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현실이 된 메타버스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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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31

상상이 현실이 된 메타버스

메타버스로 시선이 쏠리며 가상 부동산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잠시 부푼 버블에 불과할까, 신대륙을 선점할 마지막 기회일까?

위쪽 메타버스 아바타들이 발을 내딛고 활동할 수 있는 땅과 건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아래쪽 지구를 일대일 비율로 옮겨놓은 가상 부동산이 거래되는 어스 2.

요즘 친구들과 만나면 결국 재테크 이야기로 빠져든다. 역시 미국 주식밖에 없다느니, 가상화폐는 이제 시작이라느니, 미술품 조각 투자 수익률을 확인하고 오라느니 투자 분야가 실로 다양하다. 그 와중에 공통 화두로 떠오른 키워드가 있으니, 바로 가상 부동산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관련 기사가 쏟아지니 주목할 수밖에. 가상 부동산이 대체 무엇일까?
가상 부동산 열풍을 이해하려면 메타버스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가상 부동산이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토큰 등 가상 자산을 이용해 구매한 땅이나 건물을 의미하기 때문.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 같은 3차원 가상 세계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생소하던 이 개념이 대세로 떠오른 건 5G의 상용화 그리고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기술이 발전하면서부터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온라인 추세의 확산은 메타버스 도입을 가속화했다.
메타버스는 일견 우리가 십수 년 전부터 즐겨온 온라인 게임과 달라 보이지 않지만, ‘자유도’에 결정적 차이가 있다. 기존 게임에서는 개발자가 만든 스토리 라인과 미션에 따라 움직였다면, 메타버스에서는 소비할 콘텐츠를 스스로 선택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해 거래할 수 있다. 달리 말해 현실에서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 제페토(Zepeto)나 로블록스(Roblox) 같은 유명 메타버스 플랫폼은 누구나 아이템이나 게임을 개발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제작 툴을 제공하고 있다.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만들어 연간 30억 원을 벌어들인 한 초등학생, 제페토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그래픽 의상을 팔아 매월 1500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메타버스 크리에이터의 사례는 더 이상 놀라운 뉴스가 아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는 메타버스 시장 규모를 지난해 1485억 달러(약 184조 원)로 추산했다. 2025년에는 4764억 달러(약 591조 원), 2030년에는 1조5429억 달러(약 1914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런 상황에서 눈과 귀가 밝은 이들은 메타버스 공간, 즉 가상 부동산에 주목하고 있다. 메타버스와 부동산이라니, 가상과 현실을 대표하는 두 단어의 간극이 멀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를 또 하나의 현실로 상정하면 특별할 것도 없다. 현실에서 집이나 상점, 레스토랑, 회사가 들어설 건물을 세우기 위해선 땅을 임대하거나 소유해야 하지 않는가? 메타버스도 마찬가지다. 유저가 모이는 목 좋은 자리,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의 가격이 비싼 것은 당연지사. 메타버스 데이터 제공업체인 메타메트릭 솔루션즈(MetaMetric Solutions)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메타버스 플랫폼의 가상 부동산 판매액은 5억100만 달러(약 6220억 원)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1월에만 8500만 달러(약 1055억 원)어치가 판매됐는데, 이 속도면 올해 판매액은 10억 달러(약 1조241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왼쪽 더샌드박스 내 기술자와 힙스터들이 모이는 핫 플레이스인 센트럴 타운.
오른쪽 구찌는 3월 4일부터 27일까지 DDP에서 열리는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전을 기념해 제페토에 확장된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을 마련했다.

