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모래 작가의 따뜻한 언어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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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3

신모래 작가의 따뜻한 언어

신모래와 그녀의 작품은 전시명 'your only lover, friend, enemy.'로 대변한다.

오래 멈추어 있고 대단한 것, Digital Print on Paper, 60×80cm, 2020

‘분홍색 간결함’. 신모래 작가의 이미지에 대한 인상이 그랬다. 지금 여느 리뷰처럼 곧장 작품이라 지칭하지 않게 되는 것은, 그녀가 보여주는 익숙한 라인과 구도에서 느낀 나의 지난 경험 탓일 테다. 작품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기 위해 전을 직접 보기 전까지 145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작가의 SNS 계정에도 들어가보지 않았다. 미디어가 소개해온 신모래에 대한 설명과 여러 프로젝트의 결과도 들춰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친근했다. 그녀의 드로잉 속 사람들의 모습. 점처럼 작은 눈망울과 무심한 표정에서 나는 무엇을 본 걸까.





1 꽃말은 잊어버리세요, Acrylic on Canvas, 130×130cm, 2020
2, 3 궁금한 적 없었나요 그림 속의 그림이, Digital Print on Paper, 각 70×70cm, 2020

미술 작품을 완성하는 기준을 떠올려본다. 작품이란 오랜 사유의 시간에 작가 스스로 훈련해온 표현의 방식이 켜켜이 쌓여야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때로 관람객의 호응이 작가를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이는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드러낸 다음이다. 때로는 그에 대한 고민 없이도 직관적으로 보이는 그림이 있다. 이를테면, 신모래의 작품이 그렇다.





콘테로 그린 100점의 드로잉 작품. your only lover, friend, enemy, Conte on Paper, 각 36.7x25.7cm, 2020

신모래의 작품에는 분명 구체적인 묘사가 있지만, 관람객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일상의 감정을 느낄 것이다. 네온 핑크에 가까운 캔버스의 색감은 누군가에게는 행복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슬픔일 수 있다. 완벽한 사랑이란 꽃말을 지녀 작가가 즐겨 그린다는 튤립의 모습도 그렇다. 언젠가 외로웠던 우리의 거울 속 모습을 잡아낸 듯하고, 불안한 미래를 예견한 연인의 알 수 없는 모호한 떨림을 전시장 천장에 드리운 많은 검은색 콘테 드로잉으로 표현했다. 자연스러운 선으로 표현한 사람들의 표정은 이상하리만치 다양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잊히지 않는 어린 시절의 친구거나 남보다 먼 가족일지 모른다. 작가는 전시 이름에서 이미 이러한 관계를 정의했다. ‘하나뿐인 친구이자 연인 그리고 적(your only lover, friend, enemy.)’. 자신과 주변을 둘러싼 존재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해온 사람이 쓸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분명, 손바닥 위 스마트폰 세상에서 지금의 관람객은 오프라인에서 처음 본 나의 시선처럼 그 무엇을 알아챘을 것이다. 인스타그램에는 작가와 작가의 작품을 사랑한 나머지 그녀의 이름을 본뜬 팬 페이지도 있다.





시들고 소중한 것, Acrylic on Canvas, 130×130cm, 2020

그림만큼 신중하게 글을 쓴다는 신모래는 지난 인터뷰에서 모든 작품이 자신의 소중한 일기와도 같지만, 한번 그리면(SNS에 업로드하면) 이미 자신의 손을 떠났기에 더는 미련을 두지 않는다고 했다. 작품의 주된 색인 ‘핑크’를 좋아하지 않는 데다 같은 색 소지품도 없기에 외려 작품에 더 쓰는 것 같다는 소소한 반전까지. 작품과 그녀의 온라인 계정을 번갈아 살피다 보면 종잡을 수 없는 ‘젊음의 매력’이 엿보인다. 그래서 SNS와 해시태그를 나침반 삼아 자신만의 작가를 찾고, 스타를 만들어가는 오늘의 관람객과 ‘공유’하고 싶은 전시다.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해 캔버스에 붓질로 채워온 첫 개인전이자 기억의 기록이니까. 분명, 작가도 일러스트 태블릿과 되돌리기(ctrl+z) 단축키에 익숙한 자신을 떠나 새로운 목적지를 발견했을 것이다.



 

에디터 김미한(purple@noblesse.com)
진행 노블레스 컬렉션  
사진 이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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