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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15

배지의 자격

자동차 메이커의 혼이자 정수와도 같은 고성능 서브 브랜드의 신차를 소개한다.

순수 혈통 레이싱카에서 오픈톱 럭셔리 스포츠카에 이르기까지 70년의 헤리티지를 이어온 더 뉴 메르세데스-AMG SL.

몇 달 전 기아 EV6 GT에 시승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잘 달리다니!’ 장성한 아들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심정이랄까.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며 현대차로 시선을 돌렸다. 형제차로 불리는 아이오닉 5가 현대차의 고성능 서브 브랜드 N 배지를 달고 나온다는 소문을 들어서다. 아이오닉 5 N은 지 난 7월 굿우드 페스티벌에서 처음 공개됐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N 페달,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 N 토크 디스트리뷰션 등 코너링 특화 사양을 대거 적용했고, N 그린 부스트 사용 시 출력과 토크를 높여 제로백 3.4초의 가속 성능을 발휘한다고 한다. 이 차를 미리 타본 이들의 반응은 호평 일색인데, 얼마나 짜릿할지 경험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아이오닉 5 N은 운전 재미를 추구하는 소수를 겨냥해 만든 모델이다.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월별 자동차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하긴 어려울 거다. 그렇다면 N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18년 CES 현장에서 “마차를 끄는 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전쟁에서 싸우거나 잘 달리는 경주마도 필요하다. 고성능차에서 획득한 기술을 일반차에 접목할 때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한 모델의 수익성이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보다는 브랜드의 혼이자 정수에 가깝다. 덧붙이면, 현대차는 10년간 N을 이어오며 고성능 이미지와 함께 차에 진심이고 또 잘 만드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는 곧 폭스바겐 R, 토요타 GR 등 세계 유수 자동차 메이커들이 고성능 서브 브랜드와 디비전을 소중히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RS 모델의 폭발적 퍼포먼스와 세단의 실용성을 결합한 더 뉴 아우디 RS 3.

그 가치를 알아보는 소비자가 늘면서 공도에 고성능 배지를 단 차량이 많아졌다. 열띤 호응에 힘입어 다른 브랜드들도 앞다퉈 고성능 모델을 내놓는데, 대표적으로 콤팩트 세단 ‘더 뉴 아우디 RS 3’가 있다. RS는 Renn Sport(Racing Sport)의 약어로, 아우디의 고성능 차량 생산 관련 기술 개발 담당 자회사이자 설립 40주년을 맞은 아우디 스포트 GmbH가 생산하는 고성능 라인업이다. 1994년 RS 라인업의 시작을 알린 RS2 아반트의 임팩트가 컸기 때문인지 RS 하면 엄청 빠른 왜건이 떠오르지만, 다른 장르에서도 한 차원 높은 드라이빙 경험을 제공한다. RS 3는 2.5리터 5기통 가솔린 직분사 터보차저엔진과 7단 S트로닉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대출력 407마력, 최대토크 50.99kg·m의 힘을 발휘한다. 아우디의 자랑인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 시스템의 모드별 차이를 극대화하는 RS 스포츠 서스펜션을 적용해 주행 성능과 승차감 모두 잡은 것이 포인트. 차량 앞뒤로 빛나는 RS 3 배지, 큼직한 공기 유입구가 달린 전후방 범퍼, 19인치 5-스포크 Y-스타일 그래픽 디자인 휠, RS 레드 브레이크 캘리퍼가 A3 세단과 엄연히 다른 차임을 드러낸다.
BMW M을 빼고 운전의 즐거움을 논할 수 있을까. BMW의 슬로건 ‘순수한 드라이빙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에 가장 걸맞은 모델을 만드는 고성능 서브 브랜드다. 1972년 모터스포츠를 정복하기 위해 설립한 BMW 모터스포츠 GmbH에서 기원해 1984년 M5, 1986년 M3 등 자동차 역사에 이름을 남긴 명차를 양산해왔다. 일반 모델에 스포티 감성 한 스푼을 얹은 M 스포츠 패키지, 엔진 등 일부를 튜닝해 성능을 높인 M 퍼포먼스는 일상에서도 적합하지만, 마니아의 선택은 역시 BMW M이 직접 개발한 파츠로 무장한 M 하이 퍼포먼스일 것이다. ‘뉴 M2’는 크기는 작지만, 오히려 그래서 M의 지향점이 명확히 드러나는 모델이다. M3 및 M4와 동일한 M 트윈 파워 터보 직렬 6기통 가솔린엔진을 달아 제로백 4.1초를 달성했다. 엔진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냉각 시스템, BMW M의 모터스포츠 전문성을 투입한 오일 공급 시스템을 적용해 트랙 주행 같은 가혹한 환경도 문제없다. 무엇보다 콤팩트한 차체 크기와 짧은 휠베이스, 앞뒤 50 대 50에 가까운 차체 무게 배분, 뉘르부르크링 테스트로 다듬은 비스포크 섀시는 차와 한 몸이 된 것 같은 즉각적 핸들링을 실현한다.