엄청난 성장세의 비결은 메타버스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있다. 현시점에서 메타버스가 현실을 ‘대체’했다고 말하긴 모자란 감이 있지만, 유명 가수의 콘서트나 대학교 입학식이 열리는 등 하루가 다르게 진화 중이다. 시간이 흘러 SF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 나오는 수준의 메타버스가 구현된다면, 인류는 곧 현실 세계만큼 메타버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지도 모른다. 가상 부동산을 선점한 이들의 위세는 현실 건물주 못지않을 것. 지난해 11월 가상자산 투자사 토큰스닷컴(Tokens.com)은 메타버스 플랫폼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의 패션 지구를 당시 최고 금액인 243만 달러(약 30억 원)에 사들여 화제를 모았다. CEO 앤드루 키구엘(Andrew Kiguel)은 “가상 부동산 투자는 뉴욕 초창기 맨해튼을 사들이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메타버스 플랫폼은 한두 곳이 아니다. 그중 가상 부동산과 관련한 대표 플랫폼을 소개하면, 먼저 어스 2(Earth 2)가 있다. 2020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어스 2는 구글의 3차원 세계지도인 구글 어스를 기반으로 지구를 일대일 비율로 옮겨놓은 것이 특징이다. 오픈 당시 전 세계 땅값은 타일(100m²)당 단돈 0.1달러. 하지만 투자자들이 유입되며 타일 가격이 치솟고 있으며, 3월 초 한국의 평균 타일 가격은 약 30달러로 세계적으로도 비싼 축에 속한다. 현재 어스 2에는 가상 부동산을 사고파는 것 외에 특별한 기능이 구현되지는 않았지만, 추가 업데이트를 통해 본격적 자원 채취와 상업 활동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건물을 세워 게임장을 운영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공간을 임대해 지속적 수입을 꾀하는 등 다양한 상상이 가능하다. 어스 2가 재미있는 점은, 매입한 땅에 소유자 국적을 표시해 국가별 경쟁을 유도하는 개념을 도입했다는 것. 일례로 현재 어스 2 내 청와대와 경복궁 타일은 중국인 소유다. 파리 에펠탑 타일 위에는 영국의 유니언잭이 펄럭인다. 이들이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인지, 장기적 관점에서 향후 특별한 이벤트를 열 것인지, 국가주의적 차원에서 매입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요소가 어스 2의 흥행에 일조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스 2가 현실 공간을 그대로 복제했다면, 더샌드박스(The Sandbox)에는 ‘메타버스’ 하면 떠오르는 환상적 세계가 구현되어 있다. 더샌드박스 유저들은 제작 툴을 활용해 각종 에셋을 제작할 수 있는데, 이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가상 부동산인 랜드(LAND)다. 이들은 플랫폼 출시 전인 2019년부터 랜드를 판매해왔으며, 판매 초기 5만 원 정도였던 랜드 가격은 300배가량 상승했다. 가상 부동산 개발업체 리퍼블릭 렘(Republic Realm)은 지난해 430만 달러(약 53억 원)어치 랜드를 사들여 개인 전용 섬인 ‘판타지 아일랜드(Fantasy Island)’ 100개를 개발했다. 이 중 섬 90개가 분양 첫날 각각 1만5000달러(약 1860만 원)에 판매됐으며, 일부는 분양가의 일곱 배 이상인 10만 달러(약 1억2420만 원) 정도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 판타지 아일랜드 소유주는 자신의 섬에서 아늑한 휴식을 취하고, 인근 해안가에서 수상 스포츠를 즐기며, 회원 전용 비치 클럽으로 이동해 인맥을 쌓는 등 호사를 누리게 된다. 지난 3월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알파 시즌 2를 선보인 더샌드박스는 올해 안에 정식 버전을 출시한다. 더샌드박스 공동 창업자 세바스티앙 보르제(Sebastien Borger)는 한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더샌드박스를 통해 콘텐츠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랜드를 이용한 수익화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가상 부동산 투자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첫 번째는 희소성 논란. 현실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공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데이터 조각인 가상 부동산은 이론적으로 무한한 확장이 가능하다. 이에 메타버스 플랫폼은 자체적으로 가상 부동산의 공급을 제한하는 상황. 메타버스 플랫폼이 한둘이 아닌 것도 문제다. 최근엔 거의 매주 새로운 메타버스 플랫폼이 생겨나는데, 10년 후에도 서비스할 곳이 얼마나 될까? 갑작스러운 플랫폼 소멸에 따라 소유권이 사라져도 제도적으로 보호를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도 메타버스와 연결된 가상화폐의 등락에 따라 간접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점, 일부 플랫폼에서 가상 부동산의 현금화 절차가 까다로운 점 등 구매 전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하지만 그래도 눈길이 간다. 메타버스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가상 부동산이 어떤 방식으로 쓰일지 궁금하기 때문. 이는 시간만이 대답해줄 것이다. 지금 당장 가상 부동산을 살 필요는 없지만, 관심을 가질 이유는 충분하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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