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카겔의 공감각 예술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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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15

실리카겔의 공감각 예술

함께한 지 어느덧 4년째. 화려한 영상을 덧입은 라이브 음악 퍼포먼스로 우리의 눈과 귀를 홀린 일렉트로닉 록 밴드 실리카겔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일렉트로닉 록 밴드 실리카겔 멤버 구경모, 김한주, 김민수, 김건재, 최웅희, 이대희, 김민영.

구경모_ 후드가 달린 블랙 케이프 Caruso, 가죽 팬츠 Nohant, 슈즈 Supercomma B.
김한주_ 데님 톱 Ordinary People, 카키색 팬츠 Custom Mellow, 슈즈 Philippe Model.
김민수_ 블루 재킷과 팬츠 Caruso, 화이트 톱 YMC.
김건재_ 스트라이프 셔츠 Custom Mellow, 팬츠 Golden Goose Deluxe Brand, 슈즈 Rekken.
최웅희_ 카키색 점프수트 YCH, 슈즈 Supercomma B.
이대희_ 가죽 재킷 Off-White, 티셔츠 Armani Exchange, 블랙 팬츠 Golden Goose Deluxe Brand, 슈즈 Premiata.
김민영_ 블루 톱과 스커트 Recto, 슈즈 Suecomma Bonnie.

2015년 8월 일곱 멤버가 즉흥적으로 떠올린 여섯 단어를 조합한 <새삼스레 들이켜본 무중력 사슴의 다섯 가지 시각>이라는 EP 앨범으로 데뷔한 일렉트로닉 록 밴드 실리카겔. 처음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 이유는 ‘인체에 무해하나 먹지 말라’는 독특한 밴드명 때문인지 모른다. 하지만 멤버들의 뛰어난 연주 실력과 작사,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에까지 참여하는 음악적 충실함, 여기에 2명의 VJ 멤버가 선보이는 브이제잉(VJing, 실시간 영상 조작)을 결합한 공감각적 라이브 공연은 실리카겔의 존재감을 드높이기에 충분했다. 2016년 2월 발매한 싱글 <두 개의 달>에 이어 10월에 밴드의 역량을 집대성한 정규 앨범 1집 <실리카겔>을 선보인 이들은 그해 EBS <스페이스 공감> 신인 뮤지션 발굴 프로젝트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 한국콘텐츠진흥원 ‘K-루키즈’ 대상,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VJ가 만든 그래픽 영상이 단순히 라이브 음악을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밴드의 독특하면서 철학적인 음악과 어우러져 실리카겔의 작품으로 탄생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음악을 창조하는 일곱 멤버 구경모(베이스), 김건재(드럼, 리더), 김민수(기타, 보컬), 김민영(VJ), 김한주(신시사이저, 보컬), 이대희(VJ), 최웅희(기타)를 만났다.






실리카겔 노래에 어울리는 영상을 만들고 브이제잉을 하는 VJ 이대희와 김민영.

밴드명이 독특한데, 어떻게 실리카겔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나요? 건재 2013년 서울예술대학교 재학 시절 평창비엔날레 출품을 위해 미디어 퍼포먼스 팀을 결성하면서 모든 것이 시작됐어요. 출품을 하려면 팀 이름이 필요해서 마감 며칠 전까지 고민하고 있었죠. 제가 회의를 소집해 지금 이름을 정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어요.(웃음) 경모/ 살고 싶었어요. 당장 이름을 정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분위기였거든요. 그러던 차에 회의 시작할 때부터 눈에 밟히던 껌통을 뒤집었는데 껌은 안 나오고 실리카겔만 톡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실리카겔은 어떠냐고 제안했는데 다들 좋아해서 그렇게 우연히 팀명을 짓게 됐어요.

