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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22

내일의 온택트

불청객과 함께 찾아온 문화 예술계의 온택트 열풍은 어떤 모양새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을까?

웹 뮤지컬 <킬러파티> 공연 모습.

요즘 일하면서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행사 소식이 턱없이 모자라서다. 예전 같으면 새 전시와 공연 관련 보도자료가 메일함에 알아서 척척 쌓였을 것이다. 좋은 행사가 많은데 지면의 한계로 모두 소개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코로나19가 문화 예술계를 초토화시켰기 때문. 뮤지컬은 조기 폐막하고 시즌성 공연 등은 아예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미술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0년 최대 이슈인 광주비엔날레와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연기됐으며, 미술관과 갤러리는 문 여닫기를 반복하는 중이다.
고마운 건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문화 예술계가 쓰러지지 않았다는 사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온택트(ontact)’ 방식을 통해서다. 온택트는 비대면을 일컫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합친 신조어로, 온라인을 통한 소통을 뜻한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온라인 전시나 공연이 아예 없었던 것이 아니나 여기서 주목할 건 1년 사이 그 양상이 몰라보게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행사 보조가 아니라, 그 자리를 아예 대신하고 있다.





위쪽 지난해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한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 전경.
아래쪽 에스터 시퍼 갤러리가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 OVR에서 공개한 3D 부스.

온택트를 가장 기민하게 받아들인 곳은 가요계다. 지난해 4월 SM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와 손잡고 온라인 유료 콘서트 시리즈 ‘비욘드 라이브’를 만들었다. 아이돌 그룹 슈퍼엠의 콘서트로 스타트를 끊었는데, 증강현실(AR) 기술을 도입해 신곡 ‘호랑이’ 무대에서 AR 호랑이가 뛰어다니는 등 다이내믹한 시각 효과를 연출했다. 관객에게 공연 중 미션을 제시하는 미션 챌린지 코너, 공연 전후 아티스트와의 채팅 등 쌍방향 소통에도 신경 써 현장감을 살렸다. 이를 경험한 관객의 호평에 힘입어 트와이스, NCT 등 아이돌 그룹이 앞다퉈 온택트 콘서트에 나서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뮤지컬계의 온택트 행보도 힘차다. <모차르트!>는 지난해 10월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통한 온라인 공연으로 1만5000명의 랜선 관객을 모았다. 대극장 라이선스 공연 가운데 ‘유료’ 상영을 시도한 국내 첫 사례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성과. 이후 <베르테르>, <젠틀맨스 가이드> 등 유료 온라인 공연 제작이 늘고 있다. 기존 공연의 영상화를 넘어선 새로운 형태의 뮤지컬도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웹 뮤지컬 <킬러파티>는 10분 안팎의 에피소드 9편으로 구성했다. 짧은 호흡의 웹드라마나 유튜브 영상을 보듯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뮤지컬 마니아는 물론 뮤지컬에 관심 없던 이들의 이목까지 집중시켰다.
클래식계도 이런 변화의 흐름에 동참했다. 클래식 레이블 도이체그라모폰(DG)은 지난해 6월 온라인 클래식 공연 서비스 ‘DG 스테이지’를 시작해 정상급 아티스트의 리사이틀과 오케스트라 공연, 오페라를 선보이고 있다. 새해 첫날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협연 무대를 공개하기도. 지난해 11월 SK브로드밴드와 공연 기획사 크레디아가 선보인 ‘온: 클래식’ 시리즈도 인상적이다. 11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하고 5GX 멀티뷰 기술을 접목한 덕분에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무대에서는 ‘직관’으로는 불가능한 연주자의 손놀림까지 자세히 감상할 수 있었다. 공연을 보며 관객끼리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클래식계에선 이색적인 모습. “최근 한화클래식 온택트 공연에는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면 생소할 바로크 시대 악기들이 등장했어요. 흥미로운 건, 관객들이 댓글로 서로 묻고 답하며 악기 이름을 알아내더라고요. 정숙해야 할 공연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죠.” 이지영 <클럽발코니> 편집장이자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의 말이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온택트 공연.

미술계에도 온택트 열풍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은 코로나19 여파로 홍콩, 바젤, 마이애미비치 행사를 ‘온라인 뷰잉룸(OVR)’으로 대체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OVR은 회를 거듭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지난해 12월 개최한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 OVR의 경우 아티스트가 직접 출품작을 소개하는 ‘1 Minute 1 Work’, 아티스트의 트리비아를 공개한 영상 ‘Did You Know?’를 SNS에 올려 랜선 관람객의 흥미를 유발했다. 특히 에스터 시퍼 갤러리는 부스를 3D로 제작해 마치 현장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온라인 관람’이 주는 아쉬움을 상쇄했다. 원거리라는 지리적 특성상 아시아 관람객이 대거 참석하기 어려운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를 OVR 관람을 통해 전 세계인이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것도 온택트 방식이 이끌어낸 긍정적 효과로 보인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3월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의 온라인 선공개를 기점으로 온라인 역량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2020년에만 13건의 전시를 온라인으로 소개했으며, 어린이를 위해 온라인 미술 프로그램 ‘집에서 만나는 미술관’을 선보이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윤승연 홍보관은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늘면서 온택트 전시는 기술적으로 빠르게 진화할 것”이라며 “국립현대미술관 역시 공식 홈페이지에 선보인 ‘온라인 미술관’을 ‘디지털 미술관’으로 확대 개편하는 등 오늘날 달라진 문화 예술 향유법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문화 예술계는 온라인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편리성 측면에서는 오프라인이 온라인을 따라올 수 없다. 인기 공연 티케팅을 위해 마음 졸이며 ‘광클’할 필요도, 전시 중 인파에 휩쓸려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는 불상사도 없으니까. 그러나 여전히 오프라인 전시와 공연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다. 문화 현장이 선사하는 경험과 교류, 충돌 등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영감과 전율의 크기에서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온택트 열풍은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한낱 유행처럼 사그라들까? <킬러파티>를 제작한 김지원 EMK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온택트 전시와 공연은 계속되리라 예측한다. 단, ‘좋은’ 콘텐츠에 한해서. “온택트 방식으로 기존 마니아층을 넘어 새로운 관객을 만나는 성과를 거뒀어요. 관건은 이들의 관심을 실제 현장 공연으로 연결하는 겁니다. 잘 만든 여행 영상을 보면 실제로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미술이든 공연이든, 이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콘텐츠만이 살아남고 또 개발될 겁니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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