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라이징 스타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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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8

올해의 라이징 스타

2023년 가장 빛날 라이징 스타 7인을 소개한다.

퍼 트리밍 브라운 코트, 카키 셔츠, 베이지 팬츠 모두 Beyond Closet, 브라운 워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Hype Photographer  정영호
사진 찍는 정영호 작가는 카메라 앞에서 잠시 얼어붙었다. 평소 작업실에서 ‘무생물’과 독대하다 여러 사람(생물) 앞에서 찍히는 대상이 되니 긴장이 되었다고. 이어서 패션 사진가와 모델의 고충을 이제야 이해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정영호는 특정 사건과 연관된 키워드 데이터를 3D 프린터로 출력한 다음 이를 다시 찍거나 스마트폰에 AI 초상 사진을 띄워놓고 접사촬영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일견 매일 마주하는 사진과 달라 어색하겠지만, 흥미롭게도 기술이 인간의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데 의의가 있는 정영호의 작업은 그를 일약 라이징 스타 반열에 올려놓았다. 2022년 평균 한 달에 한 번 전시에 참여했으니, 그야말로 쉴 틈 없는 열일 행보. 젊은 작가가 단기간에 갤러리·미술관 전시를 모두 섭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에 이는 엄청난 성과임이 틀림없다. 실제로도 상(像)을 인화지에 안착시키는 전통적 사진 방법론에서 벗어난 점이 인상적이라는 게 미술 관계자의 의견. 대개 좋은 반응을 얻으면 안주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정영호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꾸준한 작업을 위해서는 동어반복과 멀어져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지론이기 때문. 이와 관련해 정영호는 그동안 공적인 소재를 활용했다면, 이후 작업에선 개인의 서사를 다룰 거라고 귀띔한다. 그의 신작은 오는 3월 금호미술관 <금호영아티스트>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크롭트 후디 Nike, 레이어드한 프릴 드레스 & Other Stories, 스니커즈 Nike.

 한국 스케이트보드의 희망  조현주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진 스케이트보드. 2007년생 조현주는 아직 어린 나이지만, 벌써 국가대표 6년 차 베테랑 스케이트보드 선수다. “아홉 살 때 TV에서 스케이트보드 타는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했어요. 기술 하나를 완성한 뒤에는 더 어려운 기술에 도전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스케이트보드의 매력에 푹 빠졌고, 그러다 보니 국가대표 선발 참여로 이어졌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집 근처 경기장에서 연습에 매진한다. 주로 유튜브를 통해 유명 선수의 움직임을 보고 기술을 익힌다고. “경기장에서 만난 친구들과 정보도 주고받고요. 함께 스케이트보드를 타면 더 즐거워서 힘든 것도 잊게 됩니다.(웃음)” 조현주 선수의 최대 장점은 스타일이다. 스케이트보드를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자연스러운 몸 선이 멋지다. “한편으로는 근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힘이 받쳐줘야 기술을 좀 더 쉽고 편안하게 소화할 수 있거든요.” 2022년 11월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파크 부문 여자부 1위를 차지해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며, 2024년 파리 올림픽에 도전할 자격을 얻었다. “2022년이 차분히 준비하는 단계였다면, 올해는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대회에서 결실을 보기 위해 더욱 알차게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꼭 메달을 따지 않아도 좋다. 그보다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스케이트보드를 즐기고 싶다며 해맑게 웃는 조현주가 오래오래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테일러 재킷 Stella McCartney by Yoox, 앵클 부츠 Zara.

