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아닌 세상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FEATURE
  • 2023-03-23

현실이 아닌 세상

회화, 조각, 설치, 일러스트, 아트 토이 등 장르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 중인 그라플렉스의 세계가 노블레스 컬렉션에 펼쳐진다

UNBOUNDED, 130×130cm, Spray Paint on Canvas, 2022.





재미난 피겨 작품으로 가득한 자신의 스튜디오에 선 그라플렉스.

노블레스 컬렉션은 오는 3월 10일부터 그라플렉스(본명 신동진)의 개인전 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공간을 테마로 한 신작 페인팅과 드로잉을 선보인다. 그래픽디자이너로 활동한 그라플렉스는 현실 세계를 컴퓨터 모니터 속 가상공간처럼 픽셀로 읽어낸다. 그의 작품에서는 구름과 나무 그리고 사람들이 원·사각형·삼각형 같은 도형으로 표현된다. 이 때문에 작품 속 풍경이 게임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 작가는 3D 그래픽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소실점을 평면 작업에 동일하게 적용해 낯선 시점의 비현실적 풍경을 만들어낸다.
1982년 한국에서 태어난 작가는 어린 시절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한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그는 만화에서 이미지를 구성하는 ‘윤곽선’에 주목해왔다. 그라플렉스의 작업에서 ‘선’이란 단순히 ‘면’을 만드는 요소를 넘어 형태와 움직임을 창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심지어 그는 선에 팔과 다리를 붙여 의인화한 ‘볼드(BOLD)’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적도 있지 않은가! 그라플렉스의 페인팅은 정사각형 캔버스에 그리드를 그린 후 마스킹 테이핑 작업으로 경계선을 만들고, 그 안에 형성된 면을 지정된 색상의 스프레이 래커로 채색해 완성한다. 스크린 속 픽셀에 색상값을 입력해 넣듯이. 하지만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채워지는 스크린 속 색면과 캔버스에 스프레이 래커로 채색한 면은 밀도와 질감이 다르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은 그래픽디자인과 회화의 중간 지점에 놓여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공간 속 인물을 확대해 표현한 장면을 만날 수 있다. 인물의 두상을 중첩된 레이어로 분할하고, 이를 대각선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점으로 표현한 작품이 인상적이다. 작가가 인체의 양감을 입체적으로 다중 분할한 건 3D 모델링 기법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라플렉스는 대상을 전체가 아닌 레이어 또는 픽셀 단위로 해체해 재조합한다. 이런 방식을 추구하는 이유는 작가가 코드로 이루어진 디지털 공간에 주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동시대인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디지털 공간은 일상 깊숙한 곳까지 스며든 제2의 현실이자 현실 속 비현실이다.
작품 활동을 시작한 초기에 삼원색만 고집하던 작가는 최근 중성색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그래픽 공간에 코딩을 부여하듯 명확하게 단정할 수 없기에, 그는 작품에 보다 풍부한 색을 허락했다. 그렇다면 다음 작품에선 그리드 혹은 선에 대한 해방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그라플렉스가 바라본 현실과 비현실의 충돌, 혼합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흥미롭게 지켜보자.





PRESSURE, 80×80cm, Spray Paint on Canvas, 2022.
VILLAGE, 38×38cm, Spray Paint on Canvas, 2022.
KINDOFLOVE, 38×38cm, Spray Paint on Canvas, 2022.






LEGACY, 45×65cm, Spray Paint on Canvas, 2022.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박수전(노블레스 컬렉션)
사진 안지섭(인물)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