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화백의 ‘선리선경’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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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15

김근태 화백의 ‘선리선경’

김근태 화백의 화면에는 정의할 수 없는 무형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Discussion_2020-47, Oil on Canvas, 181×227cm, 2020.

이번 전시에서 에디터의 눈을 사로잡은 작품은 창에 전시된 검은빛의 작품 ‘Discussion_2020-50’이다. ‘담론’이라는 이름을 지닌 이 작품은 북한산 인수봉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화백은 작품에 ‘Discussion’ 즉 담론이라는 제목을 붙이곤 하는데, 이는 미셸 푸코의 저서 <말과 사물>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그는 시대에 따라 언어의 의미가 계속 변화한 점에 의구심을 품어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파고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근태 화백의 작품과 제목에는 언어가 바뀌고 상황에 따라 던지고 싶은 질문과 사람 사이의 의미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변모하지만 절대 변하지 않는 무한한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뜻이 담겨 있다.





위 왼쪽부터 ‘Discussion_2020-46’, ‘Discussion_2020-44’, ‘Discussion_2019-73’ 설치 전경.
아래 ‘Discussion_2019-58’, ‘Discussion_2020-14’, ‘Discussion_2017-49’를 통해 신작과 과거 작품을 한번에 감상할 수 있다.

그동안 조선백자와 고려청자처럼 고고함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탐구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으로 관심을 돌려 산과 바다, 파도 등을 살핀 작품을 소개한다. 기존의 흰색과 검은색 혹은 석분을 사용한 캐러멜빛 작품이 아닌, 초록빛이나 푸른빛을 과감하게 사용한 신작을 대거 선보인다. 사실 자연은 가장 숭고한 존재다. 무한하면서 광활한 자연이라는 존재가 김근태 화백의 관심을 끈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분청, 백자의 자태에 감탄하며 이에 스민 정신을 평면 회화로 옮기기 위한 수행을 해온 그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은 ‘숭고함’ 그 자체였을 것이다. 시간과 바람이 만들어낸 깎아지른 듯한 암석, 힘차게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 등 대자연에서 김근태 화백이 느낀 숭고미 역시 같은 맥락에서 붓끝으로 평면 화면에 옮겨진다.





Discussion_2020-50, Oil on Canvas, 181×227cm, 2020.

여기서 한 번 더 짚고 넘어갈 김근태 화백 작업의 본질이 있다. 그의 붓질이 결코 비우고자 하거나 더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라는 점이다. 작품에 작가의 의도가 전혀 담기지 않을 수는 없지만, 김근태 화백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한 붓질을 더한다. 그의 지론은 이렇다.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타인이든, 상황이든, 환경이든 어떠한 요인에 의해 우리는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의 본질은 무엇인지, 이러한 영향에서 벗어난 완전한 ‘나’는 무슨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사람만이 본질을 볼 수 있다는 것.





‘Discussion_2019-58’의 디테일 컷.

김근태 화백은 30여 년간 이러한 생각에 천착해왔다. 인간으로서 김근태는 어떠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가? 그 요인은 화가 김근태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그렇다면 종국에 인간이자 화가 김근태가 빠져야 하는 예술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그의 생각이 작품 화면을 채우는 붓질 하나하나에 담겼다. 이렇듯 생각을 멈추지 않는 작가의 작품을 단번에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화면에서 읽히는 형상이 전혀 없다 해도 그의 작품을 마주할 때 가슴 깊은 곳에서 어떠한 울림을 느낀다는 것. 그 울림에서 작은 감동이 일었다면, 그리고 그 감동이 어디서 온 것인지 고심한다면 김근태 화백이 그토록 염원하던 담론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 틀림없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송현주(작품), 김태화(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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