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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6

What’s Up, Melbourne?

우리가 멜버른 예술에 대해 알아야 할 것.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Really Good’(2016). Courtesy of the Artist and Stephen Friedman Gallery, London, ©David Shrigley. All rights reserved, DACS 2023
아래 멜버른의 독특한 건축물 중 하나인 페더레이션 스퀘어(Federation Square)에는 NGV 분관이 있다.

이 글을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고백할 것이 있다. 멜버른에 가보기 전에는 이 도시의 예술이 지닌 잠재력을 잘 몰랐다고. 키스 해링(Keith Haring)의 유명한 벽화와 호저레인, AC/DC레인 같은 골목을 중심으로 한 스트리트 아트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풍부한 현대미술 자원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물론 멜버른이 뉴욕이나 런던 같은 도시처럼 현대미술 신에서 큰 명성을 떨친 도시는 아니지만, 호주의 예술 중심지인 것만은 틀림없다.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이자 가장 많은 방문객 수를 자랑하는 빅토리아 국립미술관(NGV), 애나 슈워츠 갤러리(Anna Schwartz Gallery)를 비롯한 상업 갤러리,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벅스턴 컨템퍼러리(Buxton Contemporary)와 호주 현대미술센터(Australian Centre for Contemporary Art) 등 다양한 현대미술 기관이 즐비하다.
그중에서 멜버른을 찾은 아트 러버는 물론 관광객의 방문 목록에도 빠지지 않는 이름부터 짚고 넘어가자. 보헤미안 예술이 가득한 피츠로이 지역에서는 키스 해링이 생전에 제작해 남긴 벽화 31점 중 하나를 만날 수 있다. 해링이 1984년 멜버른을 방문했을 때 완성한 이 벽화를 기념하기 위해 몇 년 전 콜링우드야즈(Collingwood Yards)라는 예술특구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현대사진센터(Centre for Contemporary Photography)에서는 11월 12일까지 호주와 덴마크에서 목수로 활동하다 사진작가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을 지닌 제임스 타일러(James Tylor)의 개인전이 관람객을 만났다.
한편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멜버른의 젊은이들은 뉴욕의 그라피티에 영향을 받아 도시 골목과 교외 철도, 트램 노선을 따라 자신의 예술적 역량을 펼쳐냈다. 특히 스텐실 그라피티(stencil graffiti)가 발달했는데, 스텐실은 투명 필름지에 도안을 그리고 종이나 벽 등에 필름을 붙인 후 빈 공간에 물감을 발라 완성하는 예술 기법이다. 멜버른 아트 신의 정체성과도 같은 스트리트 아트를 제대로 살펴보고 싶다면, 현재 활동 중인 거리 예술가들이 직접 안내하는 투어 프로그램 ‘멜버른 스트리트 아트 투어(Melbourne Street Art Tours)’를 추천한다. 멜버른 중심업무지구(CBD)의 스트리트 아트를 탐구하는 투어를 주 3회 진행하며, 예술가와 함께 직접 그림을 그려보는 다양한 워크숍도 마련한다. 멜버른 전역에 걸친 스트리트 아트 네트워크를 시도하는 ‘플래시 포워드(Flash Forward)’도 놓쳐서는 안 된다. 80명이 넘는 예술가가 설치 작품 40여 점을 만들어낸 프로젝트로, 골목 곳곳에 자리한 수준 높은 공공 예술을 찾아다니다 보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올해 NGV 트리엔날레에서 볼 수 있는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 ‘The Execution’(2018). Photo ©White Cube(Theo Christelis), ©Tracey Emin All rights reserved, DACS 2020.
멜버른에서 가장 유명한 벽화 골목인 호저레인.
메가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한 JT 화이트(JT White)의 ‘Seoul series’(2022). Courtesy of the Artist


