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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5

아티스트의 향

향기를 만들 때는 무엇보다 창의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예술과 공통점이 있을 것. 남보다 예리하고, 또 예민한 감성을 지닌 아티스트 네 명의 향기 이야기.

왼쪽부터 Hermès Beauty 운 자르뎅 수 르 닐 오드 뚜왈렛 강에서 영감을 받은 향. 이집트의 나일강에서 즐기는 조용한 산책, 끊임없이 흐르는 잔잔한 물결을 연상시킨다. Kenzo Parfums 로 겐조 뿌르 옴므 유쥬와 프로스티드 민트, 시더우드가 만난 아쿠아틱 시트러스 향. 물결 모양 곡선을 강조한 보틀을 통해 물결의 역동성을 드러낸다. Chanel 레 조 드 샤넬 파리-비아리츠 해변의 부서지는 파도에서 느껴지는 신선하고 가벼운 향. 물을 연상시키는 노트와 함께 강렬한 그레이프프루트와 만다린 등이 활기를 더한다.
푸른색 한지 소재 행잉 오브제는 양지윤 작품.

“향기는 일상에서 ‘지금 이 순간’을 인지하는 가장 강력한 감각이 아닐까요. 제가 생각이 많은 편인데, 향기는 생각의 마디를 끊어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다음 행동을 위한 시발점이 되죠. 직업 특성상 시각이나 촉각을 주로 사용하고 후각은 잘 쓰지 않는데, 향수는 잠자던 감각을 깨워 일상이 더 충만해지는 느낌이에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주로 물을 주제로 하는 향을 좋아해요. 샘의 느낌이 떠오르는 로 겐조 뿌르 옴므, 거칠게 부서지는 파도의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이솝의 카르스트가 대표적이죠. 사실 물은 무색무취인 데다 형태가 없기에 다양하게 표현될 여지가 많으면서도 보편적 느낌을 찾기가 어려워요. 그런데 이것을 사람들의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향수로 표현했다는 것 자체가 인간이 지닌 엄청난 상상력의 산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_한지공예가 양지윤





왼쪽부터 Byredo 라 튤립 달콤한 노트가 없는 플로럴 향. 촉촉한 아침 정원에 맺힌 튤립 꽃봉오리에서 영감을 받았다. Diptyque 도 손 바닷바람에 밀려오는 상쾌하고 황홀한 투베로즈 향. 섬세한 플로럴 향과 파우더리한 향이 조화를 이룬다. Tom Ford Beauty 오드 우드 의식을 위해 사원에서 피우는 향으로 사용하기도 하는 오드우드가 이국적인 로즈우드와 카르다몸, 핸들우드, 베티베르와 만나 신비로운 느낌을 전한다.
유리 오브제와 유리 화병은 모두 양유완 작품.

“빛, 향기, 소리처럼 보이지 않고 만지지 못하는 것에는 강력한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직접적이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스며들기에 부드럽고 동시에 강한 자극이 되죠. 상황과 시간, 날씨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향을 믹스 매치하며 사용해요. 햇살 좋은 날 오전에는 바이레도의 라 튤립, 자기 전 베개에는 톰 포드 뷰티의 오드 우드를 사용하는 식으로요. 그중 특히 좋아하는 향조를 하나 꼽으라면 투베로즈와 머스크 베이스입니다. 은은하고 묵직한 꽃향기가 저의 밝고 높은 텐션을 조금 가라앉히는 역할을 해요. 활동량이 많고 작업 자체도 역동적인데, 묵직한 향기로 에너지를 살짝 눌러 신체와 정신의 밸런스를 맞추는 느낌으로요.” _유리공예가 양유완





위부터 Trudon 모르텔 오리엔탈 스파이시 계열. 프랑킨센스와 미르, 벤조인이 만나 퓨어 시스투스의 관능적 매력을 드러낸다. Jo Malone London 블랙베리 & 베이 코롱 과즙을 내뿜는 천연 블랙커런트 꽃봉오리가 과일 향을 더하고, 버코 트리 에센스가 블랙베리잎의 신선함을 끌어올리는 톱 노트가 매력이다.
색감이 돋보이는 아트워크는 김재석 작품.

“제게 향기는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주는 도구이기도 해요. 은은한 향이 나도록 작업실에 늘 캔들과 디퓨저를 두는 이유죠. 평소 비주얼을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시각적으로 향을 표현한 광고나 디지털 에셋을 보고 많은 영감을 받고, 그 비주얼을 보고 향이 좋아진 경우도 많아요. 평소에는 가리지 않고 다양한 향을 쓴답니다. 계절과 기분에 따라 다르지만 시트러스나 플로럴 계열, 스파이시 또는 우디한 향도 좋아해요. 특히 어느 계절에나 무난하게 어울려 기본 베이스로 레이어링 하기 좋은 조 말론 런던의 블랙베리 & 베이 코롱, 묵직하면서도 라이트하고 향이 뻔하지 않아 재미있는 트루동의 모르텔을 즐겨 사용해요.” _일러스트레이터 김재석





왼쪽부터 Aesop 테싯 오 드 퍼퓸 지중해의 문화와 지형 그리고 향기로운 지중해 초목에서 영감을 받았다. 섬세한 그린 시트러스 향이 남녀 모두에게 잘 어울린다. Sisley 스와르 드 륀 플로럴과 시프레 향이 섞인, 자신의 살결 향과 섞일 때 매력이 배가되는 관능적인 향. 예술의 세계에서 영감을 얻은 낭만적이고 매혹적 향이 특징이다.
깨진 도자를 다시 붙여 만든 오브제는 김수미 작품.

“향기는 사람과 공간을 기억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제가 쓰는 향은 대부분 이 향을 처음 만났을 때의 기분 좋은 추억이 담겨 있어요.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저 스스로도, 그리고 공간의 향기도 늘 유지하려고 합니다. 다양한 제품을 사용하지만 데일리로 사용하는 건 시슬리 스와르 드 륀 보디 크림이에요. 이 제품은 향수만큼 보디 크림의 향도 매력적이죠. 샤워 후 발라 기분 좋게 잠드는데, 아침에 일어난 후에도 느껴지는 잔향을 즐깁니다. 공간의 향을 위해서는 주로 인센스 스틱을 사용하는데, 작업하기 전에 많이 태우는 편이에요.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하면서 인센스 스틱을 태운 후 창문을 닫고 다시 오롯이 향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죠.” _킨츠키 김수미 작가

 

에디터 김현정(hjk@noblesse.com)
사진 윤보람
스타일링 안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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