 달콤살벌한 이야기꾼  조예은
조예은의 작품은 살벌하다. 장편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2019)에선 사람들이 정체불명의 젤리를 먹은 뒤 녹아내리고, <스노볼 드라이브> (2021)는 방부제 같은 눈이 내리는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단편집 <트로피컬 나이트>(2022)엔 인육을 먹는 괴물, 나쁜 꿈을 불러오는 몽마가 등장하기도. 동시에 조예은의 작품은 달콤하다. 그런 이야기 속에서 다채로운 모양의 사랑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콤함과 살벌함의 비중을 따지면 반반이에요.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둘을 붙였을 때 나오는 매력을 좋아합니다. 2016년 단편소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데뷔할 즈음 조예은을 SF 장르 소설 작가로 소개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작품까지 살피면 호러와 스릴러, 드라마, 판타지가 뒤섞여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한두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작가이면 좋겠어요. 다음에 무슨 이야기를 할지 예상되지 않는, 그래서 더 기대되는 작가요.” 작품 속 잘 벼려진 문장은 오래 공들인 퇴고의 결과물이다. “러프하게 초고를 작성하고 계속 다듬는 타입이에요. 대학 때 금속공예를 전공했는데, 사포로 금속을 다듬는 피니싱 작업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조예은이 생각하는 ‘좋은 이야기’는 한 장면이라도 며칠간 머릿속에 남는 것. “개인적 기준이지만, 저도 그런 작품에서 힘을 얻거든요. 제 소설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다가갔으면 합니다.”





 소리꾼보다는 예술가  김우정
김우정은 4년 차 국립창극단 단원이다. 지난 2020년 국립극장 70주년 기념작 <춘향>의 객원 배우로 참여해 새로운 춘향으로 눈도장을 찍었고, 곧이어 열린 신입 단원 선발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었다. “어릴 적 판소리를 하면서도 가수, 배우 등을 꿈꿨어요. 그래서인지 창극에서 한 배역을 맡아 연기할 때 더 몰입하게 되고 행복합니다. 정식 단원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이 절대 가볍진 않지만, 경험을 쌓으며 조금씩 여유를 찾고 있어요.” <귀토>의 에우리디케, <나무, 물고기, 달>의 사슴나무, <리어>의 길잡이로 활약한 김우정이 무대를 준비하며 가장 신경 쓰는 것은 ‘감정’이다. “테크닉에 앞서 작품을 온전히 느끼고 진정성 있게 전해야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립창극단의 작품을 보지 않아도 김우정의 얼굴이 익숙하다면, 조선블루스의 소리꾼으로서 그녀를 만났을 것이다. 조선블루스는 김우정을 중심으로 해금, 피리 등 전통악기와 드럼, 기타, 피아노 등 서양 악기로 이루어진 밴드. 김우정이 작사·작곡한 ‘작야(昨夜)’는 <너의 목소리가 보여 6> 등 방송을 타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생각 많은 청춘이 달을 보며 마음을 달래던 어제를 노래한 곡입니다. 다른 곡에서도 그렇게 살면서 아쉬웠던, 혹은 아름다웠던 부분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김우정이 정의하는 예술과도 연결된다. “예술은 삶 그 자체가 아닐까요. 살면서 보고 느낀 바를 표현하는 거죠. 그렇다면 꼭 판소리라는 형식에 갇힐 필요가 없기도 해요. 제가 다양한 활동을 하는, 또 소리꾼보다는 예술가로 불리고 싶은 이유입니다.”





오버사이즈 재킷과 블루 셔츠, 블랙 팬츠 모두 Seokwoon Yoon.

 패션은 또 다른 예술  윤석운
윤석운은 몇 년 사이 가장 인상적 행보를 보인 젊은 패션 디자이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석운 윤(SEOKWOON YOON)으로 2019년 서울패션위크 제너레이션 넥스트 무대에 공식 데뷔해 참가 두 시즌 만에 최고 신진 디자이너상을 받았다. 서울패션위크 참여 디자이너 중 열 팀을 선정해 지원하는 ‘텐소울’에 2년 연속 선정되는가 하면, 2022년 2월 꿈의 무대인 런던 패션 위크까지 진출했다. “미국 유학 시절 사이먼 리의 디자이너 브랜드 인턴으로 런던 패션 위크에 갔었죠. 선망하던 브랜드의 무대를 보면서 언젠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했고, 그 꿈을 거의 이뤄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layers of movement’, ‘claustrophobia(밀실 공포증)’ 등 흥미로운 테마로 컬렉션을 전개 중인 윤석운은 석운 윤을 다양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브랜드로 설명했다. 이는 그의 롤모델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로버트 라우션버그는 캔버스에 일상 오브제를 도입하고, 작곡가 존 케이지와 해프닝을 벌이는 등 작업에 경계가 없는 작가였죠. 제게 패션이 매력적인 이유는 의상 제작은 물론 화보나 영상으로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등 복합적 작업이 가능하다는 데 있거든요. 석운 윤이란 브랜드로 이야기를 펼쳐내고, 여기서 사람들이 신선함을 느끼고 영감을 얻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다시 한번 참가할 런던 패션 위크를 시작으로 윤석운 그리고 석운 윤의 이야기는 전방위로 뻗어갈 예정이다. 그가 ‘패션’이란 언어로 써 내려갈 자서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레이 니트 셋업 Prada, 실버 이어링 Hei.

