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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29

The Real Game Changer

75년간 이어온 페라리의 과거의 현재가 곳곳에 묻어나는 작은 도시, 이탈리아 마라넬로에 다녀왔다. 페라리의 푸로산게와 마주한 순간, 어떠한 흐름을 변화시키고 주도할 만한 '게임 체인저'가 될 거라는 강렬하면서 기분 좋은 확신이 들었다.

페라리 뮤지엄과 팩토리를 중심으로 페라리의 시그너처 컬러인 붉은색으로 물든 듯 보이는 거리, 상징적 말 형상이 서 있는 시내 중심가, 유럽 페라리 클럽 멤버들이 몰고 온 수십 대의 페라리 차가 모여든 호텔 앞. 생경하고도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진 이 작은 마을은 이탈리아 북부 도시 볼로냐 인근의 마라넬로(Maranello)다. 의심할 여지없이 세계 최고 스포츠카 페라리의 모든 차량은 마라넬로에 위치한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다. 개개인의 취향과 특성을 살려 주문 제작하는 오랜 전통을 이으며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하나의 아이코닉한 존재가 되었다. 이탈리아 감성을 입은 독보적 자연 흡기 엔진 스포츠카의 상징이 된 페라리도 현시대에 맞춰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SF90 스트라달레와 컨버터블 버전 SF90 스파이더, 6기통짜리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한 296 GTB의 3종으로 PHEV 라인업을 구축하며 지속 가능성을 향한 행보를 이어가지만, 지난해부터 많은 이가 기대감을 안고 기다린 건 새로운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많은 슈퍼카 브랜드에서 SUV를 내놓을 때도 미동조차 하지 않던 페라리에서 구현하는 최초의 ‘혼합’ 종이기 때문이다.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에서 영감을 받은 운전석. 조수석과 거의 정확하게 대칭을 이루는 레이아웃으로, 듀얼 콕핏 대시보드 컨셉을 기반으로 한다.
푸로산게를 위해 새롭게 설계한 페라리의 상징적인 V12 엔진.
넓고 편안한 뒷좌석. 다양한 수납공간과 편의 장치를 정교하게 설계해 넣었다.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차
지루한 기다림이 놀라움으로 바뀐 건 한순간이었다. 푸로산게(Purosangue). 제대로 발음하기 어렵지만 한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은 이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순종(thoroughbred)’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정통 SUV라기보다 4도어 4인승의 크로스오버 디자인으로 구현한 푸로산게는 이름에서부터 페라리의 DNA를 완벽하게 응축했다는 상징성과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생각해보면, 페라리는 초창기부터 뛰어난 슈퍼급 성능임에도 편안하게 앉아 주행할 수 있는 스포츠카를 지향해왔다. 그리고 75년 역사상 최초로 내놓은 이 크로스오버 모델은 그간 수행해온 첨단 연구의 정점을 보여준다. 우아함과 역동성이 공존하고, 뛰어난 성능과 운전하는 즐거움, 편안함과 실용성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유일무이한 차량으로 탄생한 것.
푸로산게의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링은 플라비오 만초니(Flavio Manzoni)가 이끄는 페라리 스타일링 센터 멤버에게 “거대하면서도 짜릿한 도전”이었다. 치프 디자이너 만초니는 푸로산게의 디자인에 대해 “아름다운 비율”, “유동적 보디”, “시각적으로 완벽한 구성”이라고 표현했다. 외적으로 독특한 점 몇 가지가 눈에 띄는데, 우선 전면 그릴이 없다. 대신 하부에 2면 각의 상반각(dihedral) 형태를 이루며 기술적 미감을 드러낸다. 헤드라이트 부분도 독창적이다. 보닛의 각 측면에 ‘ㄷ’ 형태로 두 쌍의 공기흡입구가 있고, 그 사이에 얇은 DLR(주간 주행등)이 자리한다. 