또 호주가 낳은 세계적 작가 중 한 명인 마이크 파(Mike Parr)의 개인전이 하이엔드 브랜드 숍이 즐비한 콜린스스트리트 주변 상업지역의 애나 슈워츠 갤러리에서 세 파트로 나뉘어 열리고 있다. 11월 8일에 막을 내린 첫 번째 전시를 시작으로, 12월 16일까지 이어진다. 한쪽 팔에 선천적 기형을 가진 채 태어난 그는 사회에서 신체를 표현하는 방식에 반대하며 사회적 규범이 아닌 불완전성을 담은 작품으로 세계 예술계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했다. 특히 퍼포먼스를 주로 선보이던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판화를 시도했는데, 전통이나 관습의 제약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술을 실험하며 자신의 신체를 도구로 이용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독특한 판화와 영상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올 연말에 멜버른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현대미술계의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인 NGV 트리엔날레 2023(NGV Triennial 2023)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NGV 트리엔날레는 12월 3일부터 내년 4월 7일까지 태피스트리부터 로봇공학까지 전통과 현대 매체를 아우르며 동시대 예술의 최전선에 있는 예술가, 디자이너, 아티스트 컬렉티브 100명을 한데 모은다.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데이비드 슈리글리(David Shrigley) 등 세계적 예술가는 물론이고 베티 머플러(Betty Muffler), 헤더 B. 스완(Heather B. Swann) 같은 호주 출신 예술가도 참여 작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 회화, 드로잉, 설치, 조각을 넘나들며 자전적 고백을 담은 작품 세계를 펼쳐내는 영국 예술가 에민은 이번 트리엔날레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꼽힌다. 에민이 손글씨로 쓴 5m 높이의 텍스트 기반 네온 조명 설치, 극한 감정, 괴로움, 기쁨, 고통의 순간에 직면하는 행동과 비유를 담은 그림, 청동 추상 조각 등을 선보인다. 일상의 진부함과 부조리를 반영한 블랙유머로 유명한 슈리글리는 런던 트래펄가 광장 네 번째 좌대 프로젝트로 첫선을 보여 관심을 모은 대표작을 들고 나선다. 영국이 EU 탈퇴를 결정한 직후 제작한 작품으로,7m 높이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형태의 조각은 슈리글리 작품의 상징과도 같은 자의식과 아이러니로 현실을 풍자한다. 메가시티(Megacities) 프로젝트도 눈에 띈다. 10명의 거리 사진작가가 서울을 포함해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전 세계 10개 메가시티의 환경을 포착한 대규모 NGV 커미션으로, 21세기 도시환경에 대한 시사점을 제안할 것으로 기대된다.
호주 예술가 중에서는 베티 머플러의 이름을 놓치지 말 것. 올해 광주비엔날레에도 참여한 머플러는 1944년에 태어난 원로 작가로, 유명한 은강카리(Ngangkari, 영적 힘을 지닌 호주 전통 치료사)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마랄링가에서 이뤄진 핵실험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구조된 작가는 말년에 예술을 시작, 2017년에 70대의 나이로 호주의 명망 있는 예술상인 NATSIAA(National Aboriginal & Torres Strait Islander Art Award) 신진 예술가상을 받기도 했다.
그 외에도 18세기 말부터 19세기까지 이어진 골드러시의 영향으로 당시 도시개발이 성행한 덕분에 탄생한 독특한 현대적 건축물이 시내 곳곳에서 자태를 뽐낸다. NGV 본관으로 올해 트리엔날레가 열리는 NGV 인터내셔널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 내년 2월 22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아트 페어 멜버른 아트 페어(Melbourne Art Fair)는 그동안 2년에 한 번씩 열렸지만 2024년부터 매년 개최한다고 발표하며 한 단계 도약을 예고했다. 이처럼 하나로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예술 신을 보유한 이 도시에서 동시대 예술의 현주소를 마주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제 누구도 세계의 현대미술을 논할 때 멜버른을 간과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에디터 백아영(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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