현대차의 첨단 전동화 기술을 집약한 아이오닉 5 N.

지난봄 출시한 ‘뉴 XM’은 M2와 훌륭한 대조를 이룬다. 1978년 출시한 전설적 스포츠 쿠페 M1 이후 처음 선보이는 M 전용 모델이자 M 하이 퍼포먼스 라인업 최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적용한 모델. 테두리를 강조한 거대한 키드니 그릴과 역동적 실루엣의 외관부터 뉴 XM이 평범한 대형 SUV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새로운 M 트윈 파워 터보 기술을 적용한 489마력 고회전 V8 가솔린엔진과 197마력 전기모터가 조화를 이뤄 덩치에 맞지 않는 민첩한 거동을 보여준다. 순수 전기 모드로 62km를 주행할 수 있어 기대 이상의 경제성을 갖추기도. 영화음악 작곡가 한스 치머와 공동 개발한 BMW 아이코닉 사운드 일렉트릭은 내연기관 못지않은 생생한 주행 사운드를 들려준다. 마치 ‘하이브리드도 M이야’라고 외치는 듯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서브 브랜드 메르세데스-AMG는 원래 별개 회사였다. 벤츠 엔지니어였던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흐트와 에어하르트 멜허가 1967년 AMG를 설립해 벤츠 모델을 개조해 참가한 레이싱 대회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는 등 이목을 끌었다. 그 활약상을 지켜본 벤츠가 AMG에 손을 내밀었고, 훗날 자회사로 인수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주인은 바뀌었지만, 한 사람이 책임지고 엔진을 만드는 ‘원 맨 원 엔진(one man one engine)’ 철학은 현재 ‘더 뉴 메르세데스-AMG SL’까지 이어졌다. 유서 깊은 럭셔리 로드스터 SL의 7세대 완전 변경 모델이자 AMG가 독자 개발한 첫 SL 모델이다. 긴 휠베이스와 보닛, 짧은 오버행, 날렵하게 경사진 전면 유리가 완성한 황금 비율은 클래식함과 우아함 그 자체다. 여기에 AMG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로 스포티함까지 더했다. AMG의 상징 같은 4.0리터 V8 바이터보엔진의 폭발적 힘을 AMG 퍼포먼스 4MATIC+ 사륜구동 시스템과 리어 액슬 스티어링 시스템이 받쳐줘 안정적이면서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거스를 수 없는 전동화 물결에 몸을 맡기고 싶다면, AMG가 두 번째로 선보인 순수 전기 세단 ‘더 뉴 메르세데스-AMG EQE’에 주목하자. AMG 전용 블랙 패널 라디에이터 그릴, 사이드 스커트, 리어 에이프런, 스티어링 휠, 스포츠 페달 등 겉부터 AMG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요소가 가득하다. 속도 또한 단연 AMG다. AMG 전용 듀얼 전기모터를 장착한 이 차의 제로백은 단 3.5초, 메르세데스 전기차 중 가장 빠른 가속도를 자랑한다. 그러면서도 편안할 수 있는 건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을 탑재했기 때문. 이렇게 섬세하고 친절하니, 전기차 시대에도 메르세데스-AMG의 위상은 변함없을 것이다.





스포티한 매력을 극대화한 뉴 XM 후면.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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