 신스틸러? 심스틸러!  변서윤
변서윤은 ‘신스틸러(scene-stealer)’다. 드라마에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신인임에도 <경찰수업>에선 군기반장을, <꽃 피면 달 생각하고>에선 속을 알 수 없는 중전을 연기하며 눈길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영화 <카터>와 <마녀 2>를 본 관객 역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녀를 향해 “저 배우가 누구냐”며 찬사를 보냈다. 그동안 맡은 배역으로 인해 변서윤은 당돌할 것이란 선입견이 있었으나, 직접 만난 그녀는 매우 진중하고 차분했다. 괜히 ‘변선비’라 불리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 만큼 질문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대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더욱이 목소리까지 중저음이라니! 천생 배우로 보이지만, 본디 변서윤이 공부했던 건 광고 연출이다. 그런 그녀를 연기자 길로 인도한 건 다름 아닌 순간의 설렘. 상품 판매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던 어느 날,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 눈빛에 매료돼 연기 욕심이 생겼다고. 그때부터 변서윤은 오디션을 즐기며(?) 차곡차곡 내공을 쌓고 있다. 얼마 전 그녀는 <드라마 스페셜 2022-얼룩>을 통해 지상파 주연 자리를 꿰찬 뒤 야누스를 연상시키는 연기로 호평받았다. 변서윤의 다음 행보는 곧 방영 예정인 <종이달>의 임가든 역. 본인 성격과 싱크로율이 90% 이상이라니, 어떤 연기로 우리 마음(心)을 훔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오버사이즈 재킷 Amomento, 브이넥 니트 Polo Ralph Lauren, 아이보리 팬츠 Le17septembre.

 노래하는 자유 영혼  박현수
“너 (매력에) 납치된 거야.” 일찍이 <팬텀싱어 3>에는 강해상 버금가는 추앙의 대상이 있었다. 바로 노래하는 박현수다. 그를 처음 본 순간 출구 없는 매력에 갇혀버렸다. <팬텀싱어 3>에서 착용한 베레모와 주황색 니트가 두 눈을, ‘You’ve Got a Friend in Me’를 타고 흐른 감미로운 목소리가 귀를 호강시킨 결과다. 여기에 회차를 거듭하며 선보인 팔색조 무대들은 그가 자유로운 영혼임을 보여주기도. 성악을 공부한 뒤 경연 프로그램에서 레떼아모르 멤버로 최종 3위에 올라 클래식을 향하던 ‘가리워진 길’이 마침내 트이는 것 같았지만, 역시나 박현수는 틀에 얽매이지 않았다. 이후 재즈·팝 등의 장르를 커버하고, <복면가왕> 가왕에 등극할 정도로 K-팝에서 매력을 뽐낸 것이 대표적. 심지어 요즘에는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 MC로 매끄러운 진행 능력까지 발휘하는 중이다. 종합예술인이자 팔방미인이란 수식어가 이토록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또 있을까. 예부터 사람들은 재주 많은 것을 우려하기도 했으나, 박현수에겐 적용되지 않는 듯하다. 오래전 꿈꿨던 것들을 실현하기 위해 묵묵히 자신을 갈고닦아온 까닭이다. 이를 방증하는 건 최근 활동이 아닐는지. 성악이라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고요히 돌던 별들이 하나둘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걸 우리는 목격하지 않았던가. 박현수는 말한다. “만능캐라 행복해요. 다양한 분야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머지않아 오각형을 꽉 채운 사기캐가 되도록 나날이 성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올봄에 음반이 나오니까 어디 도망갈 생각 하지 마세요.”

 

에디터 박이현(hyonism@noblesse.com),황제웅(jewoong@noblesse.com)
사진 김제원
디자인 안영은
헤어 최서형
메이크업 성지안
스타일링 김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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