평창비엔날레 공연 분위기는 어땠나요? 민수 관객은 많지 않았고 저희가 공연을 한다는 그 자체에 의의를 뒀어요. 다만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두 열정이 넘친 건 기억이 나요. 학교 근처 자취방에 모여 각자 쓴 음악을 들어보고, 편곡도 같이 고민하고, 퍼포먼스는 어떻게 할 건지 등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뜨겁게 연구했죠. 그 에너지로 지금껏 재미있게 밴드 활동을 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개성 넘치는 다섯 멤버의 곡을 실리카겔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아우르는 일이 쉽진 않을 것 같아요. 한주 서로 다른 개성을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승화시키려고 해요. 한마디로 실리카겔화하는 거죠.

실리카겔화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한주 멤버 중 한 명이 곡을 쓰면 악기의 톤부터 멜로디의 의도 등 음악적 요소에 변화를 주는 거예요. 제가 작곡한 ‘9’와 ‘Sister’는 관능적이고, 건재형의 ‘비경’은 몽환적인 느낌이 강해요. 경모 형이 작곡한 ‘두 개의 달’은 묵직하고 독특하죠. 멤버들의 피드백을 통해 단점은 과감히 잘라내고, 원래 곡이 지닌 분위기를 극대화해 하나의 곡을 완성합니다.






(왼쪽부터) 드럼과 리더를 담당하는 김건재, 기타리스트 최웅희, 베이시스트 구경모.

노래 가사와 제목이 마치 무제의 추상회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곡마다 의도한 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민수 경모가 작곡한 ‘두 개의 달’은 스토리가 이끌어가는 곡이지만, 제가 작곡한 ‘기억’은 시각적 상상을 더했어요. 곡의 느낌은 다르지만 그 분위기를 각자 느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무중력 사슴’, ‘달사막’, ‘이계’ 등 가사도 독특한데, 어디에서 주로 영감을 얻나요? 경모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좋아하는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음악도 제 솔직한 경험을 토대로 작업해요. ‘두 개의 달’도 제가 카페인 음료를 마신 후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경험한 것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등을 집약해 쓴 곡이죠. 실리카겔의 진가는 VJ들이 만든 영상과 어우러진 라이브 공연에서 발휘되는데, 곡마다 어울리는 영상을 만드는 일이 쉽진 않을 것 같아요. 민영 들으면 비주얼이 바로 연상되는 곡이 있는가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없는 곡도 있어서 제작하는 기간보다 자료를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요. ‘모두 그래’는 ‘모두 그렇잖아’라는 가사를 이용해 이미지를 구성했고, ‘Sister’는 1980년대 그래픽 느낌으로 완성했지만 계속 수정 중이에요. 대희 곡을 만든 멤버와 작곡 의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결국 영상을 만드는 제 느낌을 담아 해석하는 게 정답이라고 믿습니다.






VJ 이대희와 김민영이 만든 영상은 음악과 하나 되어 실리카겔의 공감각적 예술을 실현한다.

강렬한 퍼포먼스를 하지 않아도 연주에 몰입하는 멤버들의 모습 자체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더군요. 지난 7월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페스티벌, 9월 렛츠락 페스티벌 등에 초대받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데, 실리카겔은 어떤 공연을 지향하나요? 웅희 친한 친구들이 모여 파티를 즐기는 것처럼 즐겁게 하려고 해요. 이 순간이 너무 좋아서 감당할 수 없는 그런 느낌으로요. 한주 당연히 관객들과 소통해야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기회로 삼고 싶어요.

실리카겔이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건재, 웅희 어떤 형태의 앨범이 될지 모르겠지만 당분간 음반 작업에 매진할 계획이에요. 서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거라고 믿어요. 하나의 바람을 더하자면 실리카겔이 좀 더 인지도를 높였으면 좋겠어요.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서 관객들과 몇 배 더 재미있게 놀고 싶습니다.






1 기타와 보컬을 맡은 김민수.   2 신시사이저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김한주.

 

에디터 최윤정(amych@noblesse.com)
사진 김도원  헤어 김승원  메이크업 김범석  의상 스타일링 정소정  어시스턴트 유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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