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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09

친환경 슈퍼카

전동화를 받아들인 슈퍼카의 진화.

페라리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296 GTS.

혈통 있는 슈퍼카 브랜드는 자존심이 남다르다. 약 20년 전, 포르쉐의 첫 번째 SUV 카이엔이 전 세계에 공개되었을 때 슈퍼카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대부분의 슈퍼카 브랜드에서는 절대로 SUV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포르쉐 애호가들 역시 ‘멍청한 사람들만 타고 다닐 차’라고 카이엔을 비난했다. SUV는 구조적으로 무게중심이 높기 때문에 슈퍼카 느낌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슈퍼카 시장의 외면과 달리 카이엔은 수년에 걸쳐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며 적자에 시달리던 포르쉐를 되살린 영광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 후 람보르기니, 애스턴마틴, 마세라티 등은 슬며시 고집을 꺾고 SUV 대열에 합류했으며, SUV를 만들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하던 페라리 역시 브랜드 최초 SUV인 프로산게의 데뷔를 목전에 두고 있다.
SUV의 첫 출현 때와 마찬가지로 슈퍼카 브랜드가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단언한 영역이 있으니, 바로 전기차 시장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하나둘 전기차를 개발할 때도 대부분의 슈퍼카 브랜드는 전기차를 만들지 않겠다는 경향이 강했다. 내연기관 엔진만이 줄 수 있는 운전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가 컸다. 하지만 고집과 철학도 시대 흐름에 맞춰 유연하게 바뀌는 법. 포르쉐가 순수 전기차인 타이칸을 출시하며 과감하게 전기 스포츠카의 포문을 열었고,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를 포함해 전체 차량의 80% 이상을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발 빠르게 시대의 흐름에 편승한 포르쉐의 뒤를 이어 슈퍼카 브랜드에서도 줄줄이 친환경 자동차 시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전기차를 만들 계획이 없다던 이들이 변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강력한 환경 규제의 영향이 크다. 특히 환경 기준이 높은 유럽의 경우 내연기관차만 고집할 경우 판매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전동화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된 셈. 완전한 전동화 시대로 가는 길목에서 슈퍼카 브랜드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우며 변화하는 환경에 맞서고 있다.




위쪽 애스턴마틴의 하이브리드 슈퍼카 발할라 프로토타입.
아래쪽 람보르기니가 한정 제작한 하이브리드 로드스터 시안.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우리 사전에 전기차는 없다’고 확고한 입장을 표명한 페라리. 2019년 3개의 전기모터와 V8 터보엔진을 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SF90 스트라달레를 출시한 이후 SF90 스파이더, 296 GTB, 296 GTS까지 4종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축하며 친환경 차 흐름에 올라탔다. 최근 출시한 296 GTS는 지난해 선보인 296 GTB의 컨버터블 버전으로, 이 차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페달 반응 시간을 0으로 단축했고, 순수 전기 eDrive 모드에서 최대 25km를 주행할 정도로 성능을 향상시켰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25년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하며 차근차근 친환경 차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2030년까지 100% 전동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운 마세라티도 전기차 시대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로 하이브리드를 선택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최초의 전동화 모델 기블리 GT 하이브리드와 르반떼 GT 하이브리드 모델은 가솔린 모델 대비 최대 22%, 디젤 모델 대비 최대 8%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낮췄다. 2023년, 마세라티는 올 하반기에 나올 새 SUV 모델 그레칼레의 전기차 버전과 그란투리스모·그란카브리오 모델의 전기차 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슈퍼카 명문가 람보르기니도 내연기관에 작별을 고하고 본격적인 전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2020년 19대만 한정 제작한 하이브리드 로드스터 시안을 공개함으로써 친환경 시장에서도 고유의 DNA를 유지하면서 브랜드 파워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의 회장 겸 CEO 슈테판 빙켈만(Stephan Winkelmann)은 “람보르기니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새로운 전기화 전략을 수립했다. 제품 차원의 전기화뿐 아니라 산타가타 볼로녜세(Sant’Agata Bolognese) 공장의 탄소 배출을 줄여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포괄적인 360도 전략을 추진하면서 람보르기니의 DNA를 계속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내연기관차만 소개하는 것은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강조했다. 2023년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한 후 2024년까지 모든 라인업에 전동화를 진행할 예정이며, 2025년까지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그리고 2020년대 후반에는 람보르기니의 첫 번째 순수 전기차를 출시해 전동화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위쪽 마세라티의 르반떼 GT 하이브리드.
아래쪽 맥라렌의 하이브리드 슈퍼카 아투라.

슈퍼카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브랜드인 맥라렌과 애스턴마틴도 전기모터를 이식한 차량을 선보인다. 맥라렌은 지난해 하이브리드 슈퍼카인 아투라를 출시하며 새로운 시대를 향한 브랜드의 의지를 드러냈다. 신형 3.0리터 V6 트윈 터보엔진과 맥라렌이 새로 개발한 E-모터 및 배터리 팩으로 구성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장착해 최대출력 680마력을 발휘, EV 주행 모드로 최대 30km까지 주행 가능하다. 애스턴마틴의 하이브리드 슈퍼카 발할라 프로토타입도 양산 초읽기에 들어갔다. 애스턴마틴의 전동화 흐름에 힘을 더하는 이 차량은 750마력의 4.0리터 V8 트윈 터보 가솔린엔진과 240마력의 전기모터 2개를 조합해 폭발적 성능을 만끽할 수 있다.
지금은 내연기관 시대에서 전기차 시대로 옮겨가는 과정에 있다. 슈퍼카 브랜드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내연기관 엔진이 줄 수 있는 감성적 만족감과 전동화 시대의 새로운 경험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물론 앞서 설명한 브랜드의 계획이 그렇듯이 머지않아 고성능 슈퍼카도 순수 전기 동력계가 대세인 시대가 올 것이다. 일각에선 엄청난 배기음과 가벼운 진동으로 심장을 떨리게 하는 슈퍼카가 우리 곁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슈퍼카란 본디 운전자가 자동차의 성능을 만끽하며 즐거움을 얻는 차가 아니던가. 엔진과 별개로 운전을 통해 얻는 쾌감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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