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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9

CUBE IN BEIJING

베이징 798 CUBE 아트 센터 초대 관장 이동임은 한국인 최초로 중국 국영 미술관을 이끄는 수장이다.

중국 정부 주도 아래 조성한 798 예술구에서 외국인이 국영 미술관 관장으로 선임된 건 이례적인 일이에요. 한동안 정신이 멍했어요. 오랜 시간 중국에서 생활한 까닭에 쉽지 않은 결정이란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중국에서 쌓은 이력과 유대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10년 가까이(2010~2017년) 798 예술구에서 포스갤러리 관장으로 일했거든요. 그보다 먼저 아티스트 레지던시도 운영했고요. 2014년부터는 중국 최장수 현대미술 아트 페어 ‘아트 베이징’과 함께 설립한 ‘디자인 베이징’ 총감독도 맡고 있습니다.
활동 반경을 넓혀온 원동력이 있다면? 예순 살이 넘은 지금도 새로운 것을 보면 강한 호기심이 생깁니다. 모든 세포가 반응하는 것 같은 느낌이죠. 더구나 문화 예술은 살아 있는 콘텐츠잖아요. 이들을 변형하고, 융합하고, 창조하는 일에서 힘을 얻곤 합니다. 대학 시절 동양화를 전공했습니다. 흔히 순수예술 분야에 몸담은 사람은 상업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달랐어요.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나와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이러한 호기심이 관장과 총감독 업무를 수행하게 한 원동력인 듯합니다.
2022년 수장이 된 798 CUBE 아트 센터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798 예술구에서 직접 운영하는 국영 기관으로 과학·금융·디지털·문화 예술 등을 융합한 글로벌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비영리를 추구하진 않아요. 일례로 798 CUBE의 1년 전시 예산은 50억 원이에요. 그 이상을 사용해도 되지만, 투자에는 성과가 뒤따라야만 하죠. 다양한 문화 사업 경험이 있는 저를 관장으로 부른 이유 아닐는지요. 미술관 수입원은 뻔하잖아요. 입장료, 전시 MD 상품, 교육 프로그램 등등. 관장직을 제안받았을 땐 고민이 많았지만, 호기심 때문에….(웃음) 향후 3년 동안 계획된 798 CUBE 전시는 모두 해외 작가로 구성했는데, 현대미술 중심에 있는 작가들이라 그런지 중국 내 다른 지역에서도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4~5개 미술관을 순회하는 전시로 수익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더불어 개관전 확장 버전으로 메르세데스-벤츠 차이나와 협업한 전도 진행했습니다.
유명 해외 작가라면? 랜덤 인터내셔널, 애니시 커푸어, 아니카 이, 에스 데블린, 올라푸르 엘리아손, 토마스 사라세노 등. 앞서 말한 798 CUBE의 방향성을 잘 보여주는 작가들이죠. 개관전으로 예술과 과학을 융합한 를 개최했습니다. 대중이 감상하기엔 다소 난해한 부분이 있었지만, 전문가들에게는 중국에서 볼 수 없는 전시라는 평을 받았어요. 참, 참여 작가 작품에 관심을 보인 한국 미술관도 있었습니다.
‘외인 구단 작업’이라는 평이 있을 정도로 포스갤러리는 독특했던 공간으로 기억해요. 홍익대학교 졸업 후 중국 중국화연구원에 입학했는데, 솔직히 기가 죽었어요. 붓이 일상인 사람들의 붓 터치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겠더라고요. 한계를 느끼던 차에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선우엔터테인먼트 중국 법인 일을 하게 됐습니다. 중국어를 하고, 중국 문화를 잘 이해하는 한국인이라는 게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그림에 미련이 남아 있었나 봐요. 뛰어난 작업임에도 기회를 얻지 못하는 한국 작가들을 지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포스갤러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죠. 아무래도 제가 작가 출신이다 보니 작가주의적 성향이 반영됐을 것입니다. 저만의 원칙도 있었어요. 중국 작가와의 단체전, 2인전으로 작가 이해도를 높인 뒤 개인전을 열어 적극적으로 작업을 소개하는 것. 중국에 첫발을 내디딘 그들은 어찌 됐든 무명이나 다름없었으니까요. 그중 로-테크 키네틱 작업을 하는 한진수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중국을 넘어 아시아에서 인정받는 아티스트가 되었습니다.
그런 포스갤러리 문을 왜 닫으셨나요? 디자인 베이징이 계속 성장했거든요. 3회 때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직접 방문할 만큼 퀄리티도 높아졌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어느새 포스갤러리에서 대관 전시를 하고 있다는 현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바쁘다는 핑계로 초심을 지키지 못할 거라면 과감히 멈추는 것이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용단을 내리고 집중한 디자인 베이징 성과가 있다면? 중국 페어에 해외 작가가 진출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세금이 높은 데다 통관과 운송도 까다롭거든요. 그런데도 적극적으로 우리나라 디자이너를 디자인 베이징에 내세운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싶습니다. 중국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한국 디자인이 주목받는 걸 보니 자부심이 느껴지더군요. 김용민, 장승효, 디자인방위대 등이 정말 멋진 작업을 해줬어요.
가깝고도 먼 관계인 우리나라와 중국의 문화 예술 교류는 어떤 단계인가요? 사실 중국 내에서도 교류가 원활하지 않아요.(웃음) 땅덩어리가 넓은 중국은 도시마다 문화 코드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상하이는 자유무역, 선전은 금융 등). 흥미로운 점은 문화 예술 콘텐츠(특히 갤러리)가 점점 베이징으로 몰린다는 것, 그리고 베이징은 중국 문화 예술이 동시대 미술에서 통용되도록 정책적 지원을 한다는 거예요. 유럽 미술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수묵화에 투자한 일이 대표적 사례죠. 이는 베이징에 자본과 정치와 역사가 존재한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베이징에 국한한다면, 이러한 특성 탓에 우리나라와의 문화 예술 교류가 쉽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류 활성화를 위한 관장님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먼저, 디자인 베이징 총감독 자리는 내려놓을 예정이에요. 798 CUBE를 멋지게 이끌어보려고요. 미술사에 한 획을 긋는 작가들과 손잡고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 것입니다. 아시아 젊은 작가들을 발굴·지원할 어워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를 실현하려 국제 자문위원단을 구성하고 있는데요, 세계적 미술계 인사와 조직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798 CUBE가 현대미술 허브가 되도록 과감하게 도전해보겠습니다.





위쪽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직접 방문했던 ‘디자인 베이징’.
아래쪽 베이징 798 CUBE 아트 센터.

 

에디터 박이현(hyonism@noblesse.com)
사진 안지섭(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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