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그리는 작가 노보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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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9

행복을 그리는 작가 노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의 소중함을 그리는작가 노보의 색채.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열린 <No Reason not to be Excited>전 전경.

우리는 일상에서 누리는 소소한 행복의 소중함을 잘 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인 ‘소확행’은 현대인의 삶 속 가치를 가늠하는 중요한 단어가 되었다. 회화와 설치, 조각,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작가 노보(Novo)는 ‘행복’이라는 단어의 마법에 푹 빠졌다. “제 작품 속 이미지는 사실 제 마음속 풍경이자 정물입니다. 저는 꽤 자주 풍경이 정물 같고 정물이 풍경 같은 그런 모습을 마주합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작품에서는 강렬한 긍정 에너지가 분출된다. 매일매일 즐겁게 작업해 행복할 수밖에 없다고 되뇌는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어디일까? 그것이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한순간이라도, 노보는 그 속에서 미세한 ‘다름’을 목격한다.
그의 개인전 <No Reason not to be Excited> 전반에 담긴, 그가 자신 있게 선보이는 정물을 살펴보자. 야구공과 글러브, 고양이, 어린 시절 좋아한 스낵과 마트에서 매일 볼 수 있는 과일과 세제 등 그의 그림은 우리 기억 속 어딘가에 존재하는 사물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를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트리거로 삼았다. 누구라도 노보의 작품을 보면 기억 속을 헤집어 그와 비슷한 추억의 파편 하나쯤 끄집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가는 작품을 매개로 관람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전시장은 대체로 흰색 벽을 비롯해 초록빛과 노란색 톤으로 변화를 줬는데, 이 역시 ‘즐거움’을 상징하는 듯하다. 알록달록한 작품 한 점 한 점을 눈에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는 방법으로 배경 색을 활용했다. 대작부터 소품 크기의 아주 작은 작품은 물론 전시장 곳곳에 산재한 ‘스마일링 마크’는 그가 전시를 통해 던지는 메시지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 엿볼 수 있는 요소다. 특히 작은 작품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소유하고픈 욕망에 휩싸이게 하는 ‘위험한 유희’라고 말하고 싶은데, 오레오를 비롯한 각종 스낵과 열쇠고리, 버터, 곰 인형, 닥터페퍼 등 동시대성을 내포하면서도 유년 시절 하나쯤 직접 사봤을 법한 오브제가 담긴 작품을 소장하면 그에 관한 기억을 영원히 내 것으로 만드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Untitled, Mixed Media on Canvas, 130.3×162.2cm, 2021





Untitled, Mixed Media on Canvas, 90.9×72.7cm, 2021

이 밖에 주목할 작품으로 전시장 외부에서 감상할 수 있는 ‘Untitled’가 있는데, 3단 선반에 빼곡히 진열한 식료품이 외국의 한 그로서리 스토어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햄, 각종 수프와 스튜, 캔 주스 등 다양한 제품으로 시대성과 함께 문화의 단상을 그려낸 것. 더불어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설치 작품 한 점을 제작했는데, 전시를 준비하며 LA를 방문했을 때 길거리에서 재미난 것으로 가득 찬 카트를 보고 영감을 받아 작품 소재로 삼았다. 작가는 이를 통해 전시장을 작품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작가 자신을 위한 공간, 더 나아가 이곳을 점유할 관람객을 위한 하나의 공간으로 상정했다. 결국 전시를 기획한 작가도, 전시장을 채운 작품을 비롯해 이를 즐기러 온 사람도 모두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자신만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관람객이 더욱 적극적으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재미난 요소를 추가하기도 했다. 앞서 말한 스마일링 마크와 작품의 프레임 혹은 전시 구조물에 무심히 올려둔 오브제가 그것이다. 우리 눈은 자연스레 화려한 화면에 머물겠지만, 조금 능동적으로 전시장 곳곳을 차분히 훑어보면 예술에 대한 작가의 가벼우면서도 진중한 태도와 함께 이를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노보가 기반을 두고 차용한 오브제가 대체로 외국 문화의 산물이라는 것에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작가는 이를 통해 현시대 문화 소비에 대해 고민해보자고 제안하는 듯하다. 동서양의 삶이 융합되고 문화의 경계가 사라져가는 만큼 이를 무분별하게 소비하는 것을 넘어 진정한 ‘나’의 것으로 소화하길 바라는 그의 마음이 담겼달까. 단순한 듯 단순하지 않은, 복잡한 듯 복잡하지 않은 노보의 전시는 곱씹을수록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김태화(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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