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만날 호주 미술의 저력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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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29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만날 호주 미술의 저력

코앞으로 다가온 베니스 비엔날레. 그리고 이를 일찍부터 준비해온 호주의 소식을 전한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센트럴 파빌리온(Padiglione Centrale).
Courtesy of La Biennale di Venezia. Photo by Andrea Avezzu

베니스 비엔날레가 4월 23일부터 11월 27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남동쪽 카스텔로 공원과 아르세날레 일대에서 열린다. 1895년에 시작한 이 행사는 본래 홀수 해마다 개최했지만, 팬데믹 여파로 1년 연기되어 올봄에야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제59회를 맞이하는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주제는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s)’. 영국의 초현실주의 여성 화가 리어노라 캐링턴(Leonora Carrington)의 책 제목에서 따왔다. 상상의 프리즘을 통해 삶이 재구성되는 마법의 세계를 묘사한 책. 이 주제에 관해 비엔날레 총감독 체칠리아 알레마니(Cecilia Alemani)는 “몇 년간 작가들과 대화하며 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이 역사적 순간에 대해 묻게 되었고, 동시에 이는 우리 시대 과학과 예술, 신화에 관한 질문을 아우르는 듯했다”며 “인간에 대한 정의가 어떻게 변하는지, 무엇이 인간과 비인간을 구별하는지, 다른 생명체에 대한 우리의 책임은 무엇인지, 우리 없는 삶은 어떤 모습일지 등을 국제전(본전시)에 담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직접적 대답은 아니지만, 시대의 격변을 기록한 이 전시는 우리가 새로운 공존 방식과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데사스트레스’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악보 ‘Score’의 선별 페이지. ‘Score’ 작업은 이미지를 소리로 인식하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Courtesy of the Artist and Anna Schwartz Gallery

베니스 비엔날레의 특징은 국제전 외에 나라별로 독립된 전시 공간인 국가관(National Pavilion)을 운영한다는 것. 근대 유럽 민족주의의 영향 아래 미술에서도 스포츠 경기와 같은 흥미를 불러일으키자는 발상에서 비롯했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미술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 올해는 80개 국가가 함께한다. 카메룬, 나미비아, 네팔, 오만, 우간다 5개국이 첫 참가를 확정했고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이 처음 자체 국가관을 꾸린다. 물론 한국도 참가한다. 한국관에서는 ‘캄파넬라: 부풀은 태양’을 주제로 이영철 예술감독의 디렉션 아래 과학과 예술의 접점을 찾는 김현철 작가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국가관 소식은 나라별로 발표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그중 일찌감치 소식을 전한 곳은 호주. 올해 비엔날레에서 호주를 대표할 마흔한 번째 아티스트와 큐레이터는 마르코 푸시나토(Marco Fusinato), 알렉시 글라스-캔터(Alexie Glass-Kantor)다. 둘은 2019년 호주예술위원회(Australia Council for the Arts)의 공모를 통해 호주 대표로 선정된 뒤 꾸준히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해왔다. 현대미술 작가이자 노이즈 음악가인 마르코, 시드니 아트스페이스(Artspace) 이사이자 홍콩 아트 바젤 ‘엔카운터(Encounters)’ 섹션 큐레이터인 알렉시의 협업이 어떤 시너지를 불러일으킬지 기대를 모으는 이때, 알렉시 글라스-캔터를 만나 비엔날레 준비 과정을 물었다.





알렉시 글라스-캔터(왼쪽)와 마르코 푸시나토(오른쪽). Photo by Zan Wimberley

Interview with Alexie Glass-Kantor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호주를 대표하게 된 소감을 묻고 싶습니다.
엄청난 특권이고 영광입니다. 마르코와 저는 오랫동안 아티스트·큐레이터 팀으로서 함께해왔는데, 공모를 통해 대표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누가 우리 같은 펑크족에게 차 키를 맡겼지?”라며 웃었죠. 모든 것을 바쳐 소중한 기회를 살릴 생각입니다. 그 모든 것에는 자연스레 호주라는 나라의 특수성이 포함되죠. 호주는 본디 원주민의 땅으로 점령의 역사는 매우 짧습니다. 마르코와 저는 이주 세대이자 디아스포라 세대고요. 호주라는 복잡미묘한 국가를 대표한다는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작업에는 그간 호주를 설명해온 전통적 언어를 확장하고자 하는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두 분이 이번 비엔날레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직 개막 전이지만,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도 살짝 귀띔해주세요.
저희가 대표 아티스트와 큐레이터로 선정된 건 2019년의 일입니다. 그래서 초창기에 계획한 것과 현재의 결과물에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죠. 실제로 마르코는 록다운 기간에 멜버른(나암) 자택에 고립되어 스튜디오에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작품엔 모두가 경험한 분노와 비관, 혼란 같은 정서가 담겨 있죠. 하지만 핵심 아이디어와 진실성, 에너지, 힘, 열정은 처음 계획한 그대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데사스트레스(Desastres)’는 전시장에서 일렉트릭 기타를 신호 발생기로 사용해 이미지의 홍수를 유발하는 한편, 불협화음 노이즈를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정적인 전시(static exhibition)’라기보다는 ‘진화하는 작품(evolving work)’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비엔날레가 열리는 200일 내내 라이브로 진행해 관람객은 전시장을 찾을 때마다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호주 파빌리온은 미니멀한 아름다움으로 명성이 높은데, 전시 공간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도 성공적 전시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존 덴턴(John Denton)은 호주 파빌리온을 디자인한 유명 건축사무소 덴턴 코커 마셜(Denton Corker Marshall)의 리더입니다. 마르코의 열렬한 팬이자 컬렉터로 마르코와 여러 번 협업한 적이 있죠. 존과 감성을 공유하는 마르코가 호주 파빌리온과 직접 반응하는 작품을 만드는 건 멋진 일입니다. ‘데사스트레스’는 호주의 지리적 특수성을 부각하지 않은 작품이지만, 호주 파빌리온 공간 전체가 설치 작품의 일부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국가와 작가, 큐레이터에 대한 정보가 속속 공개되고 있습니다. 그중 어떤 작가나 작품에 특히 관심이 가시나요?
그 모든 게 마르코와 저에겐 정말 신나는 일입니다. 오랫동안 존경해온, 또는 함께 작업해온 많은 아티스트와 큐레이터가 이번에 참가를 확정했죠. 특히 스위스 파빌리온에 관심이 많습니다. 라티파 에샤크(Latifa Echakhch)가 타악기 연주자 알렉상드르 바벨(Alexandre Babel), 큐레이터 프란체스코 스토키(Francesco Stocchi)와 함께 사운드와 설치를 바탕으로 역동적 작품을 만들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편, 마르코는 일본을 대표하는 덤타입(Dumb Type)과 협업한 경험이 있죠. 이 외에도 핀란드의 필비 타칼라(Pilvi Takala)와 큐레이터 크리스티나 리(Christina Li), 뉴질랜드의 기하라 유키(Yuki Kihara)와 큐레이터 내털리 킹(Natalie King), 캐나다의 스탠 더글러스(Stan Douglas)와 큐레이터 리드 시어(Reid Shier)까지! 멋진 여성 아티스트,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아티스트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듯합니다.
호주관 전시, 나아가 베니스 비엔날레를 즐기기 위한 팁이 있다면?
편안한 신발 한 켤레, 그리고 열린 마음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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