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 IN PORTO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LIFESTYLE
  • 2023-08-11

WOW IN PORTO

포르투의 새로운 명소, 컬처럴 디스트릭트는 우리가 이 도시를 찾게 될 또 다른 이유다.

와인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담아낸 ‘와인 익스피리언스’. 포토 한 알의 구조까지 살핀다.

이른 새벽, 긴 비행의 여독을 무시하고 호텔을 나섰다. 모두 잠든 시간이지만, 고요한 포르투의 모습까지 마음에 간직하고 싶었다. 지근거리에 대서양으로 이어지는 바다가 있어서인지 바람은 약간의 습기와 짭짤함을 머금고 있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골목을 비집고 내려가자 도루강 변 북쪽으로 포르투갈 제2의 도시가 눈앞에 펼쳐졌다. 고대 로마의 전초기지로 활약했고 중세시대엔 무역으로 번성한 유서 깊은 도시. 오래된 것이 주는 안정감을 느끼며 천천히 걸었다. 포르투를 상징하는 아치형 철교 루이스 1세(Lus I) 다리를 지나 TV 예능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 촬영 장소로 유명해진 히베이라(Ribeira) 광장에 도달할 때쯤 이곳에 온 이유를 상기할 수 있었다. 끊임없이 눈길을 사로잡는 하벨루스(ravelos) 배들(포트와인을 실어 나르는 작은 화물선), 주황색 지붕을 얹은 건물 사이로 자리한 칼렘(Calem) 사인, 샌드맨(Sandeman) 로고 등 유명 포트와인 광고 덕분이다. 이내 시선은 처음 발걸음을 뗀 곳이자 취재지인 빌라 노바 드 가이아(Vila Nova de Gaia, 이하 가이아)로 향했다.
도루강을 경계로 포르투와 마주한 가이아는 포트와인 저장소로 알려져 있다. 포르투와 경계가 희미하다 보니 이곳 사람들은 두 도시를 아울러 그레이터 포르투(Greater Porto) 혹은 포르투로 부르기도 한다. 햇빛이 따갑게 내리쬐는 상류의 도루 밸리에서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만든 후 이를 하류의 가이아로 옮겨 오랜 시간 숙성해야 세계적 명성의 포트와인이 탄생한다. 다시 말해 가이아는 포르투갈 와인의 성지나 다름없는 곳. 그 중심부에는 많은 이야기를 품은 컬처럴 디스트릭트(The Cultural District)가 있다.
2020년 여름에 오픈한 컬처럴 디스트릭트는 팬데믹을 무사히 견디고 최근 본궤도에 올랐다. 사실 ‘신상’이지만, 원대한 구상은 2010년 포르투를 대표하는 5성급 호텔 더 이트맨(The Yeatman)이 문을 열면서 시작됐다. “최고 수준의 레저 호텔을 지어 포르투를 전 세계 여행자가 찾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한데 더 이트맨을 운영하면서 ‘그럼 이곳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기더군요. 물론 포르투에는 대성당(Se do Porto), 볼사(Bolsa) 궁전, 렐루(Lello) 서점 등 볼거리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뭔가가 필요했죠. 결국 여행자의 오감을 만족시킬 만한 공간을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컬처럴 디스트릭트 CEO 에이드리언 브리지(Adrian Bridge)의 자신 있는 소개에 “그 정도라고요?” 되물을 뻔했지만, 공간을 훑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도루 밸리의 계단식 밭을 형상화한 외관으로 와인이 테마임을 드러내는 더 이트맨, 가장 오래된 포트와인 브랜드이자 여행자에게 깊이 있는 포트와인 투어를 제공하는 테일러스 포트(Taylor’s Port), 7월 초 개막한 영국 테이트 컬렉션 <더 다이내믹 아이: 광학과 키네틱 아트를 넘어서>전을 시작으로 세계 유수 미술 기관의 순회전이 예정된 앳킨슨 뮤지엄(Atkinson Museum) 등 컬처럴 디스트릭트는 여러 시설을 포괄한다. 하지만 그중 핵심은 낡은 와인 저장고를 복원해 재탄생한 복합 문화 지구 WOW다. 본래 ‘World of Wine’의 줄임말이었으나, 현재 이 꼬리표를 떼어냈다. 와인을 넘어 도시와 나라를 관통하는 총체적 문화 예술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 메인 콘텐츠는 6개의 체험형 박물관이다. 어떤 순서로 봐도 좋으나 맥락상 ‘PRATA(Porto Region Across the Ages)’에 먼저 가볼 것을 추천한다. 포르투 인근에 정착한 선사시대 인류 이야기부터 8세기 무슬림 점령, 12세기 아폰수 엔히케스의 포르투갈 왕국 건국, 15~17세기 대항해시대 전성기, 19세기 나폴레옹 군대 침공, 그리고 근대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 역사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풍부한 사료와 영상을 훑고 나면 포르투에서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다르게 느껴진다.





