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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8

CHOCOLATE WITH DIGNITY

서울에 첫 부티크를 연 세계적 쇼콜라티에 피에르 마르콜리니의 카카오 여정에 대하여.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한국 첫 부티크를 오픈했다. 다른 도시의 매장과 차별되는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지? 서울 부티크는 메종 피에르 마르콜리니의 전 제품을 소개하는 세계 최초의 매장이다. 초콜릿 컬렉션은 물론 페이스트리, 디저트, 음료와 아이스크림까지 모든 카테고리를 준비했다. 흥미로운 메뉴가 아주 많은데, 벨기에의 대표 디저트 메르베유부터 에클레어와 마카롱의 사이쯤 되는 식감과 형태를 지닌 새로운 디저트 페이스트리 쿠모, 우리의 대표 초콜릿인 그랑 크뤼로 만든 핫 초콜릿과 아이스 초콜릿, 파르페를 재해석한 담 블랑슈, 파블로바, 스트로베리 멜바 등이 있다. 특히 페이스트리와 음료 카테고리는 메종 역사상 첫 론칭이라 더욱 의미 있다.
1995년 글로벌 페이스트리 대회 ‘월드 페이스트리 컵(World Pastry Cup)에서 우승한 후 벨기에에 첫 아틀리에를 설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어떤 작품을 선보였나? 메종 피에르 마르콜리니의 시작이 된 초콜릿이 궁금하다. 브뤼셀의 대형 파티스리에서 셰프로 일할 때였고, 내 이름을 건 메종을 설립하기 위해 대회에 참가했다. ‘비상(L’Envol)’이라는 이름의 페이스트리를 선보였는데, 다양한 디저트의 베이스로 많이 쓰는 비스퀴 조콩드 위에 초콜릿 무스와 오렌지 크렘브륄레, 헤이즐넛 누가틴을 올린 후 카카오 아이싱으로 마무리한 작품이었다.
이후 20여 년간 초콜릿 분야에서 기념비적 업적을 다수 남겼다. 특히 카카오 원산지에서 직접 카카오 빈을 공수해 초콜릿을 완성하는 ‘빈투바(Bean-to-Bar)’ 운동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는데, 그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일반적으로 초콜릿을 만들 때 동일한 쿠버처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의 경우 카카오 열매부터 창작을 시작한다. 빈투바는 카카오 빈 추출부터 초콜릿의 완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조 과정을 직접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고급 와인을 만들기 위해 좋은 품종과 재배지, 수확과 숙성 과정을 세심하게 신경 쓰는 것과 같다. 이를 통해 초콜릿 제조업의 전통적 노하우를 회복하고, 맛의 기본이 되는 카카오 빈의 본질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각국의 많은 카카오 농장 중 좋은 곳을 선별하는 기준은? 카카오 열매는 3년 이상 자라야 제대로 된 카카오 빈을 수확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대량생산을 위해 더 빨리 성장하도록 품종을 개량하거나 화학 제초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나의 경우, 자연의 섭리대로 카카오를 재배하는 농장과만 협업한다. 또 아름다운 테루아와 완벽한 카카오 빈을 찾기 위해 농장에 직접 방문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현장을 직접 눈에 담고, 카카오 향을 맡아보며, 농장 사람들과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차별화된 초콜릿을 위한 요소를 발견한다. 페루, 에콰도르, 브라질, 멕시코, 쿠바, 가나, 마다가스카르, 베트남, 자바, 인도, 베네수엘라 등 14개국 이상의 카카오 원산지를 찾는 이유다.
카카오 빈의 재배와 수확부터 숙성, 로스팅, 가공 등 하나의 초콜릿을 완성하기까지 과정에 대해 알려달라. 카카오 농장을 선정해 1년에 두 번 봄가을에 수확하고, 카카오 빈을 추출한다. 이후 4~7일간 숙성 과정을 거치고 자연 건조해 수분 함량을 낮춘 뒤 피에르 마르콜리니 워크숍에서 로스팅한다. 로스팅은 120℃ 고온에서 40분간 진행하는데, 카카오 빈이 타지 않도록 섬세한 조율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 빈은 쌉쌀함, 과일 향, 플로럴·우디 향 등 약 115가지 아로마 노트를 지니게 된다. 이후 정제 과정을 거쳐 카카오 페이스트를 만들고, 48시간의 정성스러운 콘칭 작업을 거쳐 템퍼링까지 마무리하면 하나의 초콜릿이 완성된다.
피에르 마르콜리니 초콜릿에 주로 사용하는 카카오 빈은 무엇인가? 카카오 빈에는 크리오요, 포라스테로, 트리니타리오, 나시오날까지 네 가지 주요 품종이 있다. 메종 피에르 마르콜리니는 세계에서 가장 희귀하고 인기 있는 카카오 빈으로 꼽히는 크리오요와 트리니타리오를 주로 사용한다. 크리오요는 전체 카카오 빈 중 생산량이 3% 미만인 귀한 품종으로, 주로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되며 과일 맛을 띤다. 트리니타리오는 메종의 레시피에 가장 많이 등장하며, 크리오요와 유사한 맛이 난다.
유전자 변형 카카오를 사용하지 않고, 생산자를 위해 투자하는 등 지속 가능한 초콜릿을 위한 행보도 이어오고 있다. 여러 생물이 만들어내는 테루아야말로 향기로운 카카오를 만들어내는 근간이며, 초콜릿의 성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산성에만 집중한 유전자 변형 카카오의 경우 주변에 작은 벌레나 미생물 등이 살아갈 수 없고, 그런 만큼 본연의 맛과 다른 퀄리티가 나온다. 한편 생산자들과 협력하고 그들이 안정적 환경에서 재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품질 좋은 카카오를 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메종 피에르 마르콜리니의 궁극적 미션은 다채롭고 독창적인 오리진의 초콜릿을 선보이는 것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물, 여러 사람과의 조화로운 협업이 필수다.
당신에게 초콜릿이란? 감정의 패스포트. 초콜릿을 건넸을 때 인상 쓰거나 화내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웃음) 이 작은 조각 하나가 기분을 전환하고, 웃음을 일으키며, 즐거운 대화를 시작하게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가 된다는 점에서, 내미는 것만으로 통행을 허락받을 수 있는 여권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에디터 김수진(jin@noblesse.com)
사진 안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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