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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2

사유하는 미술관

샤넬과 리움미술관이 함께 선보인 퍼블릭 프로그램 ‘아이디어 뮤지엄’이 전하는 메시지.

토마스 사라세노 & 막시밀리아노 라이나의 <에어로센을 향해 파차와 함께 날다>(2017-2023 진행 중), 스틸 이미지, 작가 제공, 사진: 토마스 사라세노 스튜디오.
필름 스크리닝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로리 필그림의 <물 밑의 파도>(2019), 스틸 이미지, 작가 제공.
카라빙 필름 컬렉티브의 <인어들, 혹은 이상한 나라의 에이든>(2018), 스틸 이미지, 작가 제공.


2023년 12월 1일, 리움미술관 M2 2층 전시장이 열띤 강연장으로 변신했다. 샤넬 컬처 펀드의 후원으로 올해 새로 시작한 리움미술관의 퍼블릭 프로그램 ‘아이디어 뮤지엄’이 펼쳐진 것. 첫 주자로 연단에 오른 세계적 철학자 에마누엘레 코치아(Emanuele Coccia)는 ‘태어남과 자연’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지구를 거대한 박물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식물, 이끼, 바람, 구름 같은 모든 자연 요소가 주연처럼 연기하는 ‘행성 극장’이 되어야 한다. 자연을 박물관에 가져다 두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간을 가득 채운 청중은 동물과 사람이 거리를 함께 거닐며 공존하는 대도시의 미래 풍경을 제안하는 그의 이야기에 오롯이 집중했다.
아이디어 뮤지엄은 이름처럼 ‘아이디어(idea)’라는 단어를 통해 미술관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인 ‘포용성’, ‘다양성’, ‘평등’, ‘접근성’ 등에 대해 고찰하는 중장기 프로젝트다.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우리가 직면한 동시대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사유하는 장소로서 미술관 역할을 확장한다는 취지다. 매년 주제 하나를 두고 심포지엄, 필름 스크리닝, 세미나, 퍼블릭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며 아티스트는 물론 국내외 철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건축가, 디자이너, 큐레이터 등 다양한 문화 구성원이 참여한다.
예술적 상상력으로 동시대 현안을 고찰하는 이 특별한 프로젝트 배경에는 샤넬 컬처 펀드가 있다. 예술을 향한 샤넬의 헌신은 10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가브리엘 샤넬이 브랜드를 처음 설립한 1900년대 초부터 ‘창의성’을 핵심 가치로 삼고 전 세계 아트와 컬처, 연구 개발(R&D), 지속 가능한 발전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온 것. 샤넬 하우스의 이러한 철학을 계승하는 샤넬 컬처 펀드는 협업 정신을 바탕으로 전 세계 아티스트와 문화 기관을 지원하며, 그들이 창의성을 더욱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런던 국립 초상화 박물관, 파리 퐁피두 센터, 상하이 당대 예술 박물관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협업 중이다. 주목할 아티스트를 조명하고 응원하는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 문화 분야의 다양한 리더와 게임체인저를 소개하는 팟캐스트 ‘샤넬 커넥츠’ 등도 운영한다.







위쪽 나선형으로 회전하는 심벌 형태의 MI가 시선을 끄는 리움미술관 입구.
아래쪽 리움미술관 입구 전경.

이런 샤넬 컬처 펀드가 국내 아트 신을 대표하는 리움미술관과 협업해 최초로 선보이는 아이디어 뮤지엄은 앞으로 3년간 ‘생태적 전환’이라는 큰 주제 안에서 기후 위기와 지속 가능성, 생태학과 여성, 교육과 돌봄 등에 대해 탐구해나갈 예정이다. 프로젝트 론칭 첫해인 2023년은 12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생태적 전환: 그러면, 무엇을 알아야 할까’라는 제목으로 기후 위기와 지속 가능한 생태계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특히 심포지엄에는 철학자 에마누엘레 코치아와 작가 토마스 사라세노, 포스트휴머니티 시리즈 창립 편집자 캐리 울프, 철학자 사이토 고헤이, 영화감독 리암 영 등이 참여해 강연과 토론을 펼쳐 화제를 모았다. 심각한 기후 위기 속에서 지구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다양한 생태계와 연대하기 위해 우리가 인지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세계적 석학의 흥미로운 견해가 이어졌다. 한편 필름 스크리닝 프로그램에서는 기후 부정의와 식민주의, 재야생화, 다종적 얽힘, 포스트휴머니티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와 영상 작품 총 10편을 소개했다.
패션 브랜드와 예술의 협업은 익숙하다. 그럼에도 샤넬과 리움미술관의 이번 만남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들 특유의 지적이고 우아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나아가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제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영감과 아이디어로 충만한 미술관 속 색다른 미술관, 아이디어 뮤지엄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다.





아이디어 뮤지엄 심포지엄 기조강연 전경.
왼쪽 심포지엄 첫날 환영사를 진행 중인 리움미술관 부관장 김성원. 오른쪽 샤넬 아트 & 컬처 글로벌 총괄 야나 필.

 

에디터 김수진(suze@noblesse.com)
사진 샤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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