WOW 앞으로 펼쳐진 포르투 전경.

‘와인 익스피리언스(The Wine Experience)’는 WOW 박물관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주정강화 와인인 포트와인과 그 외 다양한 포르투갈 와인, 나아가 와인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전시는 기후와 토양 등 와인의 맛과 향을 결정짓는 요소를 짚는 데서 출발해 포도 재배, 수확, 양조, 숙성 등 와인 한 병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경로를 상세히 소개한다. 포도 한 알을 거대화한 모형을 설치하고, 포도밭을 오가는 귀여운 트럭을 가져다놓는 등 포토 스폿이 산재해 스마트폰을 내려놓기 어렵다. 간단한 테스트로 개인 취향에 꼭 맞는 포도 품종을 추천받거나, 투명한 젤리빈을 씹으며 아로마를 느껴보는 등 각종 체험이 몰입을 돕는다. 와인을 사랑하는 이라면, 아니 와인을 모르는 사람도 빠져들게 할 탄탄한 구성이다.
뒤이어 ‘플래닛 코르크(Planet Cork)’를 방문하면 알맞다. 코르크는 와인과 바늘과 실 같은 사이니까. 특히 포르투갈은 전 세계 코르크 생산의 50%를 차지하는, 코르크에 진심인 국가다. 코르크를 수확해 상품화하는 과정을 살피는 일이 이렇게 흥미로울 줄이야. 전시 중반부엔 코르크 마개에 이름을 새겨주는 자판기가 있으니, 작지만 소중한 기념품을 챙기자. 전시는 코르크로 만든 의류, 가방, 가구 등을 통해 코르크의 무한한 변신 가능성을 조명하며 마무리된다. 이 외에도 그냥 지나칠 장소가 없다. ‘초콜릿 스토리(The Chocolate Story)’는 말 그대로 초콜릿에 대한 모든 것을 전시한 박물관이다. 왜 초콜릿이 주제인지 묻는다면, 식후주로 마시는 포트와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디저트가 초콜릿이기 때문. 앞서 소개한 박물관처럼 풍부한 예시와 함께 초콜릿의 발전사를 짚어내는데, 차이는 전시 말미에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처럼 실제 판매하는 초콜릿 제조 과정을 직접 확인하는 데 있다. WOW 내 초콜릿 메이커 빈테 빈테(Vinte Vinte)와 같은 건물을 쓰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박물관은 포트와인과 초콜릿이 찰떡궁합임을 알려주는 워크숍 프로그램도 따로 운영한다.
‘브리지 컬렉션(The Bridge Collection)’에서는 WOW에 관한 에이드리언 브리지의 열정이 느껴진다. 지난 10년 사이 와인을 담는 ‘잔’을 주제로 구성한 컬렉션을 시간순으로 나열했는데, 9000년 세월을 관통하는 2000여 점에 이르는 유물의 양과 질이 어지간한 박물관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다. 개인적으로 패스글라스 컵(Passglass Cup)이 머릿속 깊이 남았다. 중세시대 유럽에서 게임 용도로 사용하던 것으로, 술을 가득 채운 후 층층이 새겨진 눈금에 딱 맞게 마셔야 다음 사람에게 잔을 넘길 수 있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사람 사는 건 같나 보다.
로제 와인의 세계가 펼쳐지는 ‘핑크 팰리스(Pink Palace)’는 중세인이 와도 흥미를 느낄 만한 박물관이다. 강렬한 분홍빛이 넘실대는 볼풀에 뛰어들거나 1970년대 올드 캐딜락에 앉아 인증샷을 남기는 등 WOW에서 가장 인스타그래머블하다. 그래도 내용까지 가벼운 건 아니다. 동선을 따라가며 로제 와인에 관한 갖가지 사실을 알게 되고, 다섯 가지 스타일의 로제 와인을 차례로 시음하며 그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다.
WOW를 둘러보고 남은 시간에는 포르투 곳곳을 돌아다녔다. 에이드리언 브리지의 말처럼, 포르투에는 볼거리가 참 많다. 단, 대부분 구시가지에 몰려 있다. 일정이 허락한다면 택시로 20~30분 거리의 포스 두 도루(Foz do Douro)로 달려가야 한다. 바다 위 붉게 깔리는 석양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6월경 포르투의 밤은 10시부터 시작되지만, 괜찮다. 포르투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몇 시간이고 담소를 나누며 빵을 나눠 먹으니까. 포르투에는 한국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여유가 있다. 그런 포르투까지 경험하길 바란다. 그러다 보면 나지막이 읊조리게 된다. ‘Wow!’





'브리지 컬렉션'에선 다채로운 잔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인생샷을 남기기 좋은 '핑크 팰리스'.
'플래닛 코르크'. 우리가 몰랐던 코르크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PRATA'는 WOW 투어의 시작점으로 적절하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사진 컬처럴 디스트릭트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