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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09

예술적 움직임, 요안 부르주아

아크로배틱을 예술로 끌어올린 인물, 요안 부르주아의 공연.

LG아트센터 서울의 U+스테이지. © LG Arts Center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LG아트센터가 10월 13일부터 12월 18일까지 개관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그중 유독 눈에 띈 공연이 있으니, 바로 11월 25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기울어진 사람들>과 <푸가/트램펄린>이다.
두 공연의 주인공 요안 부르주아(Yoann Bourgeois)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연 예술가로, 애크러배틱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고 서커스와 무용의 경계를 무너뜨린 독자적 공연으로 이름을 알리며 동시대를 대표하는 안무가로 추앙받고 있다.





요안 부르주아의 <기울어진 사람들> 공연 장면. © Géraldine Aresteanu

요안 부르주아는 1981년 프랑스 쥐라주에서 태어나 브장송에 있는 서커스 학교에서 서커스 기술을 익혔다. 이후 국립서커스예술센터 (Centre National des Arts du Cirque, CNAC)에 진학해 심도 있게 서커스를 연구하는 동시에 국립현대무용센터(Centre National de Danse Contemporaine, CNDC)에서 현대무용을 익히기 시작했다. 현대무용 학위를 취득하고 국립안무센터(Centre Chorégraphique National, CCN)에서 4년간 무용수로 활동, 2010년 요안 부르주아 컴퍼니를 설립한 이후 쭉 자신만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렇게 서커스와 현대무용 두 장르를 모두 체득한 부르주아는 특히 서커스를 할 때 높은 곳에서 하강하며 현기증을 느끼는 것처럼 중력에 대한 신체 반응에 관심을 두고 자연스럽게 무용과 서커스의 경계를 흐리고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전통 서커스의 형식에서 벗어나 무용, 연극 등과 결합한 현대 서커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프랑스에서도 그의 작품은 유독 독창적인 스타일로 눈길을 끈다. 그를 세계적 예술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은 2018년 파리 팡테옹에서 선보인 <역사의 역학(La Mécanique de l’Histoire)>으로 중력, 원심력, 관성 같은 운동 법칙과 에너지를 비롯해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회전 계단, 트램펄린, 오뚝이 등 설치물로 풀어낸 공연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부르주아의 작품은 결코 이러한 물리적 법칙을 거스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법칙을 부드럽게 전복해 자신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요소’로 탈바꿈함으로써 더욱 도전적이고 도발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LG아트센터 서울은 그간 부르주아가 펼쳐 보인 많은 작품 가운데 엄선한 두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먼저 <기울어진 사람들>의 무대에서는 정사각형 턴테이블 모양의 판자 위에 6명의 사람이 위태롭게 서 있다. 이들은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흔들리는 판자 위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고군분투한다. 회전하는 방향을 거슬러 달리다가 쓰러지고, 일어났다가 서로를 끌어안고 지탱하며 고된 시간을 버텨내는 데 성공한다. 이런 퍼포머의 격정적인 모습과는 달리 배경음악으로 잔잔한 팝송 ‘My Way’가 흐르면서 더욱 역설적이고 이질적인 시공간을 완성한다. 일촉즉발, 쉼 없이 돌아가는 판자 위에서 가장자리 끝까지 퍼포머를 몰아붙이는 연출과 음악을 대비시키며 관객에게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요안 부르주아의 <푸가/트램펄린> 공연 장면. © Pascale Cholette
요안 부르주아의 <푸가/트램펄린> 공연 장면. © Pascale Cholette


두 번째 공연 <푸가/트램펄린>은 요안 부르주아가 직접 무대에 오르는 단 10분의 공연으로 더욱 희귀한 자리다. <기울어진 사람들>을 예매한 관객에게만 특별히 이 공연을 예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는데 단숨에 매진됐다. LG아트센터 서울의 개관을 축하하고자 직접 내한한 부르주아는 중력과 무중력, 낙하와 정지, 형성과 해체 같은 상반되는 성질이 반복되고 고조되는 시간을 만들어냈다. 이 작품을 감상하고 나면 왜 요안 부르주아를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안무가이자 공연 예술가라 칭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인간의 몸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반 현대무용과 달리 요안 부르주아는 소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소품작’이라고도 불린다. 여기서 말하는 소품은 아마도 그가 만든 거대한 무대 전체를 일컬을 것이다. 세상에는 그처럼 혹은 그보다 훨씬 몸을 잘 쓰는 사람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몸의 움직임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다양한 무대장치를 활용해 결국은 이를 자신만의 ‘장르’로 만든 이는 오직 부르주아 한 명뿐이다. 이런 그가 직접 몸을 움직여 어떤 메시지를 전한다는데, 놓칠 수 없지 않은가. 요안 부르주아가 만든 경이로운 움직임의 세계에 빠져보자.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정송(프리랜서)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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