그로 인해 헤드라이트보다 에어로 덕트가 더 눈에 띄면서 하나의 정교한 조각 같은 느낌을 자아내면서도 미래적 인상을 풍긴다. 차량의 전면이 측면으로 매끄럽게 흘러 들어가면서 곳곳에 역동적이면서 수평적으로 표현한 디자인 요소가 포진해 있다. 전면에서 측면, 후면까지 이어지며 흐르는 에어로브리지 테마는 공기역학적 측면을 한층 발전시키면서도 날렵하면서 세련된 인상을 준다. 하단 휠 부분의 아치형 트림은 매끄럽게 이어지는 차체와 함께 시각적 레이어 효과를 더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쿠페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면면이 놀라운 디테일을 구사하면서도, 부분적으로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디자인적·기술적 효과를 극대화한 하나의 매끈하고 완벽한 조형물을 빚어낸 느낌. 무엇보다 2열 좌석의 코치 도어 방식은 이 차량을 더욱 특별해 보이게 한다. 한마디로 앞좌석과 뒷좌석의 문짝이 양쪽으로 열리는 형태로, 앞문과 뒷문을 함께 열어보면 문이 닫혀 있을 때 느끼던 것보다 훨씬 더 넓은 실내가 나타난다. 덕분에 굴곡 있는 특유의 디자인 스타일을 살리고 루프 비율을 콤팩트하게 유지하면서도 성인 네 명이 안정적으로 최적의 드라이빙을 즐기도록 내부를 넓고 쾌적한 리빙 룸처럼 구현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한 푸로산게는 페라리의 상징적 V12 엔진을 올렸다. ‘순종’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은, 헤리티지를 그대로 반영한 부분이다. 그러면서도 여느 크로스오버나 SUV 등의 전형적 GT 차량과는 완전히 다른 레이아웃과 혁신적 비율을 채택했다. 요즘의 GT 엔진처럼 차량 앞쪽이 아닌, 프런트 미드 엔진을 장착하고 후륜 쪽에 기어박스를 배치해 스포츠카 같은 트랜스 액슬 레이아웃을 구현한 것. 새로워진 구성으로 재탄생한 페라리의 V12 엔진은 세그먼트 내 가장 강력한 출력을 발휘하면서도 매혹적인 엔진 사운드를 드러낸다. 또 차체, 언더 보디 및 리어 디퓨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개발·실현한 최적의 공기역학도 주행의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그뿐 아니라 처음으로 선보인 페라리 액티브 서스펜션 테크놀로지(F.A.S.T) 시스템을 적용해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주행은 물론 다른 페라리 스포츠카와 동일한 성능과 핸들링 반응을 선보인다. 섀시는 더 커졌지만, 무게는 페라리의 이전 4인승보다 가벼워졌다. 중량을 줄이고 무게중심을 낮추기 위해 탄소섬유 루프를 기본으로 장착한 점도 눈길을 끈다. 다른 페라리보다 높지만, 일반적 크로스오버 차량에 비해 드라이빙 포지션이 낮아 다이내믹한 성능을 온전히 즐기기 좋다. 성능 수치 또한 동급 최고다. 제로 상태에서 100km/h까지 3.3초, 200km/h까지는 10.6초 만에 주파한다. 페라리 자연 흡기 V12 엔진 특유의 쭉 뻗어나가는 듯한 지속적 출력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낮은 회전수에서도 최대토크를 발휘하도록 설계했다. 아쉽게도 이번엔 이탈리아 현지에서 시승해볼 순 없었지만, 여전히 빠르고 안정적이면서 완전히 새로운 주행감이 자못 기대된다.
푸로산게의 도어를 양쪽으로 열어 미끄러지듯 널찍한 시트에 몸을 맡기자 페라리가 인도하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온 듯했다. 그리고 잠시 감성적 오감이 진동했다. 이 유일무이한 크로스오버 차량에서 페라리 V12 엔진이 뿜어내는 힘과 장엄한 엔진 사운드를 만끽하는 짜릿함, 놀라운 성능과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오롯이 함께 즐기는 근사한 경험. 이 완벽한 게임 체인저가 우리의 카 라이프스타일을 또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킬지, 국내에 들어오는 10월 중순 이후까지 숨죽여 기다릴 일만 남았다.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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