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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LET THE MUSIC F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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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감독은 어떤 사운드트랙에 울고 웃을까? 그들의 플레이리스트엔 어떤 영화음악이 담겨 있을까? 영화 속 명곡으로 바캉스 플레이리스트를 꾸린다면? 여기 그 해답이 담겨 있다.

달파란, 낭만의 울림

<사랑에 대한 모든 것> 2014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The Theory of Everything)>은 얼마 전 고인이 된 스티븐 호킹 박사의 학창 시절을 다룬다. 공교롭게도 영화음악 작곡자 요한 요한손마저 최근 세상을 떠났다. 요한 요한손은 영화 <시카리오>의 음악감독으로 잘 알려진 인물인데, 특유의 독특한 컬러와 천재적 재능이 이 앨범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한곡만 떼어 듣지 말고 별이 빼곡한 여행지에 누워서 전곡을 차례로 음미하면 좋겠다.

 

<귀향> 2006
스페인을 대표하는 작곡가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 <귀향(Volver)> 외에도 <그녀에게>, <내가 사는 피부>,
<나쁜 교육> 등 스페인 명작 영화를 보면 늘 그의 이름이 눈에 띈다. 스페인 음악 특유의 따뜻한 정서와 아름다운 화음이 그의 음악에 풍부하게 배어 있다. <귀향>의 사운드트랙을 들으면서 남미나 남유럽 등 정열적인 지방을 여행한다면 좋겠다. 남미, 남유럽의 찬란한 햇살과 아주 잘 어울리는 음반이니까.

 

<블루 플래닛II> 2017
한스 치머는 설명이 필요 없는 동시대 독보적인 영화음악가다. 그가 최근 2명의 작곡가와 협업해 BBC One의 글로벌 다큐멘터리 <블루 플래닛 II(Blue Planet II)>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작업했다. 바다를 주제로 자연의 위대함과 숭고함, 신비를 느끼게 하는 다큐멘터리에 더한 음악은 깊은 바다보다도 깊고 아득하다. 끝을 알 수 없이 펼쳐진 어느 낯선 휴양지의 바다에서 이 음악을 들으면 참 좋겠다.

달파란
음악적 실험과 파격, 탄탄한 내공을 지닌 영화음악가가 필요할 때 영화감독들은 뮤지션 달파란을 찾는다. 달파란은 영화 <가려진 시간>, <곡성> 등에서 뛰어난 재능을 드러냈고, 최근에 참여한 영화로는 <독전>, <레슬러>, <클레어의 카메라> 등이 있다

준오, 서정의 사운드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2007
전원, 첫사랑, 학창 시절…. 일본 영화에 빠질 수 없는 주요 키워드를 복합적으로 잘 묘사한 영화가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A Gentle Breeze in the Village)>이 아닐까 한다. 특별할 것 없는 시골 마을의 일상을 배경으로, 지금은 고인이 된 뮤지션 레이 하라카미의 부유하는 전자음으로 가득 찬 OST가 기묘한 하모니를 이루어낸다. 독자적 음악 세계를 구축한 레이 하라카미의 유일한 영화음악 참여작이라 더욱 특별하다. 거기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OST로 잘 알려진 밴드 구루리의 엔딩곡 ‘말은 삼각, 마음은 사각’은 멜로디부터 가사까지 꼭꼭 씹어 외우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컨택트> 2016
감독 드니 빌뇌브의 영화를 좋아한다. <프리즈너스>부터 드니 빌뇌브와 손발을 맞추기 시작한 음악가 요한 요한손의 작품 가운데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선사한 영화가 <컨택트(Contact)>다. 영화음악이란 단독으로 들을 때보다 극과 유기적으로 붙을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음악은 그런 면에서 완벽에 가깝다. 현대음악과 일렉트로니카가 녹아 있는 앨범은 실험적이면서 동시에 서정적이다. 거기에 막스 리히터의 곡 ‘On the Nature of Daylight’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아이슬란드나 스칸디나비아반도, 혹은 남극처럼 세상의 풍경 같지 않은 대자연으로 떠날 때 들어볼 것.

 

<분노> 2016
소설가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분노(Rage)>는 선과 악에 대한 집요한 질문을 던진다. 섬뜩하고 처연한 스릴러 영화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후반부 주요 배경인 오키나와의 여름 해변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일본 최고의 배우가 총출동한 영화에서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은 무섭도록 치밀하다. 각 캐릭터의 심리에 찰싹 달라붙은 음악은 듣는 이로 하여금 인간의 양면성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 너울이 이는 인간의 내면, 침잠하는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두 대의 첼로가 함께 연주하는 곡 ‘용서’를 추천한다.

이준오
캐스커로 데뷔한 이준오는 현재 간헐적으로 싱글을 내며 영화음악 감독으로 활약 중이다. 최근작 <리틀 포레스트>를 비롯해 <더 테러 라이브>, <제보자>, <더 폰>, <원라인> 등을 작업했다. 현재는 올해 개봉 예정 영화 의 음악 작업이 한창이다.

연리목, 꿈꾸는 음악

<녹차의 맛> 2004
나 자신은 별로 재미없는 사람이지만 유머는 언제 어디에든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다. <녹차의 맛(The Taste of Tea)>을 좋아하는 이유다. 상큼하고 단아하며 유쾌함. 여름 영화 특유의 미덕을 고루 갖춘 영화와 사운드트랙이 바로 <녹차의 맛>이 아닐까 한다. 그림 같은 산골 마을에서 펼쳐지는 괴짜 가족의 이야기에 더한 사운드트랙은 영화만큼이나 위트와 재치가 넘쳐난다. 늘 심각하거나 경직되어 있는 교육에도, 정치에도 그리고 그 무엇에도. <녹차의 맛>을 보면 누구나 한 번쯤 흥얼거리게 되는 곡 ‘야마요(Yamayo)’는 위트와 유머의 함축이다. 마음이 심란한 날에 들으면 소소한 위로가 된다.

 

<환타지아> 1982
열 살 무렵 스크린을 통해 처음 본 영화가 <환타지아(Fantasia, 1940)>다. 평소 영화음악이 단순히 영화의 배경이 아니라 영화와 동등한 주체인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데, 돌이켜보면 그 계기는 바로 <환타지아>였다. 미키마우스가 주인공인 이 영화를 보고 시각과 청각이 이루는 하모니에 푹 빠진 순간이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다. 영화관을 나서면서 느낀 그 황홀경이란. 바흐, 슈베르트, 베토벤, 스트라빈스키, 무소륵스키 등 시대를 초월한 명곡으로 무장한 앨범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곡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다. 원초적 힘이 끓어올라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자극을 준다.

 

<덩케르크> 2017
음악을 만들다 보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재현해줄 연주자가 언제든 곁에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 하면 ‘어!’ 하고 반응해주는 연주자와의 케미가 있을 때 얼마나 재미있고 즐거울까.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과 한스 치머가 합심해 일궈낸 대작 <덩케르크(Dunkirk)>를 보면서 든든한 연주자 지원군과 함께한 한스 치머를 진심으로 부러워하게 됐다. 영화 전반적으로 엘가의 ‘Nimrod’ 선율의 변주가 펼쳐지는데, 특히 ‘Variation 15’ 트랙에서 시리도록 감동적인 편곡으로 감상할 수 있다.

연리목
밴드 ‘눈뜨고코베인’의 키보디스트 연리목은 <은교>를 통해 영화음악에 데뷔했다. 최근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 손님>을 작업했고, 윤가은 감독과는 <우리들>을 작업한 인연으로 2018년 신작 작업을 함께할 예정이다.

 

에디터 전희란(ra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