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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9

뮤지엄 효과

미술관이 있는 곳으로 Z 세대가 모이는 이유

 City Now   In Seoul



[WE]전이 열리고 있는 리움미술관 로비. Courtesy of Maurizio Cattelan, Photo by Kim Kyoungtae

7월 16일까지 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개인전 [WE] 입장객이 12만4000명(4월 17일 기준)을 넘어섰다. 1월 31일 개막한 이 전시는 입장료는 없지만 관람객이 몰릴 것을 우려해 100% 예약제로 운영한다. 뒤이어 2월 28일 개막한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전도 현재 약 5만 명이 관람했다. 1시간 200명 정원으로 예약 신청을 받는데도 티켓 불법 양도를 단속해야 할 만큼 인기가 좋아 앞으로도 입장객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오전 10시부터 관람이 가능해 이른 시간부터 이 지역에 활기가 넘치는 것이 특히 흥미롭다. 지난해에 발생한 10·29참사 이후 이태원역 인근 상권이 완전히 가라앉았다. 하지만 재개관 이후 꾸준히 전시를 이어온 리움미술관이 올해 선보인 블록버스터 전시 두 편이 작품성을 인정받고 Z세대의 필수 방문 코스로 인식되면서 이 일대를 찾는 이들이 다시 늘었다.
리움미술관 김성원 부관장은 미술관 전시가 젊은 세대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된 현상을 주목할 만하다고 말한다. 팬데믹 이후 전국 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하며 미술을 대하는 대중의 인식을 전환했고, 젊은 세대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김성원 부관장은 [아트나우]에 “미술관 전시 관람이 하나의 일상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은 우리나라 미술계뿐 아니라 문화계 전반에 걸쳐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이전에 젊은 세대가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전시 관람을 우선으로 합니다. 리움미술관 관람객이 증가한 것도 이런 문화가 자리 잡은 데 따른 혜택을 본 것이지요”라고 전했다.
특히 올해 개막한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가 큰 역할을 했다. 이 전시는 단순히 생각하면 ‘인스타그래머블’한 조각이 많고 구상적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 전시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의 작품이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마냥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는 아니지만 인간과 삶의 민감한 부분을 불편하지 않게 긁어주는 상황과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가 많다. “아름답지만 선동적으로 표현한 모든 것이 삶의 어두운 부분을 끄집어내기에, 관람객은 작품이 어렵다고 느끼기보다는 진지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됩니다”라고 김성원 부관장은 말한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무제, 플래티넘 실리콘, 에폭시 유리섬유, 스테인리스 스틸, 머리카락, 옷, 신발, 가변 크기, 2001 Courtesy of Maurizio Cattelan, Photo by Kim Kyoungtae





많은 관람객을 모으고 있는 전시 [WE]. Courtesy of Maurizio Cattelan, Photo by Kim Kyoungtae

뒤이어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전을 선보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이 현대미술의 정수라면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전은 조선왕조 500년을 아우르는 국보와 보물을 선보이는 자리다. 현대미술과 고미술의 관람객층은 조금 다른데, 이들이 리움미술관에서 관심을 두지 않던 뜻밖의 전시를 발견하는 긍정적 효과를 낸 것. 가령 5060세대가 백자 전시를 보러 갔다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을 마주하며 젊은 세대의 감성과 교차하는 지점이 생긴다. Z세대도 마찬가지다. 고미술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우연히 조선백자를 보고 감동하기도 한다. 이렇듯 미술관으로서 다양한 대중과 호흡하는 전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또 리움미술관 전시를 본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인근 갤러리도 함께 찾는다. 국내 갤러리의 문턱은 미술관에 비해 높은 편인데, 주변 갤러리 전시까지 문전성시를 이루며 갤러리스트들이 반가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세계 5대 빅 갤러리로 손꼽히는 페이스갤러리가 리움미술관으로 가는 골목 입구로 확장 이전했고 리만머핀도 인근에 자리 잡았다. 현대카드 스토리지, 파운드리 서울도 Z세대에게 인기 있는 문화 예술 공간이다. 한남오거리 인근에 가나아트, 타데우스로팍, VSF, 갤러리바톤이 개관한 것도 리움미술관과 관련이 깊다. 히피 한남, FFF, 디스위켄드룸, WWF, 파이프, 아트앤초이스 같은 작은 갤러리도 근처로 모여들어 덩달아 관람객이 늘고 있다니 흥미롭다.
사실 미술관 근처에 갤러리가 들어서는 건 세계적 추세다. 홍콩 서주룽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엠플러스(M+) 미술관 인근으로 페로탕 홍콩과 필립스 옥션 쇼룸이 이전했으며 파리 마레 지구에선 퐁피두 센터를 중심으로 페로탕 파리, 갤러리아 콘티누아(Galleria Continua), 타데우스 로팍, 데이비드 즈워너 등을 만날 수 있다. 상하이 웨스트번드에는 롱 뮤지엄과 퐁피두 상하이 주위에 샹아트, 아라리오 상하이, 돈 갤러리(Don Gallery) 같은 갤러리와 비영리 공간이 있다. 상하이와 홍콩에서 정부 주도로 미술관 인근을 문화지구로 조성하는 반면, 리움미술관 인근은 자생적 문화지구라는 점이 큰 차이다. 리움미술관 관람객은 갤러리 전시도 보고 인근에서 식사와 쇼핑을 하며 이태원과 한강진 주변을 다시금 활기찬 기운으로 물들인다.
리움미술관의 다음 전시는 국내 미술가 김범과 강서경의 개인전이다. 김범은 7월, 강서경은 9월부터 전시를 시작할 예정이라 프리즈 서울, 키아프로 한국을 찾을 해외 미술 관계자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대표 사립 미술관 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인 만큼 당연히 국제적 주목을 받게 될 것. 흥행이 보장된 해외 스타 미술가가 아니라 우리나라 중견 작가의 전시를 선택한 리움미술관에 찬사를 보낸다. 블록버스터 전시가 그간 리움미술관의 대표적 이미지였지만 이제 기획전과 아트 스토어로 우리나라 젊은 현대미술가, 공예가를 발굴한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왕관을 쓴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리움미술관의 과거와 현재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미래의 활약도 기대해본다.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전 1부.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이소영(미술 저널리스트)
사진 제공 리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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