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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2

투자가 되는 위스키

5년 전, 가장 강력한 투자 상품으로 주목받았던 위스키 투자 트렌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Sotheby’s

맥캘란과 발베니 등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 위스키 명가에서 선보이는 한정판 위스키는 꾸준히 경매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11월, 런던의 소더비 경매에 출품된 맥캘란 1926은 사상 최고가인 35억 원에 낙찰되었고, 발베니도 서울옥션에서 DCS 컴펜디움 25병이 5억 원에 낙찰된 이력이 있다. 위스키가 투자 상품으로 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다. 영국 부동산 컨설팅 기업 나이트 프랭크의 2023년 럭셔리 투자 지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레어 위스키 보틀의 수익률은 꾸준히 300% 이상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 집계된 수익률은 322%. 게다가 위스키는 와인보다 보관하기 쉬운 데다 가격도 한번 올라가면 잘 내리지 않아 가격 방어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일단 보이면 사는 게 이득’. 바로 일본 위스키를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 몇 년간 일본 위스키의 지속적 품귀 현상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그 어떤 위스키보다 출시 가격 대비 빠르게 오르는 데서 비롯됐다.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지역 와인 및 주류 책임자 미셸 챈(Michelle Chan)은 “위스키 수집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면서 뛰어난 싱글 오너 컬렉션을 포함한 울트라 레어 위스키를 선별해 경매를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특히 경영 악화로 현재는 문을 닫은 ‘유령 증류소’의 위스키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희귀해지고 있죠. 작년 5월, 홍콩에서 진행된 ‘익셉셔널 프라이빗 셀러’ 경매에 나온 가루이자와 후지산 36경 세트(36 Views of Mount Fuji)는 2억 원에 가까운 낙찰가를 기록했습니다.” 두 달 전, 싱가포르에서 동남아시아 최초의 증류주 경매를 진행한 소더비도 가루이자와 게이샤 컬렉션과 야마자키 올드 보틀을 비롯한 다양한 일본 위스키 컬렉션을 선보였고, 가루이자와 무라사키 게이샤 세트는 8000만 원 정도에 낙찰됐다.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일본 위스키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싱글 몰트위스키를 생산하던 일본 지치부 지역 하뉴 증류소는 사케 양조장의 19대 후손 이소지 아쿠토(Isouji Akuto)가 1941년에 설립했지만 2000년에 경기 침체로 문을 닫았다. 하뉴 증류소 내 400개 위스키 캐스크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던 이소지의 손자 이치로 아쿠토(Ichiro Akuto)는 후일을 도모하며 이 캐스크를 다른 증류소에 맡겨두었다. 그리고 5년 뒤, 1985~2000년 제조한 위스키 원액 54종에 트럼프 카드 라벨을 부착해 ‘이치로 몰트 카드 시리즈’를 출시했고, 위스키 컬렉터들의 수집 목록 영순위가 되었다. 이치로 몰트 카드 위스키는 다양한 빈티지의 위스키 원액으로 구성된 54병이 한 세트로, 홍콩 본엄스 경매에서 2015년 11억7000만 원, 2020년 19억4000만 원에 낙찰되어 5년 만에 65% 이상 가치가 상승했다. 이치로 몰트 카드 시리즈가 이렇게 성공하는 데 일조한 은인이 있는데, 바로 하뉴 증류소가 문을 닫을 때 400통에 달하는 캐스크를 흔쾌히 맡아준 사사노카와 주조의 사사노카와다. 추후 이치로가 보은의 의미로 사사노카와에게 그만의 위스키 제조법을 전수해줬다는 건 아는 사람만 아는 비하인드 스토리.





사사노카와 주조 앞에 보관 중인 미즈나라 캐스크.
소더비 싱가포르 증류주 경매에 선보인 가루이자와 무라사키 게이샤 세트.
35년 이상 숙성되어 55병 한정으로 생산된 야마자쿠라 레어 올드 위스키.


사사노카와 주조의 위스키 캐스크를 중국 부호들에게 중계해주는 홍콩 무역 회사 M&M OKM Ltd.의 웬디 청(Wendy Cheong) 대표는 투자 가치가 높은 일본 위스키 캐스크를 이미 중국계 부호들이 선점했다고 말한다. “전 세계에서 일본 위스키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중국이거든요. 제 고객들은 보통 두 가지 목적으로 위스키를 캐스크 단위로 주문해요. 먼저 자녀들이 태어나면 그해의 빈티지 와인을 마련하는 것처럼, 그해를 기념하기 위해 버번 캐스크 위스키를 주문하죠. 그리고 3년 이상 숙성시킨 뒤 병입해 아이를 위해 보관하거나 친구들에게 선물합니다. 다른 하나는 투자 목적으로 미즈나라 캐스크의 퓨어 몰트위스키를 구매합니다. 이렇게 구매한 위스키는 증서를 통해 소유권을 보장해주고, 원할 때는 언제든지 자녀에게 상속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있죠.” 하지만 돈이 있다고 미즈나라 캐스크를 누구나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역사가 오래된 일본 회사들은 오랜 기간 신뢰가 쌓여야 거래하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이 주조의 투자 가치를 알아본 웬디 청 대표도 10년이 넘는 동안 관계를 쌓아 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었다. 원한다고 다 살 수 없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미즈나라 캐스크가 너무 귀하다는 것.
미즈나라는 일본의 나무 품종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전쟁으로 유럽산 오크통 수입이 어려워지자 일본에서 위스키 숙성을 위해 대안으로 쓰기 시작한 캐스크다. 하지만 그 이름처럼 ‘물이 꽉 찬 나무’여서 건조하는 데만 3년 이상이 걸리고, 나무가 구불구불하게 자라 캐스크를 만들기에 매우 까다롭다. 일반 오크나무가 곧게 뻗어 자라 다루기 쉬운 데다 2개월이면 건조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오크 캐스크와 비교해 미즈나라 캐스크가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가뜩이나 귀한데, 미즈나라 캐스크 향을 메인으로 내세우는 히비키가 이름을 알리면서 더욱 귀해졌다. “아마 미즈나라 퓨어 몰트 캐스크를 팔겠다고 하면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 줄을 설 거예요. 캐스크 자체를 구하기도, 이 캐스크에서 숙성시킨 원액을 구하기도 힘들거든요. 더군다나 현재 일본에서 위스키를 만들 수 있는 라이선스를 가진 곳은 단 일곱 곳이에요. 원래 열네 곳이었는데 일본의 경기 침체로 2000년 즈음에 위스키 증류소 절반가량이 문을 닫았어요. 그래서 원액을 블렌딩해 만든 위스키도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죠.” 만약 위스키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다음 세 가지 기본 원칙을 고려하자. 가치 있는 브랜드, 뛰어난 품질의 싱글 캐스크, 그리고 한정된 수량. 수익률이 높아질 것이다.

 

에디터 이정윤(julie@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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