미 갖춰진 인프라인 PC나 스마트폰을 더욱 잘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요. MZ세대에게 익숙한 조작법도 윗세대에게는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이죠. 연세가 있는 분들도 쉽게 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려 합니다.
종국엔 메타버스가 미술계에서 어떤 일을 해내리라 생각하나요?
의료와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를 이용한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특히 미술 분야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전시를 위해 큐레이팅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제한된 시간에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방문해야 하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으니까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믐의 2022년 계획을 들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현재의 B2C 사업 모델을 유지하는 한편, B2B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갤러리나 미술관의 의뢰를 받아 그곳의 메타버스 전시를 만드는 거죠. 준비 중인 몇몇 프로젝트가 있는데 올해는 그 결과를 확인하는 한 해가 될 겁니다. 또 갤러리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공모전 개최를 염두에 두고 있어요. 신진 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믐의 운영 철학은 굳건히 지켜나갈 생각입니다.

 

에디터 황재웅(jewoong@noblesse.com)
사진